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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핏빛 바다:신라시대 해양 오염 - 김찬기 2. 매 나간다:고려시대 매사냥 - 이진 3.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소나무 남벌로 인한 환경파괴 - 엄광용 4. 산촌별곡: 화전개간으로 인한 숲의 황폐화 - 정수남 5. 어둠의 연대기: 구한말 조선의 전염병 - 김현주 6. 정선 금광: 일제 강점기 금광 개발 - 유시연 7. 범 나려온다 : 조선 호랑이 절멸사 - 하아무 8. 곽씨분의 추억: 1920~1930년대 화장품 납 중독사건 - 김주성 9. 나는 히바쿠샤: 원자폭탄 한국인 피폭자 문제– 김민주 작품 해설 - 김종성 집필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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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험한 기색이 한껏 묻어 있는 김경선의 목소리가 정사당 회의장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고, 머지않아 신령스러운 동쪽 바다까지 핏빛으로 변할 것이라는 파진찬의 말에 정사당 회의에 참석한 대소 신료들은 다시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속으로 휩싸여 들며 몹시 초조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하오! 머지않아 신령한 동쪽 바다까지 핏빛으로 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변고가 아니겠소. 그렇다면 각간의 말씀대로 사직이라도 무너뜨릴 그 무시무시한 변고의 실체는 낱낱이 밝혀야 하지 않겠나이까.” ---p.34. 원나라 황제에게 바칠 공물로 선발된 매는 장군뿐이었다. 자신의 매가 최고라며 서로 나서서 우겨댔지만 해동청이 아니라거나 나이가 들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아버지의 은수리 역시 보라매가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보라매 시절 안 지나온 매가 여기 어디 있갔슴요? 사냥 기술 뛰어나믄 된 거 아니래요?” 아버지가 따져 물었으나 관리는 고개를 저었다. 원 황제 쿠빌라이 칸이 원하는 건 고려의 해동청 보라매뿐이라는 거였다. --p.74. 그런데 정작 훙인군과 이경하는 스스로 나서서 죄를 달게 받겠다고 했다. 앞으로 국유림에서 더 이상 목재가 나올 곳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궁전 기둥감으로 거목이 필요하였으므로 이미 왕릉의 아름드리 금강송까지 베어다 적재해 놓았으나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으니, 실로 그럴 법도 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벌목한 것은 국유림에서 가져온 것이니, 이제부터는 산 주인의 허락 여부를 상관하지 말고 사유림에서도 벌목하도록 하시오. 여기 삼정승과 대신들이 있지만, 누구의 선영이든 가리지 말고 목재가 될 만한 금강송이 있으면 남벌해도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대원군은 문무 대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p.91. 산이 아침부터 또 울기 시작했다. 벌목꾼들이 일찍부터 톱질과 도끼질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그들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잘린 나무토막들이 산자락을 타고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판돌은 얼굴을 찡그렸다. 나무가 찍히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적마다 자기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프고 저렸다. 신은 우리에게 산을 주었고, 산은 우리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 망각한 채 착취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대가 또한 주는 게 산이라고 했다. ---p.109.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어났다. 어린아이들이 설사 끝에 피똥을 싸면서 죽었다. 몸이 부실한 자와 노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탈진해서 죽었다. 사방에 독한 냄새가 번졌다. 구토와 대변 냄새로 인해 성한 사람들도 거의 환자가 되어갔다. 그들은 오직 물만 마셨다. 그러나 시전 안에 있는 오염된 우물물은 마실수록 더 설사를 부추길 뿐이었다. 고열이 계속되어 혼미해진 환자들은 해골처럼 뼈만 남더니 결국엔 죽었다. 기이한 돌림병이었다. ---p.139. 다이너마이트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야생 짐승들이 놀라 달아나고 나무가 베어진 산 중턱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산비탈에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지어먹으며 고즈넉한 삶을 살던 이들에게 어느 날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바위산이 무너지고 산허리가 휑하니 파헤쳐지는 광경은 천지가 진동할 놀라움이었다. 남자는 사막의 풍경을 연상했다. 풀도 나무도 없는, 모래 먼지가 쌓여 산을 이루는 사막의 건조한 광경이 무너진 바위산과 겹쳐졌다. 외지에서 들어온 광부들은 강변에 천막을 치고 살거나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은 여관방을 얻어 합숙을 했다. ---p.168. 불현듯 무언가 큰 동물이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신에 소름이 쭉 끼치고 식은땀이 흘렀다. 천술은 비록 약초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이름난 지리산 사냥꾼이었다. 지금도 집안 사정을 아는 이들은 천술에게 한마디씩 하곤 했다. 사냥꾼의 피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을 텐데 어찌 참고 사느냐는 것이다. 사냥꾼들은 일쑤 농반진반으로 지금이라도 자기들과 함께 다니자고 구슬리곤 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 있고, 정말 타고난 피가 있어선지 동물에 대한 그의 감각은 남다른 면이 있었다. ---p.234. 곽보루 상회 같은 거상이 어떻게 이십 년 동안 독이 든 분을 만들어 팔아올 수 있었을까. 그걸 얼굴에 발라온 여인네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의 배를 불려줬던 게 아닌가. 체질마다 다르고 얼마나 많이 바르느냐도 문제겠지만 원인을 모른 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인네들이 얼굴이 퍼렇게 썩고 정신 이상까지 생기는 부작용으로 고통받았을 것인가. 이 자들이야말로 간밤의 강도들보다 윗길의 악한이 아닌가. 이 모든 사실을 깨닫기엔 아직 세상은 어둡고 사람들은 몽매했다. ---p.305. 다리 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눈부신 빛이 몇 초 동안 그들의 머리 위에 골고루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무지개를 본 듯 입을 벌리고 그 아름다운 빛과 그 빛이 뿜어내는 눈부심에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다시 0.1초보다 빠르게, 빛을 보며 환희했던 눈동자와 동공, 홍채와 망막, 각막과 시신경 모두가 저주받듯 녹아내렸다. 4천 도의 열 폭풍이었다. 진공 상태 같은 몇 초가 지나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p.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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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기의 신작 중편소설 「핏빛 바다」는 신라 시대 해양 오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찬 김개원은 각간 김경선과 파진찬 박유청의 무리가 도모하는 모반의 실체를 알지 못하여 고민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작년 초가을부터 큰물이 졌고, 흰 기운이 하늘에 뻗쳐 가시질 않았는가 하면 요성(妖星)이 동쪽에 나타나고, 알천의 냇물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에 군신들이 술렁이기 시작하였고, 한여름에 이르자 김경선을 우두머리로 삼는 불온한 무리는 알천 냇물은 물론이거니와 머지않아 선대 왕이 수호하는 동쪽 바다까지 핏빛으로 물들 것이라는 점을 들어 왕실과 김개원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귀족들의 정사당 회의가 열리고 각간 김경선의 무리와 황실을 대변하는 이찬 김개원 간의 쟁투가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각간의 무리는 알천 냇물의 변고를 하늘의 변고로 규정하며 황실을 몰아쳤고, 이에 이찬 김개원과 이찬을 돕는 대나마 김춘성은 알천 냇물의 변고는 하늘이 조화를 부린 변고가 아닌, 알천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게 된 백성들의 생활 하수가 늘어나 생긴 인재(人災)임을 주장한다. 결국 대나마 김춘성은 알천, 그리고 동쪽 바다의 바닷물까지 핏빛으로 물든 변고를 황토를 뿌려 해결한다.
이진의 신작 단편소설 「매 나간다」는 고려 시대 매사냥을 다루고 있다. 「매 나간다」는 고려 말기 응방도감이 설치되던 시기의 민간 매사냥 이야기이다. 순수한 생업이었던 매사냥이 국가적 통제를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 원나라의 내정간섭이 백성들에겐 어떤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그런 부담들이 고려 후기 민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다. 매사냥에 관한 몽골의 영향은 관련 용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사냥매로서의 성숙도에 따라 송골매니 보라매니 지칭하거나, 매를 길들여 사냥하는 전문 사냥꾼을 가리키는 수할치, 매의 꽁지깃에 다는 표식인 시치미 등의 단어들이 그것이다. 엄광용의 신작 단편소설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소나무 남벌을 주제로 한 환경파괴를 위주로 다루고 있다. 조선 말기의 고종 재위 시절, 흥선대원군이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경복궁 중건 사업을 강압으로 밀어붙이던 때를 배경으로 하는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경복궁 중건과 관련한 금강송 벌채를 두고 왕권을 대표하는 대원군과 신권을 대표하는 김병기의 대립 관계를 다루고 있다.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전국의 소나무들이 무작스럽게 벌채되었다. 조선 팔도의 산들이 소나무 벌채로 벌거숭이 산이 될 정도였다. 벌채만 하고 조림사업은 등한시하여 벌거숭이 산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 있었고,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이면서 송기떡으로 연명하게 되자 어린 소나무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일본에서 들어온 소나무재선충으로 그나마 보존되던 금강송마저 이파리가 적갈색으로 변해 고사목이 되었다. 정수남의 신작 단편소설 「산촌별곡」은 조선시대 화전 개간으로 인한 숲의 황폐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화전개간의 성행으로 산림은 황폐해졌는데 일제가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가면서 더욱 산림은 황폐해졌다. 그 개발 속도가 더욱 빠르게 번져 울창한 숲으로 우거졌던 산이 금방 벌거숭이가 되었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톱질과 도끼 소리를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판돌과 병달, 상출은 자신들이 어떤 특단의 조치를 실행해야겠다고 작심했다. 벌목꾼을 관리하는 일본인 야마모토의 창고를 급습하여 도끼와 톱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세 사람의 행적을 끝으로 소설은 끝난다. 김현주의 신작 단편소설 「어둠의 연대기」는 조선의 개항으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구한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어둠의 연대기」의 주인물은 광화문 시전 유만득으로, 그의 가족은 모두 장티푸스로 죽게 된다. 그러나 젖먹이였던 막내딸 영희는 천안 외가에서 천덕꾸러기로 성장하다가, 외삼촌에 의해 이웃 마을 늙은 진사의 첩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진사 영감이 급사하자 다시 외삼촌의 집으로 쫓겨났다. 24세가 된 영희는 외삼촌의 손에 이끌려 서울 용산의 한 상점에서 잡일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빚을 지게 된다. 이들의 거짓말과 경제적 착취를 피하려고 달아난 영희는 결국 일본인 유곽의 창녀가 되었고, 매독에 걸려 짧은 일생을 마쳤다. 개항에서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면서, 조선 백성들은 속수무책 전염병에 시달렸으나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시연의 신작 중편소설 「정선 금광」은 일제 강점기의 금광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선군 동면(현재 화암면) 화암동굴, 몰운리, 한치, 광대곡에 금광이 있었다. 광산업자는 금을 채굴하여 신작로 길을 통해 운반해 갔다. 일제는 금을 채굴하기 위해 바위산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냈다.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지속적으로 폭파하는 동안 야생 짐승이 멸종되었고, 지하수와 지표면이 오염되어 갔다. 물고기와 온갖 생물이 숨을 쉬던 강물은 뿌옇게 변해버렸고 그 강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은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얻던 일을 그만두고 금광 주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사금을 채취하거나 술을 빚어 팔거나 막노동으로 품팔이를 하며 살아갔다. 하아무의 신작 중편소설 「범 나려온다」는 조선 호랑이 절멸사를 다루고 있다. 1917년 일본인 타다사부로가 정호군(征虎軍)을 조직해 조선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이때 사냥한 호랑이를 시식하는 행사를 경성의 조선호텔과 도쿄의 제국 호텔에서 열었다. 이를 본 많은 일본인들이 호랑이 사냥에 나섰고, 사무라이 집안의 후예인 유우타와 쇼타 형제도 추밀원의 후원을 받아 2년 후 멸호군(滅虎軍)을 만들어 조선으로 갔다. 조선총독부와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혹한과 자신들의 미숙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멸호군은 조선 포수들의 도움을 받아 수범 왕대를 쫓았다. 크고 사납지만 젊고 경험이 부족한 왕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암범 달무리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반면 멸호군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무라이의 후손으로서 조선 호랑이를 직접 사냥해 일본인의 기개를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멸호군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주성의 신작 단편소설 「곽씨분의 추억」은 1920~1930년대 화장품의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던 ‘박가분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곽씨분의 추억」에 등장하는 ‘곽씨분’은 1920~1930년대 당시 조선의 화장품 계를 풍미하며 여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박가분’을 모델로 하였다. ‘박가분’뿐 아니라 ‘서가분’, ‘장가분’ 등 당시 유통되던 여러 분(粉)들은 모두 납 조각을 식초로 처리해 얻은 ‘납꽃’이라는 하얀 가루에 조개껍질 가루, 칡가루, 쌀가루, 보릿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이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는 판매 급감으로 이어졌는데 특히 인기가 높았던 ‘박가분’의 타격이 커서 1937년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김민주의 신작 단편소설 「나는 히바쿠샤」는 일제 강점기 원자폭탄 한국인 피폭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바쿠샤’(被爆者)는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키며, ‘히바쿠샤 증명서’가 있어야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원폭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모두 히바쿠샤가 되지는 못했다.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은 단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고, 수년, 혹은 수십 년, 혹은 수 대에 걸친 유전으로까지 진행되었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는 요원했다. 설사 ‘히바쿠샤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병이 완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고통 속에 놓여 있고,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으로 자녀와 손자 대로 이어지고 있다. 핵은 유전자 변형은 물론, DNA를 파괴하여, 더 이상 세포 재생을 막아 영원히 치유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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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대로 된 한국환경생태사조차 출간되지 않은 한국 학계의 현실에서 한국작가회의 소속 소설가 9인이 힘을 합쳐 산업화 이전의 한국환경생태사를 소설로 썼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4집 1권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1 : 산업화 이전편』에는 신작 중편소설 3편, 신작 단편소설 6편을 싣고 있다. 신라 시대 해양 오염 사건을 다루고 있는, 김찬기의 중편소설 「핏빛 바다」는 알천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게 된 백성들의 생활 하수가 늘어나 생긴 인재(人災)임을 주장한다. 이진의 「매 나간다」는 순수한 생업이었던 매사냥이 국가적 통제를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 원나라의 내정간섭이 백성들에겐 어떤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그런 부담들이 고려 후기 민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다. 경복궁 중건과 관련한 금강송 벌채를 두고 왕권을 대표하는 대원군과 신권을 대표하는 김병기의 대립 관계를 서사구조로 하고 있는, 엄광용의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소나무 남벌을 주제로 한 환경의 파괴를 다루고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화전개간의 성행으로 산림은 황폐해졌는데 일제가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가면서 더욱 산림은 황폐해졌다고, 묘하고 있는 정수남의 「산촌별곡」은 조선시대 화전 개간으로 인한 숲의 황폐화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구한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김현주의 「어둠의 연대기」 는 구한말 조선의 개항으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을 묘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금광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는, 유시연의 중편소설 「정선 금광」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금을 채굴하기 위해 바위산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내고,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지속적으로 폭파하는 동안 야생 동물이 멸종되었고, 지하수와 지표면이 오염되어 갔다고 묘사하고 있다. 조선 호랑이 절멸의 전말을 서사구조로 하고 있는, 하아무의 중편소설 「범 나려온다」는 조선총독부와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지리산으로 들어간 멸호군이 조선 호랑이를 죽였으나, 멸호군도 큰 피해를 입은 사실을 묘사하고 있다. 1920~1930년대 당시 조선의 화장품 계를 풍미하며 여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박가분’을 소재로 한, 김주성의 단편소설 「곽씨분의 추억」은 1920~1930년대 화장품의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던 ‘납 중독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한국인 피폭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민주의 단편소설 「나는 히바쿠샤」는 ‘히바쿠샤’(被爆者)는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키며, ‘히바쿠샤 증명서’가 있어야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 김종성 (소설가,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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