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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놀랍도록 아무렇지 않았다 / 11
2. 이게 바로 암 환자의 우울이다, 이것들아! /25 3. 양보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애쓰는 중 / 37 4. 암에 걸리면 다들 친절해진다 / 45 5. 아픈 내가 다 큰 어른이라 우리 엄마는 가슴이 덜 아플까 / 65 6. 갑상선암에 걸리면 스카프 쇼핑부터 하는 게 좋다 / 81 7. 마흔의 여름 방학 / 97 8.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거야 /113 쓰고 만든이의 말 /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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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일 수도 있다. 결과는 최악을 상상하고 과정은 대책 없는 긍정으로 밀어붙이는 편이다. 불행을 모두 피해 가는 사람은 없고, 이게 내가 겪어야 하는 불행이라면 감당해야겠지 담담하다.
--- p.14 갑상선 유두암은 우리 부부가 처리해야 할 여러 일 가운데 하나로 전달됐다. 마치 세탁 세제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처럼 일상적이었다. --- p.19 마치 내 인생 같았다. 온갖 거 다 챙기다가 정작 자기 것은 못 챙기는. 온갖 거 다 신경 쓰다가 자기는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버리는 병신 같은 인생. --- p.27 “너 없어도 애들 안 굶어. 그리고 좀 굶어도 안 죽어. 너 없다고 애들 어떻게 안 되니까 걱정 하지 마.” 나는 그 말이 다 맞다는 걸 알면서도 이 손을 놓지 못한다. --- p.36 저 밑에 있는 나를 자꾸 끌어올려 위에 세운다. 좋은 것은 너 먹어라.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힘들면 쉬어라. 내 아이에게 하듯 나를 돌보는 흉내를 낸다. --- p.39 ‘그래, 수술 전에 얼굴 한번 보자. 맛있는 거 먹고 힘내.’ 같은 이야기들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진짜 만남으로 이어졌다. 암을 앞두고는 ‘언젠가’나 ‘나중에’ 같은 막연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 p.46 암이라니. 내 친구가 암이라니. 그 사람이 암이라니. 그 아기 엄마가 암이라니. 내 가족이 암이라니. 사람들은 곧 태도를 바꾼다. 훨씬 상냥해진다. --- p.48 입원 가방을 싸면서 왜 이게 입원이 아니라 여행같이 느꼈는지 드디어 알았다. 저녁밥을 차려서 누가 내 침대로 가져다주다니. 오늘은 뭘 해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끼니마다 백반 한 상이 제공된다니. 나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 p.60 “혼자 있으려니 너무 무서워.” 환자복을 입은 어느 아주머니가 복도에서 통화하며 운다. --- p.68 아프지 말지. 당신들도 나도, 어서 나아서 진료가 끝난 병원 문밖의 사람이 됩시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응원을 보낸다. --- p.70 아이는 신경 쓰지 않고 연승하고 있는 한화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정도는 홈캠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또다시 울화가 치민다. 떼어 낸 내 암세포가 아마 이렇게 처음 생겼을 것이다. --- p.74 누군가는 돈으로, 누군가는 선물로, 누군가는 말과 글로 나를 위했다. 그 진심이 전해져서 더 아플 수도 없었다. 이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병을 얻고서라도 결코 잃고 싶지 않다. --- p.77 내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무리하지 말고 잠시 쉬어 가라는 몸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버티지 않는다. --- p.80 스카프 쇼핑은 다른 사람들의 불필요한 걱정을 막기 위함이자, 내 삶에 사소한 즐거움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 p.82 고마운 사람들에게는 바로 보답하지 않는 편이다.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머릿속에 고마운 사람들 리스트를 잘 정리해서 가지고 있다가 그들이 보답으로 느끼지 않을 때쯤 되돌려 주고 싶다. --- p.88 하나하나 갚을 길이 없을 때는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도 하자. 내가 마음을 줬던 사람이 허튼짓하지 않고 밝은 쪽으로 걷는 것이라도 보여 주자. 일단은 죄짓지 말고 내 삶을 충실히, 건강하게 지내는 것. 그것을 목표로 한다. --- p.88 갑상선암 환자에게 스카프는 보드라운 무기이자 상처가 두렵지 않을 포근한 갑옷. --- p.91 나에게 금융 치료는 그런 의미다. 언제나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것. 고마웠던 사람에게 돈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 --- p.101 “암에 걸렸다는 건 나쁜 일이잖아? 그런데 수술하고 나서 엄마는 더 건강해진 것 같아. 채소도 많이 먹고 운동도 하고. 앞으로 더 건강해지려고.” “엄마 몰랐구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거야.” --- p.115 더 이상 나의 아픔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모두에게 잘된 일이었다. --- p.116 한때 목표였던 일희일비하는 사람 말고 이제는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이 되고 싶어진다. 한 번 폭발해 보고 싶다. 그러면 나는 암 같은 건 안 걸리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 없이 속 편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p.124 다행히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과 같은 상태로 큰 이변 없이 병원을 나올 수 있었으나 이제는 알고 있다. 이 무사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 p.125 가능하다면 오래 살고 싶다. 몇 살이든 그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악착같이 찾아내 즐기고 싶다. --- p.129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원하는 것을 더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그리게 되었다. 노화되는 신체에 발맞춰가면서 그 나이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 p.131 노인이 되어도 나에게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후회하거나 역정 내지 않고 달라진 몸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 p.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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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쓰고 만든이의 말 갑상선 유두암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제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암 환자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의연한 태도와 회복에 집중하며 일상을 소중하게 가꾸는 성실한 모습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어요. 그렇기에 ‘왜 하필 나에게’라는 원망은 당치도 않았습니다. 저 역시 여기에도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고 조용히 손들기 위해 일기를 썼습니다. 질병의 종류와 아픔의 강도를 떠나, 겁먹은 누군가를 손잡아 주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 책을 구입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읽어주신 덕분에 한 권당 1,000원씩 중앙대학교병원 암환자 생명지원사업에 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디작은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이 9년째 기부를 이어갈 수 있는 건 모두 독자분들이 읽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읽는 사람 덕분에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올해도 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