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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걸은 까미노 산티아고
이학근
호밀밭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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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기
까미노에 가기 전에 4
까미노란 무엇인가? 7

첫째 날 출발 - 생 장 피에드포르 18
둘째 날 생 장 피에드포르 - 론세스바예스 21
셋째 날 론세스바예스 - 수비리 36
넷째 날 수비리 - 팜플로나 42
다섯째 날 팜플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53
여섯째 날 푸엔테 라 레이나 - 에스테야 62
일곱째 날 에스테야 - 로스 아르코스 70
여덟째 날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 79
아홉째 날 로그로뇨 - 나헤라 90
열째 날 나헤라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98
열한째 날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 벨로라도 109
열두째 날 벨로라도 - 아헤스 122
열셋째 날 아헤스 - 부르고스 132
열넷째 날 부르고스 -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144
열다섯째 날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 카스트로헤리스 152
열여섯째 날 카스트로헤리스 - 프로미스타 164
열일곱째 날 프로미스타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174
열여덟째 날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187
열아홉째 날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192
스무째 날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202
스물한째 날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 레온 210
스물두째 날 레온에서의 하루 221
스물셋째 날 레온 - 산 마르틴 델 까미노 229
스물넷째 날 산 마르틴 델 까미노 - 아스토르가 235
스물다섯째 날 아스토르가 - 폰세바돈 249
스물여섯째 날 폰세바돈 - 폰페라다 256
스물일곱째 날 폰페라다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270
스물여덟째 날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 279
스물아홉째 날 라 라구나 데 카스티야 - 트리아카스테야 285
서른째 날 트리아카스테야 - 사리아 293
서른한째 날 사리아 - 포르토마린 303
서른두째 날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311
서른셋째 날 팔라스 데 레이 - 아르수아 317
서른넷째 날 아르수아 - 오 페드로우소 324
서른다섯째 날 오 페드로우소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331
마무리의 날 무시아, 피스테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342
끝내면서 350
이 글에 나오는 용어 정리 354

저자 소개 1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래 교사 생활을 하였다. 퇴직 전부터 개인 블로그 ‘학의 오딧세이’를 통해 국내외 여행의 자취를 계속 쌓아가고 있다. 영화와 여행, 그리고 등산과 프로야구 관람을 좋아한다. 2016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부산일보에 13주 동안 ‘부자(父子)의 좌충우돌 러시아 횡단기’를 연재하였다. 『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2022), 『발길 따라가는 발칸 여행』(202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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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776g | 173*235*22mm
ISBN13
9791168262188

책 속으로

이제 순례자는 책과 블로그 등을 통해 많이 보았던 장소인 까미노에서 가장 특이하면서 유명한 수도꼭지 보데가스 이라체에 도착한다. 까미노를 다녀온 순례자는 누구나 여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 잔의 포도주를 마셨을 이곳에는 2개의 수도꼭지가 있는데 한 곳에서는 물이 나오고 다른 한 곳에서는 포도주가 나온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한 잔의 포도주는 힘든 길을 걷는 순례자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게 해 주며, 포도주의 땅으로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한다.
--- p.71

로그로뇨에 도착하여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길을 가며 자주 만났던 모녀가 같은 알베르게에 들어와 있었다. 오는 길에 딸이 다리를 절고 있어 파스를 하나 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딸에게 엄마와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용기를 내어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싸우지 말고 모녀가 끝까지 길을 잘 걸으라고 당부하며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잠시 쉬다가 시내 구경을 나갔다.
--- p.88

인적이 없는 들판을 걸으면 때때로 길가의 돌 위에 벗어 놓은 신발을 본다. 순례자는 자신의 순례길에서 무엇인가를 깨달아 집으로 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이 길의 허망함을 깨닫고 순례를 끝낸 것일까? 자신의 발을 보호하는 신을 벗었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신의 허물을 벗었다는 의미로 생각되었다.
--- pp.100-101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오래 같이 먹고 자고 걷고 하는 단순함을 가족이 아니고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면 기억에 없다. 남자들은 군대라는 특이한 집단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과 이 길을 걷는 시간은 다르다. 우리 인생에서 이렇게 만난 것도 불교에서는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 p.108

오랜 순례길 걷기로 한국의 음식이 그리운 것 같았다. 미리 주문한 한국식 비빔밥을 먹고 사람들과 모여서 가볍게 맥주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니, 함께 걷는 사람들은 우리 무리를 보고 웃으면서 순례가 아니라 술례를 하는 것 같다고 농담하지만, 나는 답을 해 준다. 이 길 위에는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주(主)님에 계시고 아래에는 실제로 피곤한 우리를 기쁘게 하는 주(酒)님이 계시니, 길을 걸을 때는 위의 주님을 경배하며 찾고, 걷기를 마치고 휴식할 때는 아래의 주님을 즐기며 피로를 푼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 p.163

이 길에서 만난 젊은이는 대개 직장을 그만두고 길을 걷는다고 하였는데, 우리가 젊었을 때는 상상도 못 하는 행동이었지만 그들의 용기가 너무 부러웠고 도전이 너무 고마웠다. 젊을 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은 그들을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해 주었다.
--- p.239

폰세바돈을 가는 도중에 길가에 한글로 사람 이름이 명기된 돌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길에서 흔히 보이는 자신의 이름을 명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려고 했으나 같이 가던 일행이 우리 이름이 쓰여 있다고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표기가 되어 있다. 우리 무리를 인솔하는 사람이 기념으로 오늘 써 놓은 것으로 작은 정성이지만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 p.254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늦게 일어난 것이 아닌데 벌써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출발 시간이 더 빨라져서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빨리한다고 더 잘되거나 크게 이루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 길에서 아직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 p.256

그러다가 길을 조금 더 가면서 보니 자동차가 한 대 오면서 길을 가는 사람들 옆에 멈춘다. 멀리서 보며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우리 앞에도 멈추면서 차 안의 젊은 운전자가 체리를 나누어 준다. 차에 체리를 싣고 가면서 까미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격려의 표시로 체리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 인정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져서 이 길을 걷는 의미를 또 달리 생각했다. 베풂과 나눔은 내가 가진 가장 풍부한 것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 pp.271-272

잠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항상 같은 길을 걷기에 자주 보는 한국인 모녀, 한국의 젊은이들, 대만인과 일본인 그리고 많은 서양인과 만나면 인사하고 또 언제 헤어졌는지도 모르고 길을 걷다가 다시 만나면 인사한다. 언제 모르는 사람들을 이렇게 오래 만남과 헤어짐을 계속해 왔던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체리를 팔던 아저씨, 차를 타고 가면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체리를 나누어 주던 젊은이, 이 모든 사람에게서 인간의 따뜻함을 느낀 하루였다.
--- p.278

또 오 세브레이로는 한 인간의 열정이 만들어 낸 기적이 있다. 오 세브레이로의 교구 신부인 돈 엘리아스 발리냐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부활시키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사람으로, 노란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화살표 표시를 처음 만들었으며, ‘까미노의 친구 협회’를 설립하고 강화한 인물이다. 그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소수 신앙인의 순례길로만 남고, 현재와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노력이 까미노를 부활시키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 p.287

오늘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졌다. 특히 캐나다에 살면서 거의 매년 이 길을 걸어 17번째 길을 걷는다는 한국인, 불편한 다리를 끌고 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대만의 여인, 그리고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존하여 길을 걷고 있는 서양인, 그들 모두는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걷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지만 그들 자신만의 동기가 있고 얻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다시 들었다.
--- p.310

우리와 많은 날을 걸어오면서도 인사만 했던 다리를 절면서 걸은 대만의 여인은 ‘유봉영’이라 알려 주고, 일본인 여인은 영어로 ‘AIKO MATSUMOTO’라고 적어 준다. 둘 다 70살에 가까운 나이였다. 조금 있으니 한국의 김해에서 왔다며 우리와 자주 만나 인사를 했던 60살 정도의 남자가 합석하여 술을 마시고 떠들면서 회포를 풀었다.
--- p.329

대성당 광장에 도착한 순례자는 모두 감격에 겨워 서로를 끌어안고 축하한다. 이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누구나 축하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광장에 도착한 순례자 중에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는지는 모르겠으나 앉아서 울고 있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일어나니 같이 걸은 일행이 다가와서 서로 안으며 축하해 주고 사진도 찍는다.
--- p.338

오랜 시간을 걸쳐 먼 길을 걸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순례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이 땅끝에서 자신의 발을 보호하고 자신과 함께 고난을 겪으며 걸어온 신발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발을 벗어 더 이상 고생하지 않도록 바위 위에 올려놓고 감사를 표한다.
--- p.347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먼저 본 가족은 나에게 답을 조금 주었다. 귀국해서 만난 가족 모두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얼굴이 평안해 보인다고 말하였고, 부드럽고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보았을 때 이것도 까미노가 나에게 준 은총의 일부라고 생각되었다. 까미노를 걷는 약 35일 동안을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행동만을 거듭했다.
--- p.348

까미노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 신체의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먼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 스스로가 버려야 할 것을 가지고 길을 걷는 사람 모두가 자기 욕망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얻었다면 이 길에서 얻고자 하였던 ‘자아 성찰의 길, 화해의 길, 구원의 길, 용서의 길, 치유의 길’이 되었을 것이다.
--- p.349

까미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아도 완전한 답은 나오지 않고 까미노가 그리울 뿐이다. 그래서 다시 그 길을 걸어야겠다는 욕구만 더 커진다. 나의 여행 철학은 한 번 갔다 온 곳은 다시 가지 않는 것인데 까미노는 묘하게 나를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불원간 다시 가야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이것이 까미노가 나에게 주는 힘인 것 같다.

--- p.350

출판사 리뷰

▶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낯선 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먹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까미노가 주는 즐거움이다


길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지만, 까미노 길을 걷는 내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

저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적 없는 들판을 잠연히 걷는다. 때때로 돌 위에 놓인 신발을 본다. 그 순간 궁금증이 밀려온다. 순례자는 이 길 위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돌아간 것일까? 또는 허망하여 순례를 끝낸 것일까? 자신을 보하는 신을 벗는다는 건, 자신의 허물을 벗었다는 의미일 것으로 생각한다.

같은 길도 다른 길이 된다. 그것을 결정하는 건 순간의 공기일 수도, 이전의 기억일 수도, 오늘의 만남일 수도 있다. 그 말은 순례를 통한 얻음은 다른 사람의 말과 경험이 아니라, 직접 시도해야 알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순례가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이야기한다. “얼굴이 평안해 보인다.”라고. 이 책은 까미노 길을 걷는 순례자에게 평안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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