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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엄마를 잘 알고 있나요? 16
안 힘들고 너무 좋다, 현지야 20 온천을 하며 26 좐박의 별이 빛나는 삿포로 30 여기는 아빠랑 또 오고 싶네 44 머리를 말리며 엄마의 세월을 보았다 58 노천탕 평상에 누워 나눈 대화 64 커피와 녹차 그리고 별사탕 68 고양이 세수 72 내 생애 최고의 쌀밥 76 십분 안에 물건 고르는 법 80 파란 대문과 오렌지색 치마 84 택시 안 시계의 정체 92 온천에 중독된 모녀 96 하코다테행 기차에서의 잠 못 이루는 아침 98 아카렌가 창고와 히치만자카 언덕 102 일본에서 누가 햄버거를 먹나요? 112 엄마의 제안 118 버터 샌드와 커피 한 잔 126 한 바퀴 그리고 두 바퀴 136 책 읽는 사람들 142 배는 부르지만 동구리빵은 먹어야 해 146 은경의 루틴 150 여행을 마치며 154 엄마의 말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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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욕장 공용 화장대 앞에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말리던 중에 우연히 엄마의 검은 머리칼 속에 숨어 있는 흰 머리카락들을 보았다. 머리를 말리며 들춘 머리카락 속에는 멀리서도 선명히 보이는 흰 뿌리들이 검은 머리를 밀어내며 열심히 자라고 있었다. 속상하게. ‘우리 엄마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쉬지도 않고 성실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원망했다. 매일 저녁 지친 표정으로 축 늘어진 머리칼을 말리고 있는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의 시간이 나보다 조금만 더 천천히 흘렀으면. 나이가 들어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다 알고 있지만, 엄마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 p.59 「머리를 말리며 엄마의 세월을 보았다」 중에서 강을 오른쪽에 두고 걷다 보니 아침에 걸었던 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강 위로 햇빛이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기름을 바른 듯 매끈한 초록 잎의 연꽃, 미동도 없이 잔디에 앉아 광합성을 즐기는 갈매기 무리. 햇볕을 쬐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도 보고 있었는지 한마디 툭 던진다. “저 애들은 얼마나 살까?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 얘들아.”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에게 쉽게 연민을 느끼는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엄마.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결심한다.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며 세상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 p.137 「한 바퀴 그리고 두 바퀴」 중에서 엄마와 함께한 일주일. 앞으로 같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을까. 며칠 전에 엄마에게서 카톡 메시지 하나가 왔다. “어제 TV를 보는데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누구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싶냐는 질문을 하더라. 그래서 엄마도 생각해봤어. 당연히 아빠일 줄 알았는데 우리 큰딸이 먼저 떠오르더라고.”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 것 같아?” “많이 고마웠다고.” 인생은 여행 아니면 사랑이라는 말을 믿는다. 1992년 6월 4일, 엄마와 나의 여행이 시작된 날이자 처음으로 사랑을 마주한 날.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엄마에게 딱 한마디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전할까. --- p.155 「여행을 마치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