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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숲에서 드린 기도
이진형
엘까미노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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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_ 거북이처럼, 그러나 멈추지 않고
글쓴이의 이야기 _ 잎새마다 고백이 묻어

겨울 숲 / 은총의 시간 / 사랑 때문에 / 발자국마다 / 노란 개나리 / 감사합니다 / 그대가 만일 / 사랑은 / 그리움 / 그대 때문에 / 숨바꼭질 / 기다림 1 / 기다림 3 / 당신의 이야기 / 나무처럼 / 첫 마음 / 깊은 만남 / 이른 봄 / 이제, 봄 / 봄 길에서 / 어긋난 시간 / 고운 노을 / 수줍은 하나님/ 느티나무 그늘에서 / 소중한 것 / 가을빛으로 물든 / 깊은 가을 / 맺음의 시간 / 잊지 않기를 / 봄의 향기를 찾아 / 어떻게 하나님을 / 가만히 계시는 / 시련의 상처 / 달맞이꽃 / 어쩔 수 없는 / 그리운 숲 / 그냥 좋아서 / 또 다시 / 기다림 2 / 당신이 계신 곳 / 시편 23편 / 조금은 아쉬워서 / 짙푸른 칡꽃 / 나는 나 / 하나님의 마음 돌리기 / 수리부엉이 / 실망 가운데 / 숲의 수난 / 귀속감 / 문득 봄에 / 선한 일 / 부활 / 지쳐버린 어머니 / 고요히 평화 / 미안해 꿀벌 / 참 좋구나 / 전환

저자 소개 1

목사. 『녹색평론』을 읽다가 생태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갈릴리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04년 청지기교회에 부임해 자연학교, 목공방, 생태영성모임, 카페를 운영하면서 생태적 목회를 지향하는 녹색교회 운동에 함께했다. 목회자로 ‘숲속에 있는 작은 교회’를 섬기다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은총의 숲 센터에서 몽골, 네팔 등 해외 선교지에서 숲을 통해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녹색선교 사역자로 지내고 있다. 『그린 엑소더스: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과 교회』(삼원사)를 썼고, 『녹색 교회와 생
목사. 『녹색평론』을 읽다가 생태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갈릴리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04년 청지기교회에 부임해 자연학교, 목공방, 생태영성모임, 카페를 운영하면서 생태적 목회를 지향하는 녹색교회 운동에 함께했다. 목회자로 ‘숲속에 있는 작은 교회’를 섬기다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은총의 숲 센터에서 몽골, 네팔 등 해외 선교지에서 숲을 통해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녹색선교 사역자로 지내고 있다.

『그린 엑소더스: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과 교회』(삼원사)를 썼고, 『녹색 교회와 생명 목회』(동연), 『한국적 작은 교회론』(대한기독교서회), 『헬조선에 응답하는 한국교회 개혁』(동연),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회심』(동연), 『우리는 기후 위기의 땅에 희망을 심었다』(엘까미노)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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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48*210*20mm
ISBN13
9791199074347

책 속으로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심는 사람답게, 그는 버려진 나무를 모아 깎고 다듬어서 가구도 만들고 심지어 판화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진형 목사님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목수이고 아름다운 작가이며 참 행복한 목사였습니다. 숲의 사시사철을 담아낸 그의 목판화와 사진들은 그야말로 민화와 수묵화의 맛을 고스란히 고아낸 작품이었으며, 그 아름다운 작품들은 자신의 글을 빛내는 것은 물론 퍽퍽한 성실문화를 더욱 기름지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곤 했습니다.
--- 「추천의 글(〈성실문화〉, 이정훈 목사)」 중에서

이 책은 패랭이꽃, 개불알꽃, 꽃다지, 수선화, 제비꽃, 달맞이꽃, 개망초, 메꽃, 며느리밑씻개, 코스모스, 벌개미취와 칡넝쿨, 수수꽃다리, 모과나무, 감나무, 느티나무, 쥐똥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목련, 무궁화나무, 무주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그리고 잎벌 애벌레, 부전나비, 딱새, 흰뺨검둥오리, 수리부엉이, 두더쥐, 고라니, 산양, 송아지의 이야기입니다. 나와 사람들이 가끔가다 등장하는.
--- 「글쓴이의 이야기」 중에서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까지, 풍성한 생명이 평화롭게 어울리도록 그분이 그렇게 당당히 걸어가셨다는 그 길을 따라가 보겠다는 마음만은 이미 봄입니다. 하지만 꽃샘추위 매서운 바람에 먼저 몸이 한껏 움츠러들고, 덩달아 마음도 새벽 나팔꽃처럼 꽁꽁 여미게 됩니다. 검은등뻐꾸기 이제 됐다고 다 끝났다고 노래를 부를 때까지, 찔레꽃 환한 달빛에 고개를 들어 올릴 때까지, 진짜 봄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멉니다.

그대가 만일 숨은 들판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그대가 외로울 때 부전나비가 살며시 찾아와줄 겁니다.
그대가 만일 손마디 하나 만한 여린 잎벌 애벌레라면
그대가 두려울 때 벌개미취가 숨을 자리를 마련해줄 겁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하셨던 일은 제자들과 같이 먹고, 같이 어울려 다니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 것이었습니다. 가끔 혼자 조용한 곳에서 기도를 하긴 하셨지만, 거의 모든 시간은 제자들과 같이였습니다. 같이 지내면서 제자들에게 자신을 다 보여주셨지요. 결국은 십자가에서 벌거벗은 몸까지도. 신앙이란 것도 결국 선생 예수님을 살펴서 아는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가뭄에도 여물게 잘 자라준 텃밭 호박이 고맙고, 여전히 감나무에 까치밥이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거두어도 무논에는 일찍 날아온 큰기러기들이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은 낱알들이 떨어져 있고, 해바라기 촘촘한 씨앗들은 박새들이 군데군데 솎아가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애초부터 숲속 텃밭 서리태 콩은 고라니가 먹고 남은 것을 거두는 것이었고, 고구마는 땅짐승들이 먼저 가져가고 남은 것을 줍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숨바꼭질 좋아하는 어린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는 술래입니다.
우리는 아지랑이 봄꽃에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한여름 비바람에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가을 높은 하늘에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서리 내린 낙엽에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대림절입니다. 세상의 시선과 목소리에 눈치 보지 않으시고 당당하게 지내며 거침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놓으셨던 그분을 마음으로 그려보게 됩니다. 그분의 모습에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한 올곧음과 함께 품어주고 다독여주시는 ‘땅에 계신 어머니’의 따스함이 함께 담겨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에는 냉혹한 시절 하늘의 신비로 품었던 아들을 만나 그 두려움과 기쁨을 어쩔 줄 몰라 나직이 노래했던, 그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온전한 참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쉬지 않고 기도하신 어머니 마리아의 거룩한 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가을에 마주하는 모든 것들, 작고 여린 것들이라도 여름의 시련과 상처를 견뎌낸 존재들입니다. 그들에게 드는 마음은 미안함이 아니라 사실 고귀함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부끄러움입니다. 높던 하늘도 저녁이 되면 얼굴을 붉히는 마당에 우리의 부끄러움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많이 부끄러울수록 세상은 조금 더 수더분해질 테지요. 시련도 모르고 상처도 없는, 크고 높은 것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대접받는 세상을 살아가는 건 참 민망한 일입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져서 이젠 기후위기, 기후붕괴, 기후비상사태, 기후재앙이라고들 합니다.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우리들이 욕심껏 먹고, 입고, 자는 것들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하나님께서 매일 내려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 같은 햇빛과 바람과 물로부터 선물 받는 에너지를 저버리고, 저 땅 깊은 곳에 감춰두신 석유, 석탄, 가스를 캐내서 사용하다가 이런 사단이 난 것이란 것을요. 알지만 아는 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믿습니다. 믿음 없는 나를 도와주십시오.”

나와는 다른 존재를 만나는 일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나요? 나와는 다른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심스레 살피는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하나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나요? 나와는 다른 존재를 향한 궁금함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나요? 시방 우리들은 이천 년 전 어린양으로 오신 하나님은 교회 입구 그림으로 따습게 모시고 있어도, 오늘 우리에게 산양으로, 고라니로 오신 하나님은 저 먼 곳으로 차갑게 내쫓고 있습니다. 서러운 하나님, 참 죄송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든 죄인이든 원수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함께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예수님의 인맥은 바리새, 사두개를 넘어서 로마의 관리, 백부장하고도 이어졌습니다. 온갖 수치와 고통 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바로 전까지도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자 하셨죠. 이 세상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편 아니면 짜증 나서 싫은 편, 딱 두 세상으로 갈리는데, 예수님께서는 어떤 편, 어떤 세상에도 머물지 않으시고 이도 저도 아닌 존재들까지 모두 품어 안으십니다. 그러고는 쓱 미소 지으시면서 이제 알겠지? 하십니다.

사실 예수님이 꿈꾸셨던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의인, 죄인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서 밥을 먹는 일, 갈릴리 사마리아 베들레헴 예루살렘 따지지 않고 선한 사람으로 강도 만난 이들을 돕는 일,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무거운 것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다른 이들을 만나는 일, 뭐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 즐겁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고, 다른 성격 다른 취향 다른 선택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꽃도 나무도 벌레도 짐승도 사람도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언어로 표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아프고 서럽고 외로울 때 다른 누군가 곁에 있어 주고, 소박한 한 끼 밥상을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세상살이 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대가 만일 숨은 들판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그대가 외로울 때 부전나비가 살며시 찾아와줄 겁니다.
그대가 만일 손마디 하나 만한 여린 잎벌 애벌레라면
그대가 두려울 때 벌개미취가 숨을 자리를 마련해줄 겁니다.
-‘그대가 만일’ 중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책의 기도들이 무릎 꿇고 올리는 고백이라기보다는, 마치 함께 숲을 산책하는 것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대가 만일 숨은 들판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이라는 고백에서 우리는 모두가 연약한 존재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동시에, 그렇게 연약한 이들을 받아주는 자연과 하나님의 마음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 안에도 패랭이꽃 같은 마음이 피어날 것이다. 작고 낮지만, 서로를 안아주고 함께 존재하는 기쁨.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런 기도를 이어가고 싶어진다. 저자는 목사이지만 이 책은 종교적 언어에 머물지 않고, 믿음과 상관없이 누구나 삶의 여백 속에서 조용히 곱씹을 수 있는 언어로 가득하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 자연 속에서 쉼을 얻고 싶은 이들, 혹은 누군가에게 조용한 응원의 책을 건네고 싶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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