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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일랜드
그때 어떤 일이 있었냐면 무언가를 ‘안’ 하는 연습 첫날 베이커리의 비극 새하얀 지옥 어른, 어른 노릇, 어른스러움 첫 번째 친구 좋은 캐치볼 상대란? 바람이 불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는 버릇 밥하듯이 만드는 빵 정리에도 용기가 필요해 이제 너를 조금 알 것 같다 온전한 축복 365개의 하루하루 싫은 마음도 중요하다 밤은 어둡지 않다 근사한 추락 시간의 파도, 경험의 산맥 사람이 있기에 일이 있다 더 자주 웃고 우는 인생 ‘완벽할 필요 없어’ 주의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은 꼭 열어두세요 ‘어찌어찌 된다’의 법칙 그렇게 케이크가 된다 “나도 그랬어”라고 말해주는 사람 이토록 아름다운 난장판 무지개 끝 금화 상자 지금이어서 좋은 일 우리가 서로에게 남는 법 내 것이 아닌 여름 대신 2부. 벨기에-체코-오스트리아 여행의 레시피 문을 열어주는 사람 사람을 어떻게 믿습니까 친구. 때론 친구 이상! 벨기에 해변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 모든 비는 그친다 여자들은 진짜를 만들지 3부. 프랑스-이탈리아 제대로 프랑스적인 삶 오해의 쓸모 죽은 마을의 산 것 같이 뛰어내리는 거야! 복숭아 씨앗을 발라내며 집에 가자 사라지지 않아도 좋은 상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새로운 향을 맡을 준비 이탈리아에서 임자를 만나다 너는 젤라또 낭만에 대하여 나야, 나폴리 피자 괜찮아, 다 괜찮아 고양이를 버리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다! 떠나지 못하는 남자 만남도 이별도 없는 여행 시라쿠사의 처방전 시장이 좋으면 다 좋다 백지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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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에서는 불편한 것, 모자란 것을 버리지 않고 삶에 데려가는 방안을 궁리했다. 공간과 물건, 시간은 점유하는 대신 타인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일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하는 것으로 배운다고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고 했다.
--- p.12 대화는 테니스나 탁구처럼 상대방이 받아내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게임이 아니다. 캐치볼처럼 주거니 받거니, 상대가 잘 받을 수 있도록 힘과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오냐오냐한 공만 주고받다 보면 금세 지루해진다. 미묘한 선을 눈치껏 타야 또 하고 싶은 놀이가 된다. --- p.47 문법을 의식하지 말고, 관계를 의식해 봐. 얼마나 유창하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알고 싶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는지를. 다시 말하지만, 네 영어는 충.분.해! --- p.61 나는 내가 정의하고, 그 정의만이 내 삶의 유일한 지표가 될 것이다. 평판도 오해도 이제 두렵지 않다. 과정이 치열했던 만큼 응답은 확고했다. --- p.72 행복을 아는 사람은 누군가의 행복도 사심 없이 마주할 수 있다. --- p.77 밤은 어둡지 않다. 밝다. 그것도 아주 밝다. 달님은 땅 위의 모든 것에게 차별 없이 자기 빛을 뿌리고 있었다. 길은 물론 축사며 농기구, 울타리에 기대둔 자전거의 바큇살에까지. 그리고 클라라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달빛이 사람 몸에 반사되어 사람 자체가 빛이 되는 순간을 보았다. --- p.89 마음도 낙하산처럼, 펴질 때 쓸모가있다. 낙하산을 사용하는 순간은 절체절명이다. 펴져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 아니다. 한순간에 전부를 열어젖혀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하는 순간, 아니 열리고야 마는 순간은, 어쩌면 추락 중에 올 수도 있음을 나는 캠프힐에 서 배운다. --- p.93 일이란 어쩌면, ‘신호’가 아닐까? 인간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맞추며 존재를 인지하는 것. 그러면서 실은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것. 깜빡이는 파란불처럼 “내가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간절하고도 아름다운 신호. 캠프힐에서 내가 맡은 진짜 일은 그 신호를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우리 사람들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내 신호를 충실히 보내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 p.104 이곳에서 나는 ‘일을 돕는 일’과 '일이 되게 하는 일'을 한다.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준비하거나 독려하며 지켜봐 주는 일이다. --- p.109 봉사자들의 뺨이 사과처럼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그동안 간과했던 중요한 포인트를 깨달았다. 콘서트는 공연자만의 일이 아니다. 관객과의 협업이다. --- p.129 완벽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면 온전할 완 完, 둥근 옥 벽 璧, ‘온전하게 둥근 옥구슬’이다. 불완전한 구성원을 울타리 바깥으로 내몰면 남은 이들끼리 옥구슬처럼 또르르 굴러갈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사는 나라는 아무도 완벽에 관심을 두지 않는 곳. 삐걱거리고 엉성할 듯하지만, 놀랍게도 오래, 꽤 멀리 굴러가고 있다. --- p.131 전환점은 예상하지 못한 계기를 타고 온다. 갈 곳이 없어서 비상 착륙한 캠프힐, 그마저도 첫 착륙지에서 도망쳐 온 이곳에서 다음 기회를 얻는다. 그것이 우리가 너무 일찍 인생을 닫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닫았다 하더라도 다시 열어야 할 이유다. --- p.136 예르카와 사라는 나를 가르치러 왔다. 내가 온 길을 잊지 않는 법, 상처를 전가하지 않는 법, 문제를 드러내어 말하는 법,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을 나는 그들에게서 배웠다. 그래, 진심을 말하면 된다. 쉬운 말로, 천천히, 있는 그대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서. --- p.156 하이디 할머니는 우리 봉사자들을 두고 ‘좋은 그룹’이라 칭하곤 했다. 단순한 말이지만 나는 그 표현이 참 좋다. 좋은 개인이 만드는 좋은 그룹, 좋은 그룹이 만드는 좋은 개인… 어느 것이 시작이고, 어느 것이 결과일까. --- p.188 모르면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 이 여행은 아는 것을 찾으러 갔다가 원하는 것만 가지고 나오는, 그런 여행이 되지 않을 거야. --- p.220 디타는 누가 자신을 어떤 상황에 던져 놓든, 어떤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든 상관없다는 걸. 뒤죽박죽될 수도 있었던 자기 삶을 아름답게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걸. 그의 아름다움은 주눅 드는 법이 없다는 걸. --- p.231 나로서 할 수 있는 건 타인을 믿으려 애쓰며 내 불안을 잠재우는 게 아니라, 내가 안전한 사람이 되어 상대의 불안을 해소해 주는 일뿐이었다. 지나고 돌아보니 우리는 암묵적으로 서로에게 그 일을 해 준 것 같다 --- p.238 돋보이려는 아우성 속에서, 아무런 미사여구도 없는 그 먼짓빛 사진은 단숨에 나를 끌어당겼다. 사막에 핀 꽃의 의미를 아는 사람. 그가 느꼈을 경이로움과 담담함이 모니터를 뚫고 전해졌다. 나는 그의 문을 두드렸다. --- p.261 배를 드러낸 고양이처럼 몸을 부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허상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비로소 낭만이 존재한다. --- p.300 여행은 마치 모르는 책 한 권이 툭, 나의 발 앞에 떨어진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이야기 같았다. 재미와 행복만을 기대하며 순수하게 집어 든 그 책의 제목은『백지 사전』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의 사전. --- p.359 사전은 관대했다. 틀리면 끝인 줄 알았지만, 매번 다음 장이 있었다. 배우지 않은 일 앞에 스스로 놓여보고, 주전선수가 아닌 벤치의 관찰자가 되어보고, 나이가 달라도 친구라 부르고, 자기의 공간과 시간을 낯선 이에게 내어주는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사전은 차곡차곡 채워졌다. 그렇게 나는, 틀려도 괜찮은 세계를 처음 살아보았다. 고치면서, 다시 시작하면서. --- p.359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내일 이곳을, 이 사람들을 떠난다 해도 새로운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또 한 권의 백지 사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기쁘게 주워 들겠다는 것을. --- p.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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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저자이자, 좋은여름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이 직업을 갖기 전 나는 베이커였고, 봉사자였고, 초보 여행자였다. 이 책에는 내가 스스로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고르고, 기차를 놓치고, 길을 헤매며 ‘어찌어찌’ 해낸 첫 번째 긴 여행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이드도 없고, 정확한 좌표 없이, 실수와 혼란 속에서 느리게 단단해진 그 시간은 책을 만들고 삶을 꾸리는 지금의 시작이 되주었다.
나는 ‘여행 작가’도 아니고, ‘활동가’도 아니다. 거창한 메시지를 들려줄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험한 일을 기록했고, 그 안에서 생긴 감각들을 말의 속도로 되짚어가며 독자에게 조심스레 건넬 뿐이다. 자기고백적 에세이지만 감정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담아냈다. 독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나는 빠르게 적응하거나 화려하게 변모하지 않는다. 요즘 ‘저속 노화’가 핫하다면, 이 책은 ‘저속 성장’의 기록이다. 내가 머문 캠프힐이라는 장애인 공동체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휠체어의 속도로 굴러가는 세계에서, 누구나 교과서보다 경험으로, 가르침보다 몸으로 부딪히며 익어간다. 미숙한 언어로 오해를 사고, 익숙하지 않은 정서 속에서 자꾸 체면을 구기면서도, 결국 나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자라난다. 그 느림 속에서 오히려 오래가는 감정과 관계를 배웠다. 느리게 성장하니, 느리게 늙을 것 같다는 농담 같은 다짐도 곁들인다. 그렇게 기록한 문장들이, 부디 천천히 퍼지고 오래 남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1. 새로운 일을 두려움 없이 시작하고 싶은 이에게 좋은여름 출판사에서 벌이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그 시작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는 그 질문의 실마리들이 담겨 있다. 어떤 것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고, 어떤 것은 슬며시 숨어 있다. 잘 찾아보시길 바란다. 2. 낯선 환경에 놓인 모든 이에게 타지에서, 혹은 새로운 조직에서, 혹은 낯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작게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시간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는 따뜻한 승인과 안심을 얻기를 바란다. 3. 정체성과 관계에서 갈피를 못 잡는 이에게 자기계발서처럼 요령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나’와 관계 맺는 법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한 시기에도 타인과 나 사이에 연결이 생기고 서로를 돌보는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서툼조차 귀여워진다. 4.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인상적인 추억을 만들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중장년 독자에게도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음 한다. 속도가 아닌 관계로 하루를 채우는 공동체의 풍경은, 익숙한 리듬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바삐 사느라 미처 알지 못했던 먼 나라의 삶을 간접 체험하며, 지금이라도 나의 속도를 조절해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자녀의 삶에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먼저 읽고 함께 대화를 시작해보자. 부모와 자녀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정의 씨앗이 될 지 누가 알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