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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팝의 명곡들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의 팝 음악으로 훑어보는 경제사. 대공황기 희망을 일깨운 노래 'Over the Rainbow', 불경기 영국경제가 탄생시킨 그룹 비틀즈, 2000년대 경제가 붕괴된 상황이 반영된 그린데이의 곡까지. 경제공황기부터 세계금융위기까지 경제사를 쉽게 풀어냈다.
2014.10.21.
역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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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음악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경제로 음악을 읽다
“봄날이 다시 왔도다!” | 대공황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 그리고 음주의 자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봄날이 다시 왔도다Happy Days Are Here Again」 / 주디 갈런드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Over the Rainbow」 “그대의 장난감 곰 인형이 될게요!” | 용돈 문화의 산물과 로큰롤의 탄생 엘비스 프레슬리 「그대의 테디 베어가 될게요(Let Me Be Your) Teddy Bear」 / 칼 퍼킨스 「블루 스웨이드 구두Blue Suede Shoes」 “내가 그대를 행복하게 해줄게요” | 아메리칸 드림과 로네츠의 인스턴트 스타덤 스토리 로네츠 「내 애인이 돼주세요Be My Baby」 “모두가 캘리포니아 같다면” | 활짝 핀 미국 경제의 산물, 서핑 뮤직과 히피 운동 비치 보이스 「서핑하는 미국Surfin’ USA」 / 마마스 앤 파파스 「캘리포니아 꿈꾸기California Dreaming」 “내가 원하는 모든 건 돈이야!” | 전후 영국 경제의 산물, 비틀스 애니멀스 「해 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 비틀스 「(내가 원하는 것은)돈Money(that's what I want)」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 1960년대와 확연히 달라진 1970년대의 미국 경제 루이 암스트롱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 / 사이먼 앤 가펑클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우린 그저 호시절을 노래합니다!” | 불황에 디스코 붐 비지스 「난 살아 있어Stayin’ Alive」 / 쉭 「호시절Good Times」 “난 무정부주의자야!” | 청년 실업자들의 분노 폭발 섹스 피스톨스 「영국의 무정부 상태Anarchy in the UK」 / 클래시 「고용기회Career Opportunities」 / 크라잉넛 「말 달리자」 “일단 일을 구한 다음 때려치워!” |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헛것 브루스 스프링스틴 「달아나기 위해 태어나Born to Run」 / 조니 페이첵 「일을 구한 다음 때려치워Take This Job and Shove It」 “돈은 모든 것을 바꾸지” | 레이건과 대처의 시대, 황금만능 풍조를 낳다 마돈나 「물질적인 여자Material Girl」 / 펫 샵 보이즈 「웨스트엔드 여자West End Girls」 “도망칠 곳이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지” | 레이거노믹스의 뒤안길 브루스 스프링스틴 「강The River」 / 빌리 조엘 「앨런타운Allentown」 “허수아비에 비가 내리고 쟁기에 피가 흐르는구나” | 농민들, 노동자 이상의 시련을 겪다 존 멜렌캠프 「허수아비에 비가 내린다Rain on the Scarecrow」 “이러니 고함치게 되지” | 랩으로 나타난 흑인 삶의 삭막한 실상 마빈 게이 「도심의 블루스Inner City Blues」 / 런 디엠씨 「불황Hard Times」 “난 루저야, 왜 날 죽이지 그래” | 부의 불평등, 패자들의 시대를 낳다 너바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 / 벡 「루저Loser」 / 라디오헤드 「크립Creep」 “음악이 있는 한 우린 다시 돌아올 거야” | 전후 미국 최대의 호황기 클린턴 시대 플리트우드 백Fleetwood Mac 「멈추지 마Don’t Stop」 / 리키 마틴Ricky Martin 「미친 삶을 살며Living La Vida Loca」 “화를 내며 돌아보지 마” | 일어선 영국 경제, 브릿팝과 동행하다 오아시스 「화내며 돌아보지 마Don’t Look Back in Anger」 / 스파이스 걸스 「워너비Wannabe」 “부서진 꿈의 거리를 나 홀로 걷는다!” | 세계 경제위기, 사람들이 화났다 그린 데이 「부서진 꿈의 대로Boulevard of Broken Dreams」 / 싸이 「강남 스타일」 / 브루스 스프링스틴 「드높은 희망High Hop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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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음악은, 아니 모든 대중가요는 막연하든 구체적이든 이런 ‘희망’을 사랑한다. 아니, 솔직히 편애한다. 힘든 자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제공하는 게 대중음악의 첫 번째 기능 아닌가. 1939년에 발표된 저 유명한 노래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Over the rainbow」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찬란한 빛을 발한다. …… 이 노래가 숭배된 원인은 간단하다. 당대 암울한 대공황의 상황에서 모두가 바라는 희망의 한 줄기 빛이라는 정서적 공감대, 그 낙관이 전 국민적 일체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천국을 바라는 인지상정은 영화 속에서 지겨운 캔자스의 일상에서 탈출해 ‘먼치킨’이라는 휘황찬란한 테크니컬러의 신세계로 가고 싶은 도로시의 마음과 닮아 있다. 당시 미국 대중이 바라는 신세계, 그 천국은 다름 아닌 대공황 탈출과 경기회복이었다. (p.20, 23)
1960년대 캘리포니아 서핑 붐을 대표하는 이 두 곡(「서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걸스」)을 노래한 그룹 비치 보이스도 미국의 대표성을 획득했다. 적어도 영국의 비틀스가 미국에 진출한 1964년 2월 이전까지는 미국 음악의 왕자였다. 탁월한 보컬 하모니와 경쾌한 사운드로 무장한 그들이 지금도 팝 역사에서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무수한 히트곡과 더불어 ‘1960년대 캘리포니아’라는 시대성을 담보한 덕분이다. (p.57~58) 역사적으로 보면 경기가 최악일 때 사회 분위기와 정반대로 디스코 음악뿐 아니라 댄스 음악이 유행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 지도층과 식자층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게 그것인’ 정치와 정책에 관심이 없는 서민들은 ‘쾌락의 평등주의’에 따라 춤과 음악으로, 그 위대한 놀이로 시름을 날린다. 당대 미국의 흑인들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대중의 가장 가까운 위안은 바로 춤과 음악이다. (p.97) 순식간에 「말 달리자」는 ‘넥타이 부대의 송가’로 승격했다. 수많은 20~30대 젊은 층이 고래고래 악쓰듯 이 노래 가사를 질러댔다. 당시 SBS 라디오 프로듀서였던 고민석씨는 이 곡에 대해 “가사의 혁명, 형식의 파괴, 거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래방의 애창곡으로 자리 잡은 놀라운 대중성까지” 갖추었다며 “대중의 잠재된 욕망을 표출해준 모두의 응원가”라고 해석했다. 이전 같으면 너무 거칠고 야만적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노래를 응원가로까지 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대가 용납할 수 없는 절규를 후련함으로 변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거칠어도 불안한 심리를 날려버릴 노래가 필요했다. 이때 펑크의 고삐 풀린 무한폭발 아우성은 제격이었다. (p.115~16) [「호텔 캘리포니아」는] 낭만적인 톤이 지배적이라서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와 미국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자극하며 무수한 타국인들을 미국 땅으로 불러들인 곡이지만 곡에 저류하는 메시지는 그것과 전혀 다른, 한마디로 문제작이다. 노랫말 내용을 두고 엄청난 논란이 야기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것은, 캘리포니아와 그 상징인 미국의 실상은 그런 낭만적 환상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일종의 뼈아픈 고백과 준엄한 경고라는 사실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에 대한 고도의 비유라고 할까. (p.130) 댄스 음악이 유행하는 가운데 홀연히 등장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 그것은 춤추는 나라가 아니라 고통에 찌든 나라라는 절망의 토로였다. (……) 그들에게 미국은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국가에 충성해 베트남 전쟁터로 끌려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돌아와보니 아무도 반겨주지 않고 일자리 하나도 구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나라로 변해 있었다. 당시 미국인이라면 모두들 따라 불렀다는 후렴구 “미국에서 태어났어”는 아메리칸 드림의 긍지 선언이 아니라 베트남 참전 장병의 사례를 통해 전하는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의 참담한 조소이자 절규였다. (p.159~60)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이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이 음악을 한다면 지껄이는 투의 ‘랩’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 판국에 아름다운 선율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레이거노믹스가 흑인들의 분노인 랩을 불러낸 셈이다. 랩은 흑인에게 유독 차가웠던 경제 상황 속에서 급성장했다. (……) 특유의 긍정과 낙관, 쾌락적인 태도로 디스코와 하우스 파티를 즐기던 흑인들은 분노와 저항으로 무장해 사납게 랩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p.176~77)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 참혹한 경제적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도전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거야We Take Care of Our Own」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수동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기보다는 냉혹한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맞서라고, 다시 일어나라고 당부한 것이다. 『레킹 볼』 앨범의 노래에는 지금이 아메리칸 드림의 유토피아와는 정반대의 디스토피아일지 몰라도, 아무리 경제적 궁핍이 만연하는 현실일지라도 우리의 희망과 사랑은 짓밟힐 수 없다는 신념이 꿈틀거린다. 그는 2013년이 저물어가는 연말, 「드높은 희망High Hopes」이란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버팀목은 분명 희망과 꿈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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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경제를 노래하다 대공황에서 세계금융위기까지 대중음악으로 본 자본주의 “나는 팝으로 경제를 배웠다!” 위대한 팝의 명곡들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 한 시대는 노래로 기억된다. 과거를 추억할 때 마치 배경음악처럼, 당시에 즐겨 듣거나 유행했던 노래가 함께 떠오르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노래에는 그처럼 개인적인 기억과 시대 상황, 분위기가 섞여 들어간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는 이 책에서 1930년대 경제공황기부터 2000년대 세계금융위기까지 경제사를 대중음악을 통해 훑어 내려간다. 지은이는 음악평론가를 꿈꾸던 고등학생 시절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듣고 충격에 빠졌던 경험으로 책의 서두를 연다. 멜로디 전개와 연주에만 매혹돼 있던 그는 한 해외 시사주간지에서 이 곡을 두고 “아메리칸 드림의 상실이라는 주제의식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미국의 뒤안길을 쓰라리게 해부한 노래”라는 평을 읽고는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음악 비평에는 ‘정치와 경제를 포괄한 사회성’이라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 음악의 메시지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시대의 경제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 노래의 대표 격이라고 하면 1960년대 활짝 피어난 미국 경제와 함께 크게 유행한 서핑 뮤직이나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장기 불황에 빠진 영국에서 태어난 펑크Punk 록을 떠올릴 수 있다. 살림이 좋으니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신나는 음악이 유행하고, 살기가 팍팍하니 거침없는 분노를 쏟아내는 음악이 유행하는 것은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시대 상황과 노래가 연결되는 예다. 하지만 대중음악이 늘 이런 식으로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경제 형편이 호황기의 1960년대와 달리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1970년대에, 펑크funk와 디스코 음악이 크게 유행했던 것은 앞서의 공식으로 보아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는 경제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호주머니가 텅 비어 심리적으로 쪼그라든 시절에 춤으로 시름을 잊고자 한 것이다. 지은이는 대공황기의 ‘희망 송’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Over the Rainbow」로 시작해 2000년대 세계금융위기로 경제가 붕괴된 상황이 반영된 그린 데이의 「네 적을 알라Know Your Enemy」로 연결 지으며 책을 마무리한다. 그 사이에 주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상황을 일별하며 영미 대중음악사의 흐름 또한 짚어간다. 한마디로 대중음악사를 통해 경제사까지 파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한다. 대중음악은 경제에 민감한 대중의 정서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노래들은 경제적 현실에 따라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심리를 말해주는 동시에 힘겨운 삶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꿈들을 그리고 있다. 대중음악사와 경제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 상황과 대중음악 이야기도 간간히 등장한다. 오일 쇼크가 강타한 1970년대, 특히 원유가 전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온통 석유 타령이었고 산유국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때 이런 현실을 반영한 정난이의 「제7광구」라는 노래가 나왔던 것이나, IMF 체제 시절 그때까지의 가요계 흐름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던 크라잉 넛, 노브레인 등 펑크 록의 유행, 또 최근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남 스타일」 등이 감초처럼 등장해 국내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뜻 모르고 흥얼거리기만 했던 유명 팝송의 가사를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팝송과 가요 72곡의 중요 가사 부분을 번역해 원어와 함께 수록했는데 이를 통해 당시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상이 절절히 이해된다. 각 곡마다 QR코드를 첨부해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어볼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독서가 청각적 자극으로도 확장되는 셈이다. 시대성과 대중성이 만나 탄생한 팝의 명곡들, 경제를 말하다 대공황기, 희망을 일깨운 노래 한 곡(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뭐니 뭐니 해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주디 갈런드 분)가 불렀던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이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몸을 추슬러 다시 희망의 세계로 이끌어가도록 인도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어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암울한 대공황기의 경제 현실에서 모두가 바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낳았기에 그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당시 미국 대중이 바라 마지않던 신세계, 즉 대공황 탈출과 경기회복에 대한 열망이 깃들어 있는 노래인 것이다. 전후 호황과 록큰롤의 유행(1960년대 미국)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종전 이후 미국 경제는 활짝 꽃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시와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틴에이저가 된 1960년대, 록큰롤의 열풍이 미국을 뒤흔들었다. 미국인들은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그 여윳돈을 텔레비전과 카메라 등 전자제품, 소설책 구입, 영화 관람 등에 쓰기 시작했고 베이비부머들은 이 경제 호황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걸출한 스타의 탄생은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틴에이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소비했다. 「그대의 테디 베어가 될게요(Let Me Be) Your Teddy Bear」 같은 노래는 정확이 이런 주 소비층의 취향을 공략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서부와 서핑 뮤직(1960년대 미국) 1960년대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가 됐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넓은 고용 기회 덕분이었다.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과 낙관, 나아가 쾌락이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정서를 지배했다. 이곳의 음악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서핑 뮤직이었다. 이는 동부 지역에서 유행한 밥 딜런과 조앤 바에즈의 포크 음악과는 양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때 대표성을 획득한 서부의 그룹이 바로 비치 보이스다. 요즘도 여름만 되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서핑하는 미국Surfin’ USA」은 단연코 이 시대 캘리포니아의 주제곡이라 할 만하다. 불경기의 영국 경제가 탄생시킨 그룹 비틀스(1960년대 영국) 비틀스의 초기 히트곡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은) 돈Money(that's what I want)」라는 곡이 있다. 가사는 노골적이기 짝이 없다. “돈이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리버풀의 찢어지게 가난한 노동계급 후손인 비틀스 멤버들은 10퍼센트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저생산성, 잦은 노사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던 영국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도 없고 군대 또한 받아주지 않으니 성공하려면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곧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어Can't Buy Me Love」라는 곡도 부르지만 애초에는 돈을 벌어 가난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에 불탔다. 결국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반 영국의 경기침체와 징병제 해체가 비틀스를 낳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름을 날려버리는 댄스 음악 광풍, 디스코(1970년대 미국) 존 트라볼타 주연의 「토요일 밤의 열기」는 디스코 붐의 기폭제였다. 베트남전 패망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시달리던 미국이었지만 디스코 열기는 뜨거웠다. 원래 디스코는 흑인들이 드나들던 도시의 클럽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흑인 디스코 음악의 스타는 ‘쉭Chic’이었다. 이들의 1979년 빅히트 싱글 「호시절Good Times」은 패전으로 위축되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후퇴를 겪던 이 시절 ‘좋은 시절’을 노래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노래의 가사에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봄날이 다시 왔도다Happy Days Are Here Again」에서 따온 가사가 그대로 들어 있다. 어려운 때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춤추면서 시름과 고통을 잊자는 의도가 녹아 있는 곡이다. IMF 체제에는 분노의 펑크 록(1970년대 말 영국) 1970년대에 경제가 어려운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중음악계만큼은 디스코 열풍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같은 시기 영국은 사정이 달랐다. 경기는 하향세였고 노동조합의 파업은 날로 증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일 쇼크까지 왔다. 1974년에서 77년 사이 청년 실업률은 무려 20퍼센트에 달했다. 청년들은 분노했고 기존 사회질서와 시스템을 조롱하고 혐오했다. 전설의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는 이런 토양에서 태어났다. 일자리를 못 얻어 생계를 위협받고 사회적 존재감이 바닥을 기는 청년들은 세상을 향해 분을 퍼부어댔다. 「영국의 무정부상태Anarchy in the UK」는 바로 그런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곡이다. 재미있게도 한국이 IMF 체제에 돌입한 1990년대 후반, 대중은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로 대표되는 펑크 록에 빠져들었다. 레이건과 대처 시대의 대중 심리(1980년대 미국)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최대한 보장해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하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다. 이는 곧 효과를 발휘해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는 호황 국면을 맞게 됐다. 이윤 추구가 무엇보다 우선시되자 대중 사이에서도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 풍조가 판을 쳤다. 이런 상황의 반영인지 1980년대에는 돈을 주제로 한 노래가 유난히도 많이 등장했다. 198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여권 돌풍을 일으킨 마돈나도 역시 돈을 주제로 한 노래 「물질적인 여자Material Girl」를 불러 크게 히트했다. 가사는 노골적으로 돈을 추종하지만 실은 시대가 낳은 배금 풍조를 역설적으로 풍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레이거노믹스의 뒤안길(1980년대 미국) 레이거노믹스의 성공으로 미국 경제는 호황을 맞이하기 시작했지만, 이 때문에 유탄을 맞은 사람들 또한 수두룩했다. 정부와 기업의 ‘몸집 줄이기’로 미국 전체 공장의 약 3분의 1이 폐쇄되었던 것이다. 레이건 경제 정책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 노동자들은 이제 깨어진 아메리칸 드림을 목도하고 현실을 각성하기 시작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들의 대변인처럼 레이건 시대를 관통하며 미국 노동계층의 현실을 반영한 노래를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그가 1984년에 발표한 앨범 『미국에서 태어나Born in the USA』는 수록곡 중 무려 일곱 곡이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도망칠 곳이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지”라고, 스프링스틴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토로했다. 부의 양극화와 X세대의 등장(1990년대 미국) 부시 시대에 들어와 경제지표는 모든 면에서 악화되었다. 소외계층, 하층민 그리고 취업 연령대의 젊은이들은 이런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로 명명된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버무린 공격성으로 시대를 저주했다. 그들의 절규가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시작된 그런지 록에 나타나 있다. 젊은이들의 분노를 담은 「스멜스 라이크 틴스피릿」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바꿨다. 바야흐로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가 도래했다.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흉물, 쓰레기, 찌질이를 가리키는 속어인 ‘크립creep’, 루저로 여겼다. ‘크립’이라는 제목의 노래는 가장 유명한 라디오헤드부터, 스톤 템플 파일러츠, 티엘씨도 불렀고 너바나 또한 「네거티브 크립」이라는 곡을 불렀다. 이것이 이 시대 ‘불만 청춘’의 정서였던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와 다시 분노한 음악(2000년대 미국) 클린턴 시대에 전후 최대 호황을 누렸던 미국 경제는 2001년 ‘아들’ 부시 취임과 함께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다. 밴드 그린 데이는 2004년 「부서진 꿈의 대로Boulevard of Broken Dreams」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깨졌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5년 후인 2009년에는 한층 강력한 분노를 담은 「네 적을 알라Know Your Enemy」를 부른다. 부의 편중이 갈수록 심해졌고 여기에 따른 대중의 분노도 축적되었다. 극심한 빈부 격차에 대한 분노는 결국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월가 시위’로 폭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