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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에 사는 소녀
2. 도망 3. 구원자들 4. 학교에서 사는 아찔함 5. 들통, 비밀이 드러나다 6.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 7. 잃은 것과 얻은 것 8. 신문에 나다 9. 그 이후로 감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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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외모를 점검하겠다고 화장실에 들르자고 했지. 릴리가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멈춰 섰어.
어떤 여자아이가 손 건조기 아래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거든. 그 아이가 휙 돌아서 우리를 보고는, 당황해서 세면대로 가더니 자기 물건을 후다닥 챙겨서 뛰쳐나가 버렸어. 릴리와 나는 벙쪄서 서로를 바라봤지. “뭐지?” --- p.10 우린 바비보단 패션 인형에 관심 있는 거야. 한때는 바비와 아메리칸 걸이 전부였지. 그게 릴리와 내가 처음 친구가 된 이유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인형 놀이를 하진 않아. 우린 인형 커스텀을 하지. 벼룩시장이나 온라인에서 중고 인형을 사서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해. 얼굴을 새로 칠하고, 머리를 다시 심고, 옷을 입혀. 그리고 온라인에 파는 거지. 제롬은 특히 켄이나 G.I. 조 피규어에 문신 새기는 일을 잘해. 문신 있는 바비도 가격이 꽤 나가지. --- p.13 울고 싶었어. 뭘 해야 할지 몰랐거든. 이런 상황을 대비한 계획은 없었어. 지금 내 발 상태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속도로까지 가는 것도 불가능했거든. 할 수 없이 발을 절룩이며 오두막 세 개를 지나쳤고, 모두 잠겨 있었어. 나는 중얼거렸지. ‘곰한테 잡아먹히겠군. 나중에 사람들은 내 뼈만 발견하겠지.’ 발이 젖은 것이 느껴졌어. 피 때문이야. 넘어졌을 때 발목도 삐었나 봐. 그때 허름한 자물쇠가 달린 지하실 문 하나를 발견했고, 돌을 집어들어 자물쇠를 내리쳤어. 소용없더라. 또 한 번, 더 세게, 그러다 자물쇠가 아닌 손을 쳤지. 비명이 절로 나왔어. 나는 비틀거리며 피가 나는 손톱을 빨았어. ‘그만 하자. 그냥 죽어야겠어. 그냥 얼어 죽자.’ --- p.50 릴리에 대해선 선입견이 있었어. 그런데 내가 완전 틀렸지. 릴리는 마야만큼이나 착했어. 부자고 예쁘고 옷을 잘 입어서 그냥 도도할 거라고 멋대로 단정 지은 거였어. 트레버와 벤이 릴리를 보고 ‘싸구려’라고 욕하는 것을 들었는데, 걔네야말로 무식한 애들이야. 옷 입는 거 보고 그런 소리하는 거잖아. 어쨌든 지금은 릴리를 아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릴리는 절대 그런 애가 아니야. 그리고 릴리가 친한 남자애는 제롬뿐인데, 제롬은 그런 식으로 릴리를 좋아하지도 않아. --- p.181 어느 날, 어떤 가족을 따라 걷고 있었어. 평범한 엄마와 아빠, 꼬맹이 두 명. 바짝 붙지 않고 좀 떨어져서. 그래도 누가 보면 그냥 조금 뒤처진 누나처럼 보일 정도의 거리였지. 그러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애들이 보챘어. “아이스크림 사 줘! 아이스크림!” 나는 메뉴판을 읽고 있었어. 그때 문이 열리더니, 남자애랑 여자애가 나오더라. 둘 다 엄청 큰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깔깔대면서, 녹아내리는 걸 핥고 있었어. 앤턴. 나는 숨을 죽인 채 반대쪽으로 걸어갔어. 귀에서 윙 소리가 나고, 눈앞에서 검은 점들이 빙빙 돌았어.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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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
절실히 들켜야 할 존재 『들키지 않을 거야』는 입체적인 캐릭터와 생동감 있는 문체로 독자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린다. 주얼의 목소리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고 절제되어 있다. 반면에 관찰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마야의 시선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쉽게 놓치기 쉬운 주변의 ‘조용한 외침’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이 작품은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 등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동시에, 또래 친구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울림을 준다. 도망치고, 숨고, 사라지는 존재로만 여겨지던 한 소녀가 결국 들키고 마주 보고 회복해 가는 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움이 절실한 수많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이자, 어른들에게는 귀 기울여야 할 요청이기도 하다. 이 책은 특히 청소년 독자뿐만 아니라, 교육자, 부모,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청소년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단순한 소설을 넘어, 현실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 공감의 감도를 높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가인 모린 가비는 이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아이들이 사실은 가장 절실히 들켜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들키지 않을 거야』는 그 들킴의 순간이 어떻게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며, 우리가 모두 그 ‘들키는 장면’의 목격자이자 동행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