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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음악을 즐기고 지켰던 우리 예인들을 만나다
삼국시대 여옥麗玉 外 11인 고려시대 진경, 초영 외 9인 조선시대|노래 김보 외 29인 조선시대|거문고 김일손 외 20인 조선시대|피리 세조 허오 외 12인 조선시대|해금 광한선 외 2인 조선시대|비파 송태평,, 송전수 외 6인 조선시대|가무 가희아 외 7인 조선시대|음률 박연 외 16인 조선시대|악보 안상 외 5인 조선시대|기타 김운란 외 18인 해설|세월을 건너 살아오는 악인의 향기 찾아보기 |
Hur Kyoung-jin,許敬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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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건너 살아오는 악인(樂人)의 향기
아침에 들은 음악이 하루종일 귓가에 맴돌던 기억, 그 선율을 끊임없이 흥얼거렸던 기억,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음악의 여운은 깊고 강하다. 그 힘은 우선 본연의 ‘정서적 울림’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손쉽게 동조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한 사람에게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정서적 경험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집단 무의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음악이 민족과 세대와 지역을 가르고, 때로는 이들을 분별하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정서적 감응력 때문이다. 동일한 노래를 불렀다는 것, 특정한 음악을 함께 즐겼다는 것은 동시대를 호흡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 점 때문에 노래와 음악은 시대의 공기를 가늠할 수 있는 유력한 징후가 되기도 한다. 악인(樂人)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악인열전』이 원전으로 삼고 있는 자료는 사서, 왕조실록에서 개인 문집과 잡기류, 야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그 안에는 음률을 정비하고 음악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역사적 사실(事實)과 천재적 예인의 행적을 낭만적으로 재현한 일화(逸話)가 공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여기에 수록된 악인들의 배경과 신분도 다양하다. 위로는 왕과 사대부에서 아래로는 천민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오직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녔고, 그 대가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았지만, 사회적 승인까지 얻지는 못했다. 미천한 몸으로 고귀한 예악의 이상을 일선에서 수행했던 악생과 악공, 여기들이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음악적 자존심을 지켜나갔는지, 아닌지는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전기로 자신의 행적을 남긴 음악가들은 탁월한 재능을 지녔고, 때로는 혹독한 수련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이를 충분히 이겨낼 음악적 자존심을 지녔다. 전문성과 직업, 신분이 어긋나는 지점에서부터 남달리 명민한 감성과 의식을 지녔던 음악가의 내면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악인열전』에서 만나는 음악가들은 탁월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세상과는 조금씩 불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태생적 한계에 순응하여 시름만 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기생 출신의 명창 계섬(桂纖)은 자신의 재능을 단순히 소모만 하려는 자에게 의연히 맞섰고, 거문고의 명인 김성기(金聖基)는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 나머지, 가난한 은사의 삶을 자처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 앞에 놓여진 커다란 한계에 굴복하여 미천함에 스스로 몸을 맡기기도 하고, 그것을 넘어서려 세상과 불화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존재적 모순을 창작의 모태로 삼고, 시대가 부과하는 제약을 예술로 넘어서려 했다. 낮은 곳에서 고귀한 임무를 수행했던 이들을 우리는 악인(樂人)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