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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흰 달』을 집필하며
1장. 어둠의 색 10 흰 달 12 모모 14 피가 흐르는 밤 16 동화 18 질투의 핏줄 20 14살 22 새아빠 24 겨울. 그 밤 25 사춘기 26 옥상에서 28 아무도 모르게 30 떡볶이 32 어리굴젓 34 CCTV 36 꿈 38 신은 존재한다. 가장 어두운 시간에 40 두꺼비집 짓기 42 복통에 빠지다 43 오래된 기억 44 사라진 도깨비 46 나에게 47 가슴에 고라니가 산다 48 장례식 50 그 동네 52 우리는 매번 다른 치킨을 먹었다 54 완벽 56 돈 쓰는 법 58 전쟁의 법칙 60 눈을 따라간 사람들 62 스키드마크 64 도둑 66 한겨울 2장. 어둠이 진해지면 뜬다. 저마다의 달이 70 별 모양 이별 72 딸기에 대한 기억 74 사과 76 프랑켄슈타인 78 꿈의 날개 79 어제 새는 살아 있었다 80 여행일지 81 우리는 살았고, 살고 있다 82 뜨거운 한낮 84 집 앞에서 86 A와 새로운 A 87 여름 기나긴 비, 첫사랑 88 눈의 일상 90 늦은 사랑 91 축제 92 사랑에게 지고 싶었다 94 별 이야기 96 하지 못한 말 99 넌 여름 100 상처 102 꽃은 필 수 있다 104 사라진 브레이크 106 오늘 107 게으름이 산다 108 병에 대한 기록 111 잊는다 112 노래하라 114 마주친다 115 불사조 축하의 글 118 단허 양경숙 시인 (낭송가) 120 정혜령 작가 (수필가) 122 남기선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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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수밖에 없는 저 소리
벗어날 수 있는 건 오로지 죽음뿐일지도 모른다 캄캄한 하늘에 달을 띄워서라도 나는 살고 싶었을까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달이 있다 가장 어두운, 또는 곧 사라질 --- p.11 「흰 달」 중에서 내 모습을 내가 볼 수 없어 다행인 이 밤들이 나의 존재를 잔인하게 확인시킨다 --- p.35 「CCTV」 중에서 한 번도 꺼지지 않는 눈의 무게가 짓누르는 들리지 않는 총소리가 묵직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고요하다 --- p.54 「장례식」 중에서 모두 다 가버리고 혼자 남은 그네에 앉아 말없이 흔들리고 있던 밤에도 홀로 뜬 달을 보며 행복해지자고 다짐을 해도 앞은 보이지 않았다 --- p.76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모두 꽃이 피는 과정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꽃이 피는 과정을 설명하고 설명했다 가끔은 꽃을 부정하는 나무를 만났고 가끔은 꽃봉오리를 달고 온 향기 가득한 나무를 보았다 그들은 모두 나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한때 꽃을 피운 사실도 잊은 이들에게 꽃의 이야기는 어땠을까 --- p.102 「꽃은 필 수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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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달』은 기억의 침전물이 빚어낸 암흑의 캔버스 위에 빛이 내리꽂히는 순간의 감정적 진폭을 고요히 수집한 시집이다. 이지선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기 고백적 시학을 넘어 관계와 감정의 복잡한 미세 기류를 시어로 해석하고, 그 안에 감춰진 인간적 고독과 윤리적 책임까지도 담담히 질문한다.
이 시집은 ‘빛’과 ‘달’이라는 보편적 상징을 시인의 고유한 기억과 직조함으로써, 독자에게는 각자의 내면에 도사린 어둠을 직면하게 하는 동시에 그 어둠 속에서도 끝내 떠오르는 희미하지만 단단한 위로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흰달』은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말하는 용기이자, 그 언어가 품은 빛의 깊이에 대한 한 시인의 치열한 성찰이다. 이지선 시인의 『흰달』은 어둠과 침묵,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시집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직 자신 속 어둠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조용한 등불이며, 동시에 우리가 각자의 내면에서 찾아야 할 ‘달’의 위치를 묻는 문학적 나침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