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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 보물선 3. 몽골 희토류 4. 순명 교회 5. 돌아온 설계표 6. 테헤란로의 아버지 7. 재벌집 사생아 8. 토사구팽 9. 오리발 10. 여덟 명의 사진 11. 싱가폴 12. 관상어 13. 닭 잡는 칼 14. 지문 없는 죽음 15. 투신한 이유 16. 공익신고자 17. 파란색 요술방망이 18. 한(恨) 19. 엘사 20. 몰타 호텔 804호 21. 미행당하는 자, 미행하는 자 22. 채석포항 23. 결착 24. 거짓말 25.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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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을 둘로 나눈 어둠 속,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남자의 귓가에 한순간의 실수를 꾸짖는 불호령처럼 속삭이고 있었다. “사장님, 길 회장님 좀 아나 봐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 남자의 뒤로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물었다. 그의 이름은 장갑진. 갑진은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는 초라한 행색의 나이 든 남자를 무시하듯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무게 있고 신중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건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갑진은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 p.13 「프롤로그」 중에서 진우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열기로 가득했던 회의실은 한순간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장범은 굳은 얼굴이 되어 테이블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고, 왕진은 불편한 기색으로 의자에 몸을 움츠렸다. 100조 원의 꿈이 순식간에 안개처럼 흩어지는 듯했다. 그때, 덕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마침내 폭발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두 손으로 그의 셔츠 깃을 움켜쥐고 거칠게 끌어당겼다. --- p.27 「보물선」 중에서 서울에 도착한 상칠의 얼굴에는 피로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승일 빌딩으로 향했다. 울릉도를 떠날 때만해도 장범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빗나갔다. 장범은 이틀 내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12층 대회의실에서 홀로 의자에 앉은 상칠은 창밖으로 보이는 테헤란로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울릉도에서 그가 이끄는 탐사대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러시아 보물선 인양 프로젝트’는 점점 더 의심스러워졌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상칠이 고개를 돌렸다. --- pp.115-116 「토사구팽」 중에서 양손이 수갑에 묶인 채 얼굴과 온몸이 피투성이인 남자가 오피스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입에는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피로 물든 수건이 꽉 동여매져 있었다. 앞머리가 고속도로처럼 훤히 뚫린 대머리가 얼굴을 덮은 핏자국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그의 코뼈는 이미 부서졌고, 오른쪽 눈은 퉁퉁 부어 거의 열리지 않았다. 열 개의 손가락은 방망이에 맞아 모두 끔찍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남자는 벌써 세 시간째 이 지옥 같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 p.147 「여덟명의 사진」 중에서 강력 1팀 형사들이 형기차를 타고 광교산으로 향한 지 약 20분쯤 지나 광교산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다행히 입구에서 사체가 발견된 터라 산을 오래 탈 필요는 없었다. 먼저 도착한 관할 지구대장은 의왕경찰서 무전망으로 정보를 시시각각 전했다. 지구대장 말로는, 오늘 아침 일찍 산에 오르던 등산객이 광교산 입구 계곡 옆을 지나다 움푹 팬 땅에 불쑥 솟아 오른 비닐 덮인 사람 형체를 본 모양이었다. 그 등산객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비바람으로 인해 땅에서 반쯤 드러난 사체였다고 한다. 강력 1팀 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이미 지구대 경찰관들과 과학수사대 감식팀이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 p.206 「지문 없는 죽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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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의 전설을 둘러싼 사기극,
그 끝에 숨겨진 진짜 마트료시카는 누구인가? 《강남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보물선 ‘표토르호’에 실린 100조 원 금괴를 둘러싼 전대미문의 사기극을 그린다. 겉으로는 보물선을 둘러싼 치밀한 사기 사건처럼 보이지만, 껍질을 벗길수록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음을 드러내며 독자를 혼란과 의심의 블랙홀로 빠뜨린다. 현실 수사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의 경험이 디테일을 뒷받침하며, 단서의 교차, 인물의 대립, 그리고 끝없는 심리전으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단순한 추리소설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마트료시카》는 사건을 푸는 이야기이자, 사람을 해석하는 이야기이며, 우리가 믿는 진실은 늘 허상 위에 세워져 있다는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사라진 황금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것을 좇는 사람들이다 한반도를 들썩이게 만든 100조 원 규모의 금괴. 실체가 불분명한 ‘표토르호’를 둘러싸고 사기꾼들이 벌이는 게임은 초반부터 독자의 허를 찌른다. 주인공 박동금은 그들 속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고 수사에 착수하지만, 각본 없는 심리극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치밀하다. 누구는 신념으로, 누구는 돈으로, 누구는 복수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모든 동기는 ‘진짜 목적’을 감추기 위한 마트료시카의 껍질처럼, 겹겹이 덧씌워진다. 마지막까지도 ‘진짜 주범’은 단정 지을 수 없다. 독자는 수많은 진술과 반전, 추적의 실마리 속에서 어느새 박동금처럼 의심하고 해석하는 주체가 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정보가 아닌 심리를 추적한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날 것 같다. 추리가 아닌 ‘설계된 심리 게임’을 그린다는 점에서 《마트료시카》는 한국 범죄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다. 당신이 읽고 있는 진실은, 누군가가 설계한 거짓이다 ‘마트료시카’란 단어 자체가 이 소설의 복선이다. 하나를 열면 또 다른 하나, 그 안에 또 다른 하나가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는 그렇게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함정이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의심의 단서가 된다. 독자들은 사건을 따라가려는 시도에서 점차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따지는 단계로 전이된다. 액션보다 정교한 설계, 대사보다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상황, 그 속에서 박동금이라는 형사는 직감과 냉철함을 오가며 인간을 추적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흥미는 ‘마지막 반전’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전하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가짜를 믿고, 진짜를 의심하며, 진실을 놓치는 그 감각이야말로 《마트료시카》가 주는 가장 큰 스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