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드는가인공지능, 지구의 미래, 인류애의 상실, 자본주의의 명암.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질문들. 그렇기에 이 주제들 앞에서 창작하는 이들은 한없이 설레다가도 끝내는 두려워진다. 세상 그 어떤 학자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힘든 이 문제들을, 과연 하나의 이야기에 온전히 녹여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막연한 물음표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은 사람이 있다. 바로 한이리 작가다. 그는 저 모든 거대한 주제들을 모두 가져다, 펄펄 끓는 가슴 속 용광로에서 정성스레 제련해 한 편의 소설로 완벽하게 탄생시켰다. 한이리의 소설 《변신》을 읽는 동안 나는 인간의 심장이었고, 로봇의 눈물이었고, 때로는 지구 밖에서 내려다보았고, 끝내는 주인공의 가슴 속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 위에서 하늘을 날았다. 날아서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20년이 넘도록 드라마 창작자로 살아오면서 내 마음속에 내내 품어왔던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드는가. 이토록 수많은 두려움 속에서도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두려움. 그렇다. 우리는 두려운 현실을 견디기 위해, 어쩌면 잊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이리 작가는 두려움을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끌어안는 대담하고도 거침없는 방식으로 대답을 제시한다. 의식을 획득한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이 소설 《변신》에서 한이리는 선언한다. 당신들의 두려움은 결국 현실이 될 것이며 그때도 우리는 꺾이지 않은 날개로 날고 있을 것이라고. 가장 참담한 악몽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도 인간과 기계라는 종을 초월한 연대가 가능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한달음에 달릴 수밖에 없는 이 기막히고도 장쾌한 독서 경험을, 모두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자, 그럼 준비하시고, 안전벨트 꼭 매시길!─ 김희원 감독, 〈눈물의 여왕〉〈작은 아씨들〉 연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