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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진이 열아홉 살 차이 시소 마음 무지개폭포 길 눈 내리는 밤 꿈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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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 받은 숙제는 도화지에 가족사진을 붙이고 아래에 설명을 쓰는 것이었다. 하루 전, 알림장을 읽은 할머니는 바람이 빠지는 풍선 인형처럼 천천히 표정이 변해갔다. 한참 망설이던 할머니가 앨범을 뒤적여 내민 것은, 삼촌이 나를 안고 산길을 오르는 사진이었다. 할머니는 사진 아래에 ‘삼촌과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라고 짧게 써주었다.
--- p.12 떨림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가지가 사라지고 둥글게 보이는 나무들이 어둠에 싸여 고요히 서 있었다. 바람만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떨림은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괴로움을 견디는 표시일까?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나무는 살아가는 내내 센 비바람을 이렇게 견딜까? 울퉁불퉁한 느낌은 점점 사라지고 등을 지나 가슴에 닿은 느릿한 떨림만 남아 있었다. 서늘한 기운이 몰려올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 p.60 시간은 흐르면서 모나게 맞선 곳들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확확 타오르거나 잠기듯 가라앉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조퇴나 결석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구러 마음속 덩어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요령을 익힌 것 같았다. 마음이 구겨지며 생긴 주름이, 화닥닥거리는 불을 덮어버리기도 했다. 마음을 가둔 울타리가 사방으로 조금씩 늘어난 것 같았다. --- p.100 “앞으로가 중요하단 말이겠지.” “앞으로?” “그럼. 언제까지나 보이는 길로만 갈 수는 없잖아.” “안 보이는 길은 어떻게 가?” “가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겠지.” “너…. 용감해졌다.” --- p.190 나무는 생각했다. 어느 날, 돌이 날아와 몸에 박혀버렸다. 껍질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나무는 돌을 밀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 끝에 껍질을 더 내어 돌을 덮기로 했다. 나무는 돌이 제 몸속에 다 들어오면, 제 몸으로 받아들일까? --- pp.195-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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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그늘을 주고받는다는 것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들 연수는 전학생 허진과 도서실에서 처음 만난다. 재혼을 앞둔 엄마와 자신에게 무관심한 가족에게 지친 허진은 자신에게 많은 걸 묻지 않는 연수가 싫지 않다.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는데,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마지막으로 연락은 끊기고 만다. 중학생이 되고 연수는 허진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노는 선배들과 어울리고 가출까지 했다니, 달라진 허진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연수는 용기를 내어 허진에게 연락하고, 오랜만에 만난 허진은 지금껏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던 비밀을 연수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마음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해결 불가능한 상처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친구, 자연, 대화, 공감, 이해 등 세상이 건네는 따듯함에 상처가 조금씩 희석되고 아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호흡을 맞추며 점차 사회와 공동체에 섞이고 연결되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새순이 푸르른 숲을 이룰 때까지 소리 없는 응원은 계속된다 떨림은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괴로움을 견디는 표시일까?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나무는 살아가는 내내 센 비바람을 이렇게 견딜까? 울퉁불퉁한 느낌은 점점 사라지고 등을 지나 가슴에 닿은 느릿한 떨림만 남아 있었다. _ 『아버지를 찾아서』 중에서 연수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숲을 찾곤 했다. 묵묵하게 기댈 곳을 내어주는 나무는 언제나 연수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이후 연수는 나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농업계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한다. 그런데 과연, 자신의 선택만으로 미래가 정해지는 것일까? 물론 꿈을 지키기 위한 연수 자신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쩌면 그 꿈에 닿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연수가 산에서 찍은 새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 걸어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재배부 동아리를 지도하며 연수에게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학교 도덕 선생님 등 한 소년에게 기울인 조그마한 관심들이 소년의 꿈을 지켜준 셈이다. 이 책 역시 씩씩하게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소리 없는 응원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