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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어머니의 말씀을 묶으며 1부 땅이 질다고 참깨가 참겠나 세수 무말랭이 호스 났으니까 살지 제 길 해 보면 알지 밭이랑 국 차례 안경 맘대로 안 돼 짜장면 싱거운 이야기 먹방 농사 도둑놈 이유 홍시 고추장 정구지 필리핀산 망고 녹두죽 닭고기 손 아나콩콩 자연인 감기 저승길 지게 길 힘 단맛 백이산 시절 들깨 타작 교장 동테에 얹힌 듯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 식자우환 예쁜 짓 2부 잘난 놈도 없고 못난 놈도 없더라 자지를 잘라 버려 세상에 이종격투기 컬링 골프 축구 야구 쓸데없는 게 어딨어 옛날이야기 최불암 고라니 팔월 닭장 모기 또 속았다 닫는 글 니만 듣고 말지―김상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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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보라고 씻는가?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개가 더버도 털 없이 못 살고, 배미가 춥다꼬 옷 입고 못 사는 기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너그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걷는다.” “내사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그는 우짜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디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이.” “그나저나 무신 일이든 살펴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짓는 나무는 베는 기 아니다. (까치는 애먹인다고 밉다 하더니만.)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하제. 밉다고 다 없애면 시상에 뭐가 남겠노?” “안 볼라 해도 절로 눈이 가는 걸 우짜노? 아무리 솔아도 사람은 기지개 켤 만큼, 닭은 헤비고 보금자리 칠 만큼, 소는 뿔박기 할 만큼은 있어야 살 수 있는 긴데 아무리 짐승이라 캐도 옴다시도 못하게 저리 총총 키우는데 우째 병이 안 나겠노? 요새 사람들은 마음이 비좁아서 짐승도 저리 비좁게 키우는 기라.” “세상도, 세상도, 참말로 숭악하게 변해 간다. 이전보다 잘살게 됐다 해쌓더니 사람이 하는 짓은 마구간 짐승보다 더해져. 너그는 그리 놀지 마라이. 그래야 일만 하는, 죄 없는 소를 잡아 묵어도 덜 부끄럽제.” “세상에 씰데없는 말은 있어도 씰데없는 사람은 없는 기다. 하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나, 여문 넘이나 무른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나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 있고 묵는 놈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 다 있어야 하는 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나. 내사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기 별 다르지 않다. 지 눈에 안 찬다고 괄시하는 기 아이라. 내사 살아 보니 짜다라 잘난 넘 없고, 못 볼 듯 못난 넘도 없더라.” “우짜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감서 살아라 캐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 개라도 입은 한 개니까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 손 두 발 다 비었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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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나”
어머니는 추운 겨울 아침, 꽁꽁 언 호스가 안쓰럽다며 이불을 감아 주시는 분이다. 밭에 잡초가 올라온 걸 보면 꼭 자식들이 아픈 것 같다며 고단한 몸을 이끌고 김을 매신다. 이런저런 걱정하는 모습이 애잔해 그러지 마시라 하면, “걱정도 양식인데 걱정 없이 사람이 살 수 있나?” 한다. 어머니 힘들어하시는 게 보기 싫어서 몇 마디 하면 “안 힘든 일이 있으모 갖고 와 봐라.” 하시고, 평생 지은 농사 지겹지도 않으시냐 이제 그만두시라 하면 “지겨운 게 있는가? 같은 판에서 두는 장기도 같은 장기가 없고, 같은 밭에 같은 걸 심어도 같은 농사는 없는 기다.” 하시며 아들의 입을 막는다. 해학 또한 넘치는 분이다. 아들에게 비가 오겠나 물었다가 모른다 하자, “선생이 배운 게 짧네. 하루 일기도 못 봐서, 그래가 크는 아아들 똑띠 갈치겠나.” 지청구를 준다. 여행 다녀오면서 이웃이 사다 준 망고를 된장에 넣어 끓여 드시고는 무슨 이런 맛없는 과일이 다 있느냐며 타박하는 귀여운 분이기도 하다. 주말농사 짓는 아들이 마늘쫑이 쏙쏙 안 빠지고 끊어진다 하소연하자 “발톱이 붙었는가 잘 봐라. 마늘쫑도 못 빼는 기, 그기 손이가? 발이지.” 나무란다. 저승 갈 때 저승사자가 걸어가자 하면 꼭 택시 타고 가자 할 거라 장담을 하기도 한다. 아들과 어머니의 생생한 대화글이 독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놀라운 책이다. “다 그리 산다” 일상의 이야기,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의 에피소드 몇 개를 묶은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텔레비전에서 본 운동경기 이야기들, 세상 이야기가 나온다. 이종격투기며 축구, 야구, 골프, 심지어는 컬링 같은 경기까지 어머니의 시선으로 다시 보면 완전히 새롭다. 당연하게 여겼던 스포츠 규칙들도 어머니에게 오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된다. 축구 이야기를 할 때는 “공을 두 개나 세 개를 주면 오죽 좋아? 스물도 넘는 사람들에게 달랑 공 한 개를 줘 놓고, 그기 뭐하는 짓꼬? 공이 없는 것도 아이더라꼬. 옆에서 들고 서 있는 놈도 있더마는.” 하는 식이다. 야구 경기는 “울타리를 넘어가는 기 그리 좋으모 울타리를 좀 땡기모 될 꺼 아이가. 또 받는 기 그리 좋으면 공을 살짝 솟구치게 치면 될 꺼 아이가. 밥 묵꼬 그것만 하는 것들이 그것도 못 해.” 그런다. 어머니 말씀을 듣기 전에는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골프를 두고는 “그 너른 들에 보리만 갈아도 한 동네는 묵고 살겄더마는 그 짓을 하데. 그짓 않고는 못 사는지 몰라도 그 널찍한 땅이 내사 마, 똑 아까바 죽것더라 와.” 하신다. 운동경기라는 것이 누가 더 센가, 잘하나 가리기 위해 하는 것인데, 어머니는 이런 ‘경쟁’이라는 생각 자체가 낯선 것이다. “우짜든지 사람이라 카는 것들은 모이기만 하면 싸울라꼬 용을 써.” 당연한 것을 다르게 보고,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선, 참으로 귀하고 감사하다.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나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게지 그렇게 사는 게지 평생 흙을 만지며 살아온 어머니 말씀은 맹물처럼 단순합니다. 그러나 바람처럼 제 길을 찾아 갑니다 생짜배기로 세상을 익힌 어머니 말씀은 울퉁불퉁한 세상을 바라보고 만지며 나직하게 가라앉습니다. 살아 보니, 그런 대로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