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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고형렬 이혜주 그림
보림 200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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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문고

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지금 막 사랑에 눈뜬 소년을 위하여
2부 아이의 꿈 어른의 꿈
3부 어린 날의 복숭아나무
4부 세상과 마음속의 시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2쪽 | 352g | 153*224*20mm
ISBN13
9788943305710

책 속으로

신부의 모습은 초가을 하늘 색과 대비되는 무궁화 꽃잎 색처럼 맑고 깨끗합니다. 이제 신부는, 옆에 있는 낯선 한 남자와 떠나려 합니다. 금빛 방울이 딸랑이는 슬픈 소리는 멀어지고 햇살은 금빛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꿈결처럼 눈이 부신 가운데 남자는 문득, 한 여인이 나와 함께 길을 간다고 생각합니다. 아, 내 옆에 가고 있는 그 여인은 무궁화 꽃입니다.

나와 함께 길을 가는 여인, 얼굴이 무궁화 같네.
왔다갔다 거닐면 패옥 소리 잘가당잘가당.
어여쁜 강씨댁 맏딸이여, 기리는 말 끊임없겠네.

유난히 나에게 잘해 주던 친척 누나가 결혼을 하는 날, 왠지 기분이 울적해진 적이 없습니까? 그럴 땐 괜히 하늘을 쳐다봅니다. 혼자 방에 들어가 뭔가를 끼적거리기도 하고요. 종이가 아니더라도 마음에 기록하여 남기기도 합니다. 어쨌건 그 순간 무언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거기에서부터 시는 시작됩니다.
슬픔이나 이별의 아픔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혼자 배우고 겪어 알게 되는데, 그러한 감정을 잘 표현한 것이 시입니다. 아릿한 마음의 파편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한 조각은 내 마음에서 부서져 나오는 것이기에,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좋은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나, 시를 감상하는 사람이나, 사람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를 감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감정으로, 시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눠 보고자 하면, 좋은 시가 우리 곁에 다가와 오랫동안 머무를 것입니다. 이렇게 자꾸 시를 감상하다 보면, 나중에는 글로 표현된 것 이상의 그 무엇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시인이 의도한 것과 달리 해석해도 좋습니다. 그러한 해석과 감상은 나만의 것이니까요.
시를 잘 읽는 일은,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 시를 읽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고 해석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시적인 존재들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땅 위의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러한 시적 존재들입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1. ‘나의 시경 이야기’
일찍이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과 더불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편했다고 하는(정확하지 않음) 《시경(詩經)》은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내지 3000여년 전 4,5백 년 동안 고대 중국에서 불려진 민요를 중심으로 사대부들의 시가 및 제사 지낼 때 부른 송가들을 묶은 책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 책,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는《시경》에 관한 본격적인 감상서라든가 해설서와는 거리가 멉니다. 다양한 주제의, 305편의 시가 실려 있는 《시경》은 중국 고대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으로서 가치가 논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시경》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전혀 새롭게 읽은 지은이 고형렬 시인의 ‘나의 시경 이야기’입니다.

1. 2500여 년 전의 오래된 시집에서 오늘, 시인이 느끼는 것은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 시의 마음
“내게는 늘 책상에 두고 즐겨 읽는 시집이 있습니다.(...)《시경》에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과 천진함, 아름다운 꿈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들을 읽노라면 늘 가슴에 부드러운 바람이 일렁이는 듯합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옛 시의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때로는 아득히 먼 옛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머리말>에서)
지은이 고형렬 시인이 보기에 저 까마득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사랑’, ‘사랑을 기리는 마음’ 바로 ‘시가 깃드는 마음’입니다.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지만 인간의 본성, 사랑의 본질만은 변하지 않았음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에게는, 아주 오래된 인간의 감정과 정서의 보물창고인《시경》의 300여 편 시의 주된 주제도 결국 ‘사랑’이라 여겨집니다. 하여《시경》의 많은 시편 중 특히 그가 즐겨 읊는 시 21편(한 편은《논어》에서)의, 순수하고 소박한 사랑의 풍경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와 더불어 우리는 2500여 년이라는 먼 시간과 공간을 넘어 황하에서 물수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녀를 향한 그리움에 애타는 ‘그’가 되기도 하고, 떠나온 고향 마을 동구 밖을 서성이며 끝내 오지 않은 첫사랑 그녀를 기다리는 내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에 괴로워하는 ‘그'와 내가 되기도 하고요. 2500여년의 시공간을 넘어 시를 읽는 사람과 시를 쓴 사람은 한 편의 시를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의 지은이인 ‘나’는 때로는 한 소년으로, 그리고 어버이자 시인으로 우리를 저 먼 시간 너머 마음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1. 이제 막 사랑과 인생에 눈떠가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 책이 사랑시, 연애시 혹은 그 감상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닙니다. 세상 모든 일의 근본, 즉 사랑의 마음을 갖추면 이제 눈길은 나와 다른 이들의 마음의 켠켠, 세상 구석구석까지 두루 미치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진솔하게 표현된《시경》을 들추며, 그들의 꿈과 사랑, 혹은 슬픔과 상처를 더듬어보며 ‘나’는 자신의 마음, 유년 시절의 기억에도 잠깐씩 머무릅니다. 첫사랑에 마음 설레던 소년은 이제 청년을 거쳐 아버지가 되어 젊은 날의 자기 아버지의 꿈과 슬픔을 헤아려 보는 것이지요. 2500여 년 전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옛사람들의 노래에서 바로 우리 아버지들의 꿈과, 현실에서 그 꿈을 접어야 하는 비애, 슬픔을 아프게 느끼기도 합니다. 젊은 날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아비로서 더욱 아비를 이해하는 ‘나’의 마음을 좇아가다 보면 우리도 인생에 대해, 어버이 세대에 대해 한결 속깊은 이해를 하게 됩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시경》의 〈기수 물굽이〉시편에 나오는, 장강(長江)의 물결에 ‘절차탁마’(깎고 다듬고 쪼고 가는) 하는 거대한 바위처럼 소년은 이제 자신을 갈고 닦으며 인생과 세상에 눈떠가는 것이지요.
그 눈길은 250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떠도는 외지를 떠돌던 옛사람의 추운 마음뿐만 아니라, 오늘 서울 한강변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한 남자의 얼어붙은 동전통에까지 가닿습니다. 바로 작은 것도 살피는 시인의 눈, 시인의 마음입니다.
쉽게 변하는 사랑의 풍속도, 그리고 얄팍한 인간관계에 익숙한 오늘 우리가, 특히 우리 아이들이 가졌으면 싶은 사랑의 마음, 시의 마음입니다.

1. 친절하지 않은 문학 감상서, 참고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시, 소설 같은 문학작품도 시험을 의식하며 읽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읽을거리가 된 현실입니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앞서 정답을 따지는 형편이지요. 그런 기준에서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친절한 참고서가 아닙니다.
이 책에는 시를 해석하는 공식도 정답도 없습니다. 시인인 이 책의 지은이는 오히려 시인이 의도한 것과 달리 시를 해석하라고, ‘나만으로 눈’으로, ‘나만의 마음’으로 새롭게 읽으라고 권하고 있을 뿐입니다.
“백 사람이 읽어도 그 모습이 다 다른 추억과 꿈들을, 시는 불러내어 줄 테니까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시를 짓고 느낄 수 있는 마음, 시의 마음〔詩心〕이 있습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시의 마음을 발견하고 건드리고 일깨우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시의 마음이, 시 속의 마음을 저절로 따라가기도 합니다.”
“시를 잘 읽는 일은,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 내는 일”이며, “시를 쓰는 사람들, 시를 읽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고 해석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결국 각자가 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은이를 따라 마음길을 좇다 보면 문득 시의 바탕을 이해하고, 시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바, 시를 짓거나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본 바탕을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1. ‘가정의 달’ 5월에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시가 있습니다. 어른들의 마음에도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시를 읽는 사람, 시를 쓰는 사람, 그리고 시를 아는 사람은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입니다. 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 주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이 봄에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꽃 한 송이를 피워 보았으면 합니다.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 주는 시, 그리고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버이와 자식간의 따뜻한 나눔의 시간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한층 깊어진 눈으로 어제와 오늘을 살피게 하는 이 책은, 분명 어버이와 아이들 모두에게 풍부한 생각거리, 얘기거리를 안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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