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로우가 찾아오다
2. 첫눈이 오기 전 보름달 3. 매킨토시 레인으로 4. 스쿼럴, 살아 있는 열매를 찾아내다 5. 미스 히코리의 선행 6. 헛간 소식 7. 도망간 새끼 사슴 판 8. 와일드 하이퍼의 저녁 식사 친구 9.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다 10. 자신의 그림자를 본 마멋 호그 11. 하늘로 날아오른 미스 히코리 12. 옷을 벗은 황소개구리 13. 또다시 집을 잃다 14. 스쿼럴의 복수 15.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부록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환상의 공간 |
그녀의 머리는 유난히 뾰족한 코가 달린 히코리 열매로, 두 눈과 입은 잉크로 그려 넣은 것이었다. 몸은 사과나무 가지였는데 두 팔과 다리, 손과 발까지 있었다. 그리고 몸에 열매 머리가 접착제로 단단히 붙어 있었다. 미스 히코리는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인 체크무늬 면 원피스를 입고, 주름 장식이 달린 하얀 모자를 턱 밑으로 맵시 있게 나비매듭을 지어 쓰고 있었다. 미스 히코리를 처음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힐스버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미스 케투라가 앤에게 만들어 준 컨트리 인형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pp.7-8
“헛간 말이야.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자정이면 헛간에서 굉장한 일이 일어나잖아. 우리 엄마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데려가서 보여 주었어. 우리 같은 동물이나 날짐승들만 볼 수 있지. 크거나 작거나, 야생이거나 길들여졌거나, 땅에 있거나 하늘에 있거나 우리 모두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헛간으로 가. 누구도 자기보다 큰 짐승을 두려워하지 않아.” “난 동화를 들으며 잘 나이는 지났어.” 미스 히코리가 발끝까지 이불을 단단히 여미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 터무니없는 이야길 다 믿는다면 스쿼럴 너나 가 봐.” ---p.83 이제 미스 히코리의 머리는 스쿼럴에게 거의 다 먹혀서 말을 할 수 있을 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봐. 네가 바라보던 저녁놀과 산! 숲에서 얻은 좋은 옷과 여러 친구들! 언제든 따 먹을 수 있는 수많은 먹을거리들! 너에게 친절했던 이웃들! 그런데 넌 남들을 위해 뭘 했지? 아, 네가 부인자선협회를 설립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그것도 네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거였어. 넌 평생 이기적으로 살았어. 네 딱딱한 머리도 안 내주려고 했어.” ---p.133 |
『미스 히코리와 친구들』은 인형 중에서도 인간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빼닮은 인형 미스 히코리가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작가 캐롤린 셔윈 베일리는 자신이 사는 미국 뉴햄프셔 주 사과 농장을 배경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히코리 인형을 주인공 삼아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책에 나오는 장소에 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개성 있는 동물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어디선가 곧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주인공 미스 히코리는 편리한 기술과 문명에 기대어 자연은 외면하고 인간의 이성만 높이 사는 고독한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로지 자신만이 중요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한 자녀 시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똑 닮아 있다. 친구의 말을 믿기는커녕 친구 따위는 필요 없다고 여기는 고집불통 미스 히코리는 까마귀 크로우, 고양이 미스터 T. 월라드-브라운, 암꿩 헨 등 여러 동물들과의 만남과 놀라운 자연의 기적을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독자들은 미스 히코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자연과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저절로 자연의 생명력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미스 히코리와 친구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 모래로 모래성을 쌓고, TV에서나 겨우 동물들의 생태를 배우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이 선사하는 진정한 감동을 느끼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