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0
흑백사진 사람의 교회 범종공장 거푸집 1200 ℃ |
이재찬의 다른 상품
|
여고생의 교복 상의는 아이보리 색의 반팔 블라우스였다. 회색 칼라가 금기인 듯 빳빳했다. 짧게 줄인 회색 치마 아래로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고생이란 얼마나 흥분되는 존재 인가!
--- p.1 경찰이 수첩을 펼칠 때 그 안에 여고생에 대한, 그동안의 탐닉이 적혀 있는 것 같았다. 그 후 여고생을 자제해 왔는데 이젠 임계점을 넘었다. 발자국이 삼거리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간다 면 오늘은 상상만으로 끝날 것이다. 오른쪽으로 온다면 오랜만에 여고생을 만끽할 것이다. --- p.2 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말수가 많아지셨다. 건설업을 했던 아버지는 집 네 채를 사남매에게 하나씩 분배하셨다. 사회적인 문제로 나름 고민 좀 했던 막내 놈이 명절 때 가족이 모인 자리 에서 “분배란 결국 가진 사람들끼리 하는 잔치”라고 말했다. 결국 제 놈도 집을 한 채 받을 거면서. 그것도 가장 비싼 동네에 위치한 집을 갖겠다고 했으면서. --- p.14 하과장이 안방으로 들어가서 장롱 서랍을 열었다. 사진첩을 20년 전으로 넘겼다. 군대 동기들 다섯 명이 찍은 사진에서 멈췄다. 혈기왕성한 남자 다섯 명. 인간과 짐승의 교집합이 가장 팽 창했던 시절. 진짜 짐승이 되거나 가짜 인간이 되는 갈림길에서 다섯 명의 동기들이 사슴의 눈빛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 p.34 남편은 시간이 흐르자 옥선에게 고통을 배설했다. 지인들은 옥선에게 강한 여자라고 한다. 미 용사인 친구, 경자는 옥선에게 남자를 그만 만나라고 조언했다. 부모 복도 자식 복도, 남자 복 도 태어날 때 받아오는 거라면서 받지 못한 복을 쫓아봤자 네 몸만 부서진다고 말렸다. 옥선은 남자 없이 못 산다. 남자 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 --- p.71 “남은 형기 잘 채워라. 강간당하지 말고. 내가 좋은 팁을 알려줄게. 누군가 널 강간할 기세가 보이면 자기 전에 항문에다가 안티푸라민을 발라. 그러면 다시는 안 할 거야. 그것보다 더 강 력한 걸 원하면 맨소래담로숀을 발라도 되고. 바셀린 말고 안티푸라민이다. 바셀린 바르면 큰 일 난다. 매끈하고 죽이는 똥구멍이라고 소문이 퍼질 거거든. 그러면 너도나도 쑤실 거고, 교 도소 최고의 남창이 되겠지.” --- p.131 백두태가 종을 쳤다. 종구에서 나온 진동이 백두태의 몸을 휘감았다. 처음 종을 치기 시작할 때 선배들이 종을 적당히 치면 종에서 나오는 기운이 자지로 들어와 정력이 강해진다고 말했 다. 종을 오래 치면 쇠의 기운이 결국 자지를 주저앉힐 거라면서 이 일을 오래 하면 안 된다 고 했다. 백두태는 근거없는 그 말이 진실이어서 자신의 어두운 기운이 주저앉길 바라는 심정 으로 종을 친다. --- p.137 누군가의 말에 동기들이 걸음을 멈췄다. 욕망은 멎지 못했다. 여고생이 파란색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논이 끝나는 첫 번째 집이었다. 동네에서 제일 높은 3층짜리 집에 여고생이 들어가면서 불이 켜졌다. 동기들은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상황으로 해석했다. 부모님은 장사 를 하고 있고 집에 아무도 없다면 외동딸이란 말이다. 동기들이 논둑길로 나갔다. 모두가 두 려워했다. 모두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모두가 절실했다. --- p.228 술이 줄면서 회원들은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가면은 섹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어 떤 가면은 구석에 마련된 소파 베드에 앉아 타인들의 동물성을 관전했다. 실행과 관음을 엮으 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한 커플은 여자끼리 69 자세로 서로의 음부에 얼굴을 묻었다. 주최 자가 두 여자에게 다가가 이곳은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곳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상대의 얼굴도 신분도 생각도 모르고 하는 섹스는 알고 하는 것보다 열렬했다. 본능 속으로 깊이 침 투하면서 가면들은 원생동물이 되었다. 진화의 껍데기가 가면 속으로 자취를 감추면서 분위기 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 p.248 선과 악은 한 몸인 거야. 하느님인 거야. 다니엘이 예언했잖아. 종말에 가서 하느님과 마귀 사 이에 치열한 전투를 벌일 거라고. 그건 하느님과 마귀가 벌일 전투가 아니라, 하느님 내면의 선과 악이 벌일 전투야. 적그리스도 또한 그리스도지. 신이 인간을 창조했으니 하느님이 스스 로를 표절해서 만든 인간은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지. 그게 섭리야. --- p.253 |
|
누군가 자살한 이들의 사진을 찍어 하과장에게 보낸다. 자살로 처리됐기 때문에 경찰이 더 이상 수사하지 않는 사건들이다. 자살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찍어 하과장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을까? 자살이 아니라면 누군가 마취를 시켰거나 독극물을 먹인 후 자살로 보이기 위해 조작을 해 놓고 죽였을 것이다.
하과장의 기억은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인간과 짐승의 교집합이 가장 팽창했던 시절. 진짜 짐승이 되거나 가짜 인간이 되는 갈림길의 남자 다섯 명. 그 중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죽었고 누군가 하과장에게 그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면 사진을 보낸 놈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음의 원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과장은 정직 중인 부하를 불러내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지는데……. |
|
감정 과잉을 제거한 한국적 느와르 소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 말종들이 나온다. 성추행범부터 강간범, 도둑놈, 사기꾼, 폭력범, 살 인범 그리고 연쇄 살인범까지. 말종은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 이 소설 속 말종들은 죽을 때까지 말종이다. 여러 말종 중에서도 특히나 연쇄 살인범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은 같은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이질감이 느껴져 ‘살인종’으로 따로 분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워 진다. 진짜로 연쇄 살인범들은 이런 존재들일까? 우리와는 다른 인종인가? 〈살인종〉은 정통 장르 소설처럼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재미보다는 근래 한국 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인간 말종들의 날 것 그대로의 말종 짓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여고생의 교복 상의는 아이보리 색의 반팔 블라우스였다. 회색 칼라가 금기인 듯 빳빳했다. 짧게 줄인 회색 치마 아래로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고생이란 얼마나 흥분되는 존재인가!”는 프롤로 그부터 범상치 않다. 각양각색의 인간 말종들을 접할 때마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후두려 까인 기분이다. 이 시대가 원하는 힐링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정교하고 복잡한 플롯도 중요치 않 다. 주인공은 물론 모두가 감정이입이 꺼려지는 인물뿐이다. 여기서는 살아남은 모두가 인간 말종이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내 안의 어둠을 의식하게 된다. 선과 악 은 한 몸이다. 연쇄 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는 어두운 도시의 냉혹한 현실과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진실을 좇는 하과장의 이야기는 무겁고 서늘하다. 자살로 처리된 사건 들, 그러나 누군가 찍어 보낸 사진이 모든 의심의 시작이 된다. 20년 전의 기억과 현재가 교 차하며 인간과 짐승의 경계에 선 다섯 남자의 과거가 드러나고, 비공식 수사는 어둠의 심연으 로 독자를 끌고 간다. 날카로운 문장과 냉혹한 시선,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진정한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묵직한 매력이 살아있는 이재찬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 으로, 날카로운 문장과 묵직한 전개가 돋보이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과 윤리에 대한 묵 직한 철학적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자살로 위장된 의문의 죽음들, 그리고 그 죽음을 기록한 사진들이 연쇄적으로 주인공 하과장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죄의 흔적을 지우 고 자살로 조작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는 왜 하과장을 상대로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일까? 하과 장은 이 의문을 안고 과거로 돌아간다. 20년 전, 인간과 짐승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던 다섯 명의 남자들. 그 중 일부가 죽고, 그 죽음은 현재와 이상하게 겹쳐지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빠르고 집요하다. 비공식적인 수사, 조직 밖의 움직임, 그리고 또 다시 이어 지는 죽음. 하지만 이 소설이 주는 진짜 긴장감은 '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왜 죽음을 만들 어냈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는 인간 존재의 이중성과 윤리의 불확 실성, 그리고 정의와 복수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선과 악은 한 몸”이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계관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의 악 역시 신의 일부이며, 그 안에는 마귀 또한 함께 존재한다는 역 설적 논리. 이 설정은 선악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작가는 종교적 상징과 존재론적 질문을 교묘히 엮어가며, 독자에게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불안정한 질서를 제시한다. 하과장은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도 아니고, 냉혈한 형사도 아니다. 그는 과거의 기억과 죄책감, 그리고 분노 속에서 갈팡질팡하며,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복잡한지를 드러 내는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방식이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역시 이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짐승이자, 또 하나의 가짜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은 범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인간과 사회, 신과 윤리, 죄와 벌이라는 무거운 주 제를 탐색하는 사유의 장이다. 독자에게는 단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재미를 넘어, 삶과 죽음, 정의와 악의 본질을 묻는 내적 충격이 남는다. 작가가 던진 질문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죽였는가'보다 중요한 건, '왜 죽음을 만들었는가'라는 이 소설의 가장 깊은 외침이. 『살인종』은 단순한 범죄 추리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왜 인간은 죽음을 선택하는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자살 로 위장된 연쇄 살인을 쫓는 하과장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그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사건이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죽은 자들의 마지막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져 있다는 점은 단순한 범죄 이상의 불쾌한 기시감을 남깁니다. 사진이라는 증거는 차갑고 냉정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절박함과 침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하과장뿐만 아니 라 독자에게도 깊은 불안과 질문을 던집니다. ‘정의는 누구의 시선으로 정의되는가’, ‘우리는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들 말입니다. 『살인종』의 진짜 힘은 이 모든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층 적인 모습들을 드러낸다는 데 있습니다. 20년 전 인간과 짐승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다섯 남자 들의 삶, 그 안에 숨겨진 폭력과 침묵, 복수와 죄책감이 현재의 사건들과 교차되며, 독자는 점 점 더 이 불편한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이 소설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인간성의 본질과 마주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 세계, 피해자와 가해자가 교차하 는 서사 속에서 독자는 판단을 유보하고 성찰하게 됩니다. 『살인종』은 결국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답은 쉽게 주어지지 않지만, 독자는 그 질문을 끌어안은 채 책장을 덮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