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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황소자리 2005.06.17.
베스트
역사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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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 머리에

기생:개쌍놈도 데리고 노는 민중화의 세상이라
고무신: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
성병약:화류병은 문명의 병이다
영어:입신의 기초이며 출세의 자본이라
아지노모도:끄내라, 끄내! 밥상 드러온다
과자:포켓트에 너흘 수 있는 호화로운 식탁
산아제한:'가정화합의 벗' 삭구를 아시나요?
전쟁:캬라멜도 싸우고 있다
창씨개명:나의 조선 이름은 촌티가 나서...
영화:촤뿌린씨의 눈물과 웃음, 거리의 등불은 빛난다
자동차:제갈량의 목우유마냐 옥황상제의 용마냐
라디오:문명이 운다 조선의 라듸오!
위생:건전하고 매력 있는 살바탕을 맨드러야
박가분:부인 화장계의 패왕
백화점:백화점 승강긔 바람에 억개가 읏슥하다
술:맥주는, 가로대 자양품이라
커피:양탕국이냐, 독아편이냐
손기정:축! 마라손 왕 손남 양군 만세
전당포:훈장 3원, 요강 50전
바리캉:경제계의 대복음, 이발계의 혁명
양장:유방을 해방하자
포르노그래피:밤의 쾌락을 맛볼랴는 남녀에게 권함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1963년 서울 출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경북 김천으로 내려가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며, 서울에 올라와 대학을 졸업한 뒤 중앙일보 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주로 문화부에서 출판, 문학, 미술, 영화, 방송 등을 담당하면서 문화계 뉴스와 인물들을 취재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미술 전문 출판사 '학고재'에서 일하면서 우
1963년 서울 출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경북 김천으로 내려가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며, 서울에 올라와 대학을 졸업한 뒤 중앙일보 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주로 문화부에서 출판, 문학, 미술, 영화, 방송 등을 담당하면서 문화계 뉴스와 인물들을 취재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미술 전문 출판사 '학고재'에서 일하면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책을 만들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신문에 실린 광고를 분석해 당대의 풍경을 되살려놓은 역사서『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와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교재『글쓰기 걱정 뚝』을 썼고, 프로방스에서 보낸 100일의 기록을 담은 『아름다운 시절』을 펴냈다. 첫 저작인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준비위원회가 심사한'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에 선정되어 독일 구텐베르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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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91쪽 | 680g | 153*224*30mm
ISBN13
9788991508057

책 속으로

변화의 소용돌이가 단발령과 창씨개명에 이르자 조선인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진다. 그러나 ‘내 목을 벨지언정 내 머리카락을 자를 수는 없다’는 비장한 외침은 ‘경제계의 대복음, 이발계의 혁명’을 운운하는 바리캉 광고에 파묻힌다. “성까지 왜놈을 따르지 않으면 못 사는 세상에서는 살기 싫다.”는 결연한 의지도 소용이 없었다.

광고는 1억 동포가 기다리던 창씨가 실시되었다면서 ‘좋은 창씨는 자손까지도 혜택을 입게 된다’고 독자들을 꼬셨다. 주소지가 도쿄인 일본성명학관은 엽서로 주문을 받았다. 1인당 선명료選名料를 1원 50전으로 제시한 광고는 막판 떨이라도 하려는지 ‘요금은 아모 데도 업는 특별할인’을 강조했다.

--- p. 139

기생|개쌍놈도 데리고 노는 민중화의 세상이라 / 바리캉|경제계의 대복음, 이발계의 혁명
창씨개명|나의 조선 이름은 촌티가 나서…… / 영어|입신의 기초이며 출세의 자본이라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의 지배를 받으면서 한반도는 극심한 지각 변동을 겪는다. 그 변화에 가장 민감했던 이들은 기득권층인 양반들이었다. 양반의 전유물인 기생이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해 ‘기생 서비스료 광고’를 신문에 내자 양반계층은 ‘개쌍놈도 데리고 노는 민중화의 세상’을 개탄한다.

‘민중화의 시대다. 학문도 민중화, 정치도 민중화, 모두가 다 민중화하는 이 시대니 어찌 기생이라고 민중화가 아니되랴. 옛날은 관기라 하야 군수 사또가 아니면 데리고 놀지 못하든 기생이 일조에 양반정치가 끊어지고 섬 건너 양반정치가 된 뒤로 아주 철저히 민중화가 되어 인제는 개쌍놈의 아들이라도 황금만 가젓으면 일류 명기를 하루밤에 다 데리고 놀 수 잇게 되었다.’

--- p.13

열강들 틈에서 제자리 하나 보전하지 못하고 나라를 빼앗긴 조선은 뒤늦게 어학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시대의 변화와 출세의 고속도로를 타려는 이들의 심중을 광고는 놓치지 않는다.

‘영어는 출세의 자본. 라디오 신문 잡지 지금에는 제군의 신변에 영어의 홍수다. 이것을 아지 못하면 현대 처세도 마음 안 노인다. 함을며 입신출세를 꿈꾸는 청소년 제군에게 잇서서는 영어는 제일 중요한 자본이다.’

--- p.62

고무신|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 / 박가분|부인 화장계의 패왕
양장|유방을 해방하자 / 위생|건전하고 매력 있는 살바탕을 맨드러야
성병약|화류병은 문명의 병이다 / 전당포|훈장 3원, 요강 50전

1인당 한 해 평균 70켤레를 소비하는 부동의 1위 짚신을 단숨에 제쳐버린 고무신은 광고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거북선표 고무신’은 ‘일년 사용 보증, 버선에 뭇지 안는 것, 뒤축이 달치 않는 것, 가벼워 신기 편한 것’이라고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별표 고무는 한술 더 떠 ‘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는 믿기 어려운 광고를 내놓았다.

근대는 여인네들의 가슴도 두근거리게 했다. ‘살빗치 고아지고 풍증과 땀띠의 잡틔가 사라지고 윤택하여 집니다.’ 요즘말로 하면 ‘화이트닝’ 기능을 강조한 ‘박가분’은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었다. ‘박가분’ 외에도 ‘마음대로 아름답게 피는 위생상 유효한 무연백분’을 헤드카피로 뽑은 ‘레도 백분’, ‘근대인에게 향기로운 선물’을 자처한 향수 ‘헤찌마 고론’ 등과 같은 화장품들이 부인네들을 유혹했다.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여인들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여인들은 가슴을 옥죄던 한복에서 벗어나 통치마와 양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얼굴을 가리던 쓰개치마는 양산으로 대체되었다. ‘문명인은 비누로 신체를 정결케 하지만 야만인은 비누를 먹어버립니다.’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광고는 비누를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했다.

비누와 치약은 위생관념이 형성되기 시작한 근대의 산물이다. 청결은 곧 전염병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책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광고는 위생 교과서 구실을 했다. 비누와 치약 광고가 그 선봉에 섰다.

--- p.227

출판사 리뷰

개쌍놈도 데리고 노는 민중화의 세상, 강철 고무신 거리를 활보하다.

지금 우리에게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처럼, 근대의 여명기 독자들에게도 신문 한 부씩이 매일 아침 대문 앞으로 배달되었다. 그 신문 한켠에서 강철 고무신이 활보하고, 맥주는 ‘자양품’으로 커피는 ‘양탕국’이 되어 갈증 난 근대인을 유혹했다. 한복 저고리를 개량해 ‘유방을 해방하자’던 여성들은 깊숙이 숨겨둔 발목마저 드러내 사람들을 아연케 했다. 만화방창한 시절 이 땅 뭍 남성들은 ‘꽃보다 다리 구경’이라나 어쨌다나.
‘섬나라 정치가 들어온 탓인지’ 음란해진 사회분위기를 걱정하는 가운데도 신문 1면에는 기생들의 근하신년 광고가 들어선다. 그 한 모퉁이에는 ‘밤의 쾌락을 맛볼랴는’ 이들에게 권하는 이상야릇한 포르노그래피 책 광고가 자리를 잡았다. 외국어 특히 영어는 ‘입신의 기초, 출세의 자본’으로 통용되었고 그때 이미 세계화, 스피드 시대를 견인했다. 신문광고로 본 한반도 근대의 풍경이다.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신문지면의 부속품으로 치부되던 신문광고를 파헤쳐 근대인들이 욕망하던 것, 그리고 그들에게 강요됐던 모든 것들을 낚아챈다. 광고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단발령, 창씨개명, 아관파천, 태평양전쟁과 같은 근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근대의 일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근대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다
그러나 근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풀어야만 하는 오해가 하나 있다. 한반도를 방문했던 소위 ‘문명국’ 인사들이 남긴 사진들에서 받는 깊은 인상이 그것이다. 머리에 물동이를 지고 짧은 저고리 사이로 유방을 드러낸 여인(346쪽), 지게 가득 짚신을 지고 가는 노인(35쪽), 별 볼일 없는 장터를 가득 메운 사람들(358쪽). 초라하고 생경한 그 모습은 우리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중압감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따름이다. 혹은 원시 부족을 보는 듯한 외국인의 시선에 쉽게 동화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근대에 대한 철저한 무지만이 남았다. 도도히 흐르던 역사의 한 줄기는 이렇듯 일제 강점기라는 습지대를 만나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날벼락처럼 떨어진 ‘근대’와 ‘식민 지배’라는 현실에서도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모습을 복원해 망각의 습지대를 메운다.

역사를 정색하고 얘기하면 잘 안 듣잖아. 광고로 그 시대를 얘기해 보면 어떨까?
흔히들 광고를 ‘산업사회의 꽃’이라고 한다. 산업사회의 기점을 근대라 한다면 그 시절의 광고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역사책이다.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수백 컷의 신문광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 땅 한반도의 근대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신문은 ‘캬라멜도 싸우고 있다’는 광고를 내보낸다. 그러면서 총후(후방)를 강화하기 위해 영양이 풍부한 과자를 섭취하라고 떠들어댄다. 한편 병참기지 조선에서 군수물자인 병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일제는 출산을 장려한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반 가정에서는 ‘부인네 일생의 정말 행복은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들 하십니까’라고 광고한 아들 낳는 효험이 있는 ‘부인병 약’에 귀를 기울인다. 단발령은 신문광고에 바리캉과 이발소, 사진관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비싼 값 주고서 옷감을 끊는 것보다는 덕국 세창물감 가지고 입던 의복을 다시 물들여 입는 것이 크게 경제되오이다’라는 염색약 광고는 더 이상 ‘백의민족’일 수 없는 현실을 차라리 경쾌하게 그려낸다.
신문광고는 민족주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우승을 전후해 등장한 각종 광고들이다. 신문 전면에 마라톤 영웅 ‘손기정?남승룡 양군 만세’를 외치며 제품을 광고했고, 제약회사 평화당 주식회사는 자사의 ‘백보환’이 마라톤 우승의 원천이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툭하면 반일의식이 투철했던 황손 ‘이강 전하가 손수 쓰시던’이란 카피를 들이댔다. 동아소주는 ‘백열적 대호평으로 일취월진, 국산 원료의 이용과 외래품의 구축함을 일대 사명으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동양목’은 근사한 붓글씨로 ‘우리 손으로 맨든 2천만 민족 옷감’을 광고했다. 친일파 박흥식조차 ‘화신의 성패는 민족적 명예소관’이라며 조선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광고를 내 화신백화점을 많이 애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떠들썩하고 활기 넘치는 근대의 저잣거리에도 하루의 양식과 문명의 이기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신문광고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인간 내면의 원초적 욕구를 자극했다.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활어처럼 꿈틀대는 근대인의 욕망을 잡아채 날것 그대로 우리 눈앞에 선보인다.
한 줄의 광고카피는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당시의 광고카피라는 것이 요즈음 것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명구들이다. 과자를 ‘포켓트에 너흘 수 있는 호화로운 식탁’으로, 삭구(콘돔)를 ‘가정 화합의 벗’으로 칭하는 센스. 산천초목이 어우러진 동양화 분위기를 연출해낸 화장품 광고의 뛰어난 미감은 또 어떠한가?
동시에 광고는 당대의 환상을 실어 나른다. 극장은 ‘관내에는 끽다실 매품부 끽연실 화장실 운동장을 설치하고 한난은 난로와 선풍기를 갖춰 조화케 하여 관객을 맞는다’고 자랑하였고, 자동차는 ‘암흑세계에서 광명세계에!’로의 진입을 선언한다. 초콜릿은 ‘모단적 과자! 첨단을 걷는 과자’를 내세우며 소비자의 허영심을 부추긴다.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근대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절망에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신문광고 그 자체가 보여주는 시대의 풍경에 주목한다. 광고가 포착해낸 혹은 광고가 이끌고 간 근대의 순간들을 접한 저자가 광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독자에 대한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그 자체로 우울하고 서글프고 참혹한 시대상과 함께 근대인들에게 필요했던 것, 근대인들이 욕망했던 것, 근대인들을 유혹했던 것, 근대인들에게 강요됐던 것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었다는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이 땅 한반도 근대의 한 부분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출간 의의

◆ 신문광고 속에서 일상의 두께를 포착하다
섬광과 같이 독자의 뇌리를 파고드는 한 줄의 카피, 시대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 했던 신문과의 만남. 바스러질 듯한 고신문과 200% 확대해도 글자를 판독할 수 없는 영인본 신문을 펼치자 광고들은 ‘왜 이제야 왔냐’며 우르르 달려들었다. 이들 광고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뿐 아니라 개개인이 나날을 보내며 웃음 짓고 한숨 쉬고 꿈꾸고 욕망하던 자잘한 삶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렇게 볼 때 광고는 그것 자체로 지나간 한 시대의 기록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심히 지나쳐버리고 만 근대 역사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김태수의 글은 사소한 것들의 무게를 입증한다. 삶은 무수한 잡동사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잡동사니들을 헤집고 파헤쳐서 시대를 꿰어뚫는 의미와 징후들을 읽어내는 그의 눈매는 날카롭고 촘촘하다.
김태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일상의 중요성과 일상의 두께를 들여다보는 시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잡동사니는 허섭스레기가 아니고 사소한 것들은 가볍지 않다. 이 책은 세속적 삶의 구체성으로 빛난다. 그가 열거하고 있는 참고자료들의 목록은 놀랍고 신기하다. 읽어야 할 것들은 이처럼 일상 속에 있었다. - 소설가 김훈의 추천사 중에서

◆ 음울하게만 그려졌던 근대 풍경의 복원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어쩌면 ‘지금 우리들’의 ‘자동검열장치’인지도 모른다. 식민지의 하늘과 공기는 지금과 달랐으리라는 막연한 추측, 감상적이거나 자의적인 역사 해석 방식……. 이러한 프리즘을 걷어내면 지나간 시대의 삶은 놀랍게도 훨씬 생생하고 정확한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의 일상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버려야 할 게 몇 가지 있었다. 근대사회의 맹아가 조선에서도 자생적으로 맹렬히 꿈틀대고 있었다는 시대착오적 낙관, 근대화의 모든 과정이 조선에 해악만 끼쳤다는 피해망상적 저주, 일본이 아니었으면 근대화가 불가능했다는 자포자기적 순응, 모두 배제할 것이었다. 역사를 정해진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어쭙잖게 해석하기보다는 그 시대의 장면이면 장면, 양상이면 양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독자와 더불어 그 시대를 반추해보기로 한 것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추천평

김태수의 글은 사소한 것들의 무게를 입증한다. 삶은 무수한 잡동사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잡동사니들을 헤집고 파헤쳐서 시대를 꿰어뚫는 의미와 징후들을 읽어내는 그의 눈매는 날카롭고 촘촘하다. 김태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일상의 중요성과 일상의 두께를 들여다보는 시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잡동사니는 허섭스레기가 아니고 사소한 것들은 가볍지 않다. 이 책은 세속적 삶의 구체성으로 빛난다. 그가 열거하고 있는 참고자료들의 목록은 놀랍고 신기하다. 읽어야 할 것들은 이처럼 일상 속에 있었다.
김 훈(『칼의 노래』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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