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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이오니아 제도(Ionian Islands) 파이아키아(Phaeacia)인의 나라 ─ 케르키라(Kerkyra) 오디세우스의 고향 ─ 이타카(Ithaca) 동방의 꽃 ─ 자킨토스(Zakynthos) 2장 키클라데스 제도(Kykladhes Islands) 영원한 나신 ─ 산토리니(Santorini) 바람의 섬 ─ 미코노스(Mikonos) 성스러운 섬 ─ 델로스(Delos) 에개해의 진주 ─ 낙소스(Naxos) 비너스의 섬 ─ 밀로스(Milos) 호메로스의 안식처 ─ 이오스(Ios) 3장 북에게해 제도(North Aegean Islands) 물에 젖은 섬 ─ 사모스(Samos) 여인들의 왕국 ─ 렘노스(Lemnos) 에필로그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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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역사를 여행과 결합해,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신들의 계보를 가르쳤고, 신들의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영역과 기능을 결정했으며, 그들의 외형을 묘사한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기록을 근거로 신화를 탐구했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같은 역사가들과 소포클레스 같은 시인들의 저작을 통해 그리스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다. 오비디우스나 파우사니아스 같은 후대 작가들의 기록은 참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또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그리스 기행 : 마루시의 거상』을 쓴 헨리 밀러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리스를 이해하기도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20세기의 위대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인간을 ‘자유’로 정의했다. 카잔차키스에 따르면, 자유란 굴복하지 않는 것이며, 오디세우스는 이를 온전히 상징하는 인물이다. 오디세우스에게 불멸과 영원한 쾌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의지였고, 이는 끊임없는 고난을 견디는 인간의 강한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마이오스를 만나 아름답게 흐르는 한 샘물가에 도착했다. 그가 샘터에 도착했을 때는 누구도 그가 오디세우스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누더기 차림이었다. 샘은 가축에게 물 먹이는 곳이었고 사철 마르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의 부인인 페넬로페의 하녀들이 샘에서 물을 긷기도 했다. 나는 오디세우스가 샘가에 도착하는 장면을 상기하며 샘으로 다가갔다. --- 「1장 이오니아 제도」 중에서 긴 항해에 지친 테세우스는 일행과 함께 잠시 쉬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그들 곁을 떠나 홀로 해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파도처럼 흔들렸다. 그때 멀리서 포도 덩굴로 장식된 작은 배가 낙소스의 자줏빛 해안으로 다가와 아리아드네 앞에 닻을 내렸다. 황소 뿔이 난 이마에 뱀관을 쓰고 얼룩덜룩한 새끼 사슴 가죽에 흰 양털 끈으로 머리를 묶은 청년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공주님.” 호메로스의 무덤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남긴 두 서사시를 읽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이들임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언덕까지 오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리석 석판에 새겨진 호메로스의 무구한 표정에 시선을 두고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스쿠터를 타고 먼저 도착한 한 연인도 비석을 내려다본 후 이내 돌아섰다. 한 노인이 조심스레 호메로스의 묘지임을 알리는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 「2장 키클라데스 제도」 중에서 이 터널은 산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뚫기 시작해, 지하 깊숙한 한 지점에서 정확하게 만났다. 터널을 뚫는 데 사용된 도구는 단순히 망치와 끌이었으며, 두 명의 작업자가 이 거대한 사업을 완성하는 데 약 8~10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터널 벽 곳곳에는 측량에 사용된 글자와 기호, 그리고 작업자들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렘노스는 여인들만 사는 섬이 되었다. 아몬드, 무화과, 멜론, 수박, 토마토까지 풍성하게 열리던 땅은 남자가 사라지면서 함께 황폐해졌다. 올리브나무에 올리브가 열리지 않고, 꿀이 말라버린 꽃에 벌이 날아들지 않아 기근이 들었다. 남자가 없는 세상이 되자 아이들도 더는 태어날 수 없게 되었다. 여인들은 육체적 사랑이 그립고 더러는 정신적 사랑을 그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 「3장 북에게해 제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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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의 섬에서 일어난
신과 인간의 이야기 총 3장으로 꾸려진 『그리스 인문 기행』 2는 이오니아 제도와 키클라데스 제도, 북에게해 제도의 섬들을 유랑한다. 1장 이오니아 제도는 케르키라, 이타카, 자킨토스 위 신화가 펼쳐진다. 특히 이곳 섬들에는 오디세우스의 흔적이 있다. 뛰어난 지략으로 트로이를 무너트린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 위해 끝없는 시련을 견디며 10년여를 항해한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고향, 이타카에서는 오디세우스의 하인 에우마이오스가 짐승을 치며 살았다는 동굴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 한편 호메로스의 기록을 통해 자킨토스도 오디세우스의 영향력 아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이곳은 낡고 부서져 모래알처럼 사라져가는 난파선이 해변과 절경을 이루는 나바지오 해변으로 유명하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 이오니아 제도의 섬들을 걷다 보면, 살아 숨 쉬면서도 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살아있음’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2장 키클라데스 제도에서는 여러 섬을 거친다. 산토리니, 미코노스, 델로스, 낙소스, 밀로스, 이오스까지, 섬이 많은 만큼 곳곳에 새겨진 신화도 다양하다.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의 발걸음 끄는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를 거쳐 델로스에 도착하면, 그곳에는 제우스의 바람기로 태어난 포이보스의 이야기가 있다. 포이보스를 받아들인 델로스는 엄청난 번영을 누렸는데, 그 번영은 되려 주변 나라에 시기를 일으켜 파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이제는 기둥만 남은 신전들은 델로스 끝을 더 부각시킨다. 또, 재밌는 신화가 있는 한 곳을 꼽자면 낙소스가 있다. 낙소스에는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와 관련한 신화가 여럿 있는데, 디오니소스에게 결례를 범했다가 그를 찬양하는 여신도들에게 찢겨 죽은 펜테우스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고 미궁에서 빠져나온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사랑은 낙소스에서 디오니소스를 만나면서 끝이 난다. 흥미롭기도, 잔혹하기도 한 낙소스의 신화들은 읽다 보면 오늘날 세계의 정세와도 닮았고, 개인들의 삶과도 닮아 있어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는 듯하다. 3장 북에개해 제도에서는 사모스와 렘노스를 거치며 그리스 여행이 마무리된다. 키클라데스 제도와는 달리 빨간 지붕을 얹은 집이 도열한 사모스에서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타고라스가 태어났다. 그가 증명한 삼각형 세 변의 관계는 이후 산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뚫어 정확히 가운데서 만나 만들어진 터널, 에우팔리노스 터널 작업을 성공케 한다. 그런데 평생 삼각형 세 변의 관계를 연구한 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사모스에서 만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의 마지막 여정인 렘노스. 이 섬에는 흉흉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그리스인들은 으레 ‘렘노스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질투에 눈먼 렘노스 여인들이 남편들을 모두 죽여버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렘노스에는 남자가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아이도 없어졌다. 이들의 잔혹함은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한다. 끔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 섬이 렘노스다. 태곳적 신화에 담긴 인간과 자유와 행복! ‘고대 그리스 정신의 발전을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정성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 -버트런드 러셀 작가는 방대한 그리스의 신화와 고전을 톺아보며 글로 담는 과정이 여간 만만치 않았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그때 그의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문장이다. 『그리스 인문 기행』 1권을 마칠 때와 같이 작가는 그리스를 걷고, 고전을 통해 신화를 살피는 과정이 ‘인간과 자유와 행복’에 대해 말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토록 힘겨운 집필 과정에도, 오로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완성시킨 작가의 여정은 마치 책 속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떠오르게 한다. 책에 소개되는 신화는 그 자체로도 재밌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고전의 기록은 ‘신화인가, 역사인가’ 헷갈릴 정도여서 상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게 한다. 특히 2권은 그리스 섬과 바다의 다채로운 사진이 실려, 한참을 사진에 시선을 두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기행을 따라 그리스를 걷고, 비극적인 신화를 읽다 보면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자유와 행복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영혼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화를 쉽게 읽고, 고전에서 그 근거들을 건져 올리고 싶은 독자라면 또는 다양한 신화를 통해 삶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그 의미를 다하는 신화와 고전을 통해 그리스로의 영혼의 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