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프라이즈
13번의 테스트 7퍼센트의 확률 집 고영원 언니 스틸 라이프 하고 싶은 일 적 보험 동거 소문 결정 케이크 확인 낙원 동의 안녕 그 후 * 추천의 말 | 미래가 꿈꾸던 영원, 영원이 바라던 미래 - 우숙영(인공지능 미디어아티스트, 작가) 작가의 말 |
이서현의 다른 상품
|
미래는 끝내 적당한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신경질적으로 툭 내뱉었다.
“내 동의가 필요한 거야?” “사랑이 필요한 거야.” 사랑이라니. 동의도 이해도 아니고 사랑이라니. --- p.12 주로 문의 게시판을 살폈다. 비밀 게시판임에도 간혹 전체 공개로 올라오는 글이 있었다. 대부분은 항의 글이었다. 감정 따위 존재하지 않는 AI가 뭘 알겠냐고. 사람의 죽음은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거라고. --- pp.19-20 어느 쪽이든 대외적으로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AI 프로그램을 신뢰하는 건,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니까. 전원만 내리면 끝장나는 프로그램에 생사를 묻는 건 그래서였다. --- p.38 영원은 세상에서 혼자가 된 기분을 느껴서가 아니라,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로지 혼자 남기 위해 미래를 찾았다. --- p.79 아픈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이 그런다. 앞길이 창창한데,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 마치 열망으로만 가득 찬 사람처럼 대신 슬퍼하고 대신 안타까워한다. 기어코 후원금을 들이밀며, 살아 볼 의지를 품으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왜 안 듣는 걸까. 믿을 수 없는 걸까, 믿고 싶지 않은 걸까. --- p.118 모두가 제각각 할 수 있는 말을 할 뿐이었다. 어느 하나 거짓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모든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때때로 비겁함은 그렇게 거짓의 얼굴을 한다. --- p.123 “애초부터 비공개 요청을 받아 준 게 예외적인 상황일 뿐이야.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고. 더군다나 미성년자 안락사,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야.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기나 해? 곧 있으면 세상이 네 손끝만 바라보게 될 거야. 안락사 동의서에 사인하는지 안 하는지.” --- pp.167-168 “중학교 때 내 체육복 내놓으라고 싸웠던 거 기억나?”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나는 그냥 됐다고 하고 말았는데, 네가 끝까지 우겨서 받아 냈었잖아. 계속 궁금했거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봤으니까.” “뭘?” “훔치는 거 봤거든.” “그럼 봤다고 하면 되지, 왜 말 안 했어?” “너랑 친해지고 싶었거든. 목격자보다는 이유 없이 편들어 주는 애가 좀 더 친구 하고 싶잖아.” --- p.202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모든 게 간단했다. 우스울 정도로 단순한 그 절차는, 오히려 의심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중대한 일인데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도 그 단순함을 문제 삼지 않았다. 스틸 라이프가 사회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 pp.232-233 영화보다 드라마를 좋아했다. 드라마엔 늘 엄청나든 시시하든 반전이 있었으니까. 남들은 다 아는 일을 주인공만 모르고 있기도 했고, 가끔은 모른 척하던 주인공이 알고 있기도 했다. 쟤, 분명 배신할 거라고 장담했던 얄미운 조연이 알고 보니 의리파일 때도 있었다. 재미가 있건 없건 다음 회가 되면 무조건 몰랐던 사실이 등장했다. --- p.243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견뎌야 한다고. 도망만 치지 않으면, 그 순간은 지나갈 거라고. 하지만 도망치는 순간, 그 순간이 지겹도록 따라붙을 거라고. 그렇게 순간은 영원이 되고 말 거라고. --- p.286 |
|
제1회 림 문학상 수상 작가 이서현
신작 장편소설 『안락한 삶』 출간! AI가 결정하는 죽음, 그리고 인간존재에 대한 이야기 사랑은 증명이 아닌 동의일 수 있을까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 「얼얼한 밤」으로 주목받은 이서현의 신작 장편소설 『안락한 삶』이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심사 당시 “캐릭터 앙상블”과 “생생하고 친근한 대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현실에서 살짝 발을 떼고 있는 듯한 특유의 명랑한 분위기”와 “작가의 시선과 태도에서 감지되는 건강성”으로 호평을 받은 이서현은 이번 작품에서 더 깊고 넓어진 품으로 돌아왔다. 『안락한 삶』은 안락사법이 제정되고 AI가 죽음을 허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죽음의 권리와 인간다움의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민간 안락사 기업 ‘스틸 라이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미래’ 앞에, 어느 날 얼굴도 몰랐던 이복동생 ‘영원’이 찾아온다. 치명적인 희귀병을 앓는 영원은 안락사를 소망하지만, 스틸 라이프는 단 7퍼센트의 안락사 허가 가능성만을 도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영원이 안락사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는 영원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타인의 죽음이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는 사실이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영원의 사정도 단순하지 않다. 남은 가족이 미래뿐인 상황에서, AI 프로그램과 제도는 영원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가로막는 벽이 된다. 영원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 입는 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 바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미래와 영원, 두 사람의 마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소설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남은 자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사이를 들여다본다. 존엄과 유머를 지켜 내는 이서현만의 시선으로 가까운 미래를 통해 지금 이곳을 비추는 작품 『안락한 삶』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명확히 말하지 못한 한 가지를 문학으로 끄집어낸다. “누군가의 죽음을 허락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이 인간적인가.” 소설은 이 질문에 정치도 법도 아닌 방식으로, ‘사랑’이라는 방식으로 답한다. “죽음조차 AI에게 허가받아야 하는 시대에, 삶과 죽음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증명이 아니라 동의일 수 있을까?”라는 더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이복자매가 아주 평범한 방식으로 서로의 곁을 지키는 모습에 도달한다. 이 소설은 안락사 그 자체보다, 안락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을 선택하는 용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서’에 가까운 이야기다. 이서현은 비상한 사건을 통해 평범한 존재들의 상처와 진실, 그리고 관계를 탐구하면서도, 끝내 그들의 존엄과 생명력,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안락한 삶』은 가까운 미래의 소설이자, 동시에 지금 이곳을 비추는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