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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첫 번째 그림_동매 제1화 도둑 제2화 범인 제3화 환쟁이 두 번째 그림_복 제4화 침략 제5화 그림값 제6화 암살 세 번째 그림_길 제7화 발각 제8화 저항 제9화 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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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한 한국 최초의 만화가
『환쟁』은 복면을 쓴 도둑과 그를 쫓는 이들의 추격전으로 시작된다. 마침 그것을 목격한 청년은 도둑의 모습을 순식간에 포착해서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은 도둑의 정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이 청년이 바로 극 중의 이도영이다. 구한말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화가 이도영은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그림을 속되다고 평가하면서 문인화 타령만 하는 서화계의 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처럼 낡은 관념에만 머물러 있는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에 스승인 안중식을 통해 처음으로 서양의 서화를 접하게 된다. 서양의 서화는 버려진 들판이나 천한 농부의 모습처럼 이도영이 지금껏 그려 본 적 없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이도영은 사군자와 산수화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신문에 시사만화를 연재하기에 이른다. 만화는 종종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만화의 시작은 현실에 발을 딛고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부조리한 사회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도영의 이야기는 이러한 만화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이도영뿐만 아니라 장승업, 안중식, 고희동 등 당대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 작품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환쟁』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사대부와 같은 일부 계층만 향유하던 서화가 인쇄 혁명을 통해 대중 예술로 새롭게 태동하게 된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두려움에 맞서 진실을 추구한 예술가의 독립운동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우리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Art is the lie that enables us to realize the truth)”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술가의 창작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의미다. 예술 작품은 때때로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진실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수단이다. 이도영의 작품 활동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한일의정서 협약이 진행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사대부의 고결함과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서화에 염증을 느낀 이도영은 결국 일제의 폐해를 그림으로 풀어내며 자기만의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풍자와 해학을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현실의 문제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피카소가 말한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도영은 국민교육회의 일원으로 교과서 도화 작업에 참여하고, 애국계몽 단체인 대한협회에서 발간한 『대한민보』에 친일파와 매국노를 풍자한 만화를 연재하며 일제에 저항한다.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도둑의 정체와 그가 훔친 그림 한 점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전개가 이어지는데, 이도영이 미스터리한 그림에 숨겨진 진실을 풀어 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어우러지면서 엄혹한 시대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일제의 침략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환쟁이라 낮잡아 불리는 것을 감수한 채 붓을 들고 싸웠던 예술가의 독립운동은 시대를 뛰어넘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두려움에 맞서 진실을 추구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