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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초현실주의에 대한 프로이트적 해석
1장/쾌락을 넘어선 원칙? 2장/초현실주의가 추구한 아름다움 3장/초현실주의에 나타난 정체성 4장/죽음으로의 유혹 5장/아름다운 시체 6장/초현실주의와 벤야민의 공간 개념 7장/아우라의 흔적 8장/초현실주의의 원리 너머? 주 도판목록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Hal F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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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현실적인 것이 어떤 것인가?
“ 나는 초현실주의로부터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초현실주의의 존재 기반을 흔들어버리고자 한다. 그리고 ‘초현실주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초현실적인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현실주의는 자아도취적이고, 시적이고 꿈과 같은 세계의 향연으로 이해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실재와 꿈의 세계가 잇닿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초현실주의의 전신상(全身像)이 아니다. 이 책은 해석의 각도를 달리한다. 2. 초현실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 사실 초현실주의는 모더니즘 미술사 속에서 두 번의 실패를 맛보았다. 한 번은 입체주의를 축으로 하는 추상주의 중심의 미술사 속에서의 억눌림이다. 여기서는 초현실주의가 미술에 문학을 끌어들였다거나 형태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한 점 따위를 비난받았다. 또 한 번은 형식주의 모델에 반대하며 등장한 네오 아방가르드 미술사 속에서의 패배다. 다다와 러시아 구성주의 두 운동을 부각시킨 이 미술사는 초현실주의자들이 테크닉 면에 떨어진데다가 주관적인 철학을 가진 위선적인 엘리트주의자라며 초현실주의를 평가절하 했다. 시대는 변했다. 형식주의의 ‘순수한 시각’이라는 이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결과 초현실주의가 틈입할 공간이 생긴다. 옛 미술사 속에서 이단자 역을 담당했던 초현실주의가 그 옛 이야기를 겨냥한 현대 비판 속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용물은 실망스러웠다. 여전히 구태의연한 옛이야기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술사는 초현실주의를 전통적인 카테고리로 재단 (예컨대 ‘오브제’를 ‘조각’으로 분류)하거나 초현실주의자들이 스스로 생각했던 초현실주의의 모습(예컨대 ‘오토마티즘’이라든가 ‘꿈의 해석’ 같은 것) 그대로를 초현실주의라고 여겼다. 하지만 초현실주의운동의 핵심 인물 중에도, 일찍부터 기존의 개념적 범주로는 초현실주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한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나의 초현실주의 해석은 오토마티즘만을 초현실주의의 무의식 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줄 열쇠”라거나 “꿈을 무의식 세계로 가는 왕도로 보지도 않는다”며,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다. 그것은 “초현실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줄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초현실주의 시대의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분야 내부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범주로는 초현실주의에 나타난 이질적인 작업들과 심리적 갈등, 사회적 모순 따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언캐니’라는 초강력 키워드 지은이는 이 초현실주의의 피봉(皮封)을 벗겨줄 개념으로 ‘언캐니(the uncanny)’를 꼽는다. 언캐니는 초현실주의와 같은 시대에 프로이트가 만든 개념으로서, “억압에 의해 낯설게 된 익숙한 현상이 회귀(回歸)하는 현상(이미지 혹은 오브제, 사람이나 사건)”을 말한다. 그는 이 개념을 불빛 삼아 초현실주의 텍스트와 이미지의 동굴을 탐사한다. 언캐니는 그동안 억압되었던 것이 통합된 정체성과 미적규범, 사회질서 등을 파열시키면서 회귀한 사건들에 대한 관심과 연관되어 있다. 그는 이 개념으로 1)초현실주의자들을 억압된 것의 회귀로 이끌렸을 뿐만 아니라, 억압된 것의 회귀를 비판적인 목표 쪽으로 이끌어가려 했던 사람들로 그려낸다. 또한 2) 언캐니가 몇몇 특정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편다. 더 나아가 3) 언캐니가 초현실주의의 일반적인 개념들의 핵심적인 요소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그는 초현실주의를 기이한 상상의 잡다한 모임 정도로 여기지 않고 여러 복합적인 작업의 연관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유파로 다룬다. 그래서 초현실주의는 욕망과 성, 무의식과 충동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힘든 작업을 통해 다의적이고 독특한 미학관, 정치관, 역사관을 만든 집단으로 그려진다. 요컨대, 이 책은 초현실주의를 이론의 검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스스로 비판적인 개념들을 만들어낸 하나의 이론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다룬다. 4. 초현실주의에 대한 프로이트적 해석 지은이가 “초현실주의를 언캐니의 관점에서 읽겠다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각도를 바꾸겠다는 것”이자 “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탐구해보겠다”는 것이다. 1장에서는 초현실과 언캐니의 관련성을 주장하기 위해, 초현실주의와 정신 분석학의 만남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더불어 프로이트가 언캐니 이론과 죽음충동이론을 어렵게 만들어낸 과정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경이(the marvelous), 발작적 아름다움(convulsive beauty), 객관적 우연(objective chance) 이라는 초현실주의의 주요 범주를 언캐니 개념에 비춰본다. 이는 초현실주의의 주요 범주들을 대립적 상태의 불안한 교차, 그리고 서로 다른 정체성의 히스테릭한 혼동 상태로 이해하게 해준다. 이를 위해 브르통의 소설 두 편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조르조 데 키리코, 막스 에른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가지고,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근본 환상이 반복되어 만들어진 콜라주로 설명한다. 이 세 명의 예술가들은 커다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들은 전략적인 이유에서 성 심리의 교란을 활용했다. 그것을 이용해 관습적인 회화 공간을 분열(데 키리코)시키고, 예술가의 정체성을 혼란(에른스트)시켰으며, 대상 관계를 어지럽혔다(자코메티). 그렇지만 그들은 새로운 방식의 미술 작업을 하게 되었다. 데 키리코는 "형이상학적" 회화를, 에른스트는 콜라주 테크닉을, 자코메티의 "상징적" 오브제 작업을 각각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개념의 예술이었다. 4장에서는 초현실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그것은 흔히 초현실주의 주변부에 속한다고 이야기되는 한스 벨머의 「인형(poupes)」 이다. 벨머의 「인형」은 에로틱한 트라우마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사디즘과 마조히즘, 욕망과 탈 융합 그리고 죽음이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얽힘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초현실주의의 핵심이었다. 뿐만 아니라 「인형」은 초현실주의가 파시즘과 비판적으로 관련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5장에서는 자동인형이나 마네킹과 같이 초현실주의가 이용했던 형상들이 사실은 인간 신체가 기계 생산품이 되는 과정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형상들이라는 해석을 내린다. 이러한 해석과 함께 초현실주의자들은 언캐니의 사회 역사적 차원을 처음으로 열었던 사람들로 그려진다. 즉 언캐니를 역사적인 지평에서 깊이 있게 다룬다. 6장에서는 사회·역사적 차원에서 언캐니 문제를 계속 다룬다. 3장의 주제인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과거 상태의 회귀의 문제를 6장에서는 집단 차원에서 살펴본다. 그러면서 초현실주의가 심리적 억압뿐만 아니라 역사적 억압의 회복 문제 또한 다뤘다는 점을 주장한다. 초현실주의는 역사적 억압의 문제를 주로 구식 공간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다루었다. 여기서 이 책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문제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7장에서는 초현실주의가 주로 두 가지 심리상태에 의해 지배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모성적인 충만성에 대한 환상(afantasy of maternal plenitude)과 아버지의 처벌 환상(a fantasy of paternal punishment),이 그것이다. 즉 전자의 아우라를 지니며 어떤 상실도 어떤 분열도 알지 못하는 오이디푸스 이전 단계의 시 공간에 대한 환상과, 후자의 "준비가 제대로 안된 사람을 상징의 숲 속에 밀어 넣어 갑작스러운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불안한 오이디푸스 단계의 시공간에 대한 환상이 초현실주의를 지배했다고 말이다. 끝으로 8장에서는 초현실주의 운동이 비록 성 해방을 부르짖었지만 분명 이성애 편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 편향이 겉보기와 달리 확고한 것이 아니었음을 검토한다. 이 책이 초현실주의의 이론을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이 의지하는 것은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그리고 1929년 벤야민이 초현실주의에 대해 쓴 글을 무더기로 언급할 뿐만 아니라 조르주 바타유, 자크 라캉, 에른스트 블로흐, 그리고 미술사가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의 시각을 적극 도입하여 자신의 관점을 공고히 한다. 그러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으로 초현실주의를 다시 보겠다는 야심찬 문제의식은 초현실주의의 영토를 기름진 옥답(沃畓)으로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