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감사의 글 프롤로그-비상하는 사랑 1장 해리 할로의 탄생 2장 네 아이를 안지 마라 3장 우두머리 수컷 4장 호기심 상자 5장 사랑의 본질 6장 완벽한 어머니 7장 사랑의 고리 8장 절망의 구렁텅이 9장 진실 저 너머 10장 사랑의 과학 11장 20세기가 열리다 에필로그-사랑의 탐험가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
임지원의 다른 상품
|
한 손에는 원숭이를,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심리학의 역사를 다시 쓴 해리 할로
1950년대 말 심리학의 세계에서 아기와 어머니 사이에는 어떠한 종류의 사랑도 없었다. 19세기에 태어나 아직은 신생 학문이었던 심리학이 물리학이나 수학과 같은 적법하고 체계적인 과학임을 증명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숫자와 공식, 도표, 실험들로 심리학의 세계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퍼진 수많은 전염병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 모든 병원과 가정에서는 살균과 위생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심리학이 의학을 보완하고 의학이 심리학을 지지해 주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다른 사람과의 거리 두기, 위생이라는 미덕, 수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과학, 전문가들로부터 배움을 얻으려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역사상 가장 냉정한 시대를 창조해 냈다. 당시 심리학계는 파블로프와 스키너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실험 심리학과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정신 분석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행동주의자들은 위생과 청결이라는 의학적 미덕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사람 사이의 접촉이 전염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히 면역력이 약한 유아의 경우 부모와 떨어뜨려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들은, 특히 엄마들은 아이를 안아 주어서는 안 된다. 입맞춤을 해서도 안 된다. 안아 주거나 입맞춤을 해 주는 것은 아이에게 전염병을 옮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응석을 받아 주고 그것을 강화시키게 되므로 결국에는 아이의 미래를 망친다는 것이었다. 당시 많은 부모들이 행동주의자들의 육아법을 맹신하였고 그 결과 영화 「애비에이터(The Aviator)」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하워드 휴즈와 같은 결벽증 및 애정 결핍증 환자를 양산해 내었다. 프로이트학파는 아기에게 중요한 관계는 엄마와의 관계가 아니라 엄마의 가슴, 즉 최초의 성적 대상이자 먹을거리와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의 엄마에 대한 사랑의 기초에는 음식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 좋은 엄마는 잘 먹여주는 엄마라고 주장했다. 주류 심리학은 아이들에게 애정이나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때 해리 할로가 나타났다. 한 손에는 원숭이를,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서. 해리 할로는 쥐 실험이 일반화되어 있던 시기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원숭이를 실험에 최초로 사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다.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관리하기도 힘든 고등 동물을 실험에 사용함으로써 온갖 어려움을 겪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원숭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개가를 올렸다. 해리 할로의 가장 중요한 연구 업적은 “사랑”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샅샅이 파헤친 것이다. 이미 영향력을 지닌 심리학자들은 사랑이라고 하는 애매하고 감상적인 감정이 소설에나 등장할 것이지 연구 보고서에서 다루어지기에 마땅치 않다고 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어떤 심리학 논문이나 교과서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마치 저속한 말이라도 되듯이 언급이 회피되고 있었다. 그러나 해리 할로는 자신이 몸소 체험한 사랑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주류 심리학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미 없는 새끼 원숭이에게 철사 뭉치로 만든 대리모와 헝겊으로 만든 대리모를 던져 주고 새끼 원숭이가 어떤 대리모를 선택하는지를 관찰한 ‘헝겊 대리모 실험’과 본인이 스스로 ‘절망의 구렁텅이’라고 부른 지하 감옥 같은 구조물에 새끼 원숭이를 홀로 집어넣고 우울증이 유발되는 과정을 관찰한 ‘우울증 실험’을 통해 사랑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낸 것이다. 사랑의 과학을 만들어 낸 사랑 없는 인간 해리 할로는 1905년 미국 아이오와 주의 조그만 시골 마을인 페어필드에서 해리 프레더릭 이즈레일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부끄럼이 많고 약간의 언어 장애도 가지고 있는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그는 유명해지기를 바랐고 불타는 야망에 항상 목말라 했다. 시 쓰는 것을 좋아하여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자 하였으나 영작 수업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후 글쓰기 문제를 비껴갈 수 있는 돌파구로 심리학을 선택했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도 멋들어진 시로 필기를 하고 온갖 병적인 증세에 대해 시 쓰기를 즐겼다. 1930년대의 반유태주의 폭풍 속에서 이즈레일이라는 성이 유태인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여러 직장에서 퇴짜를 맞았고 결국 할로로 성을 바꾼 후에야 간신히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변변한 실험실조차 주어지지 않아 기숙사의 지하실에서 개구리나 고양이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심리학을 한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쥐를 가지고 실험을 하던 시절이었다. 쥐와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스키너의 강화 이론이 판을 치던 당시 심리학계에 만족을 하지 못한 해리 할로는 학교 미식축구 선수를 불러들여 건물 앞마당에 실험실을 지었으며 온갖 학위를 가진 학생들, 심지어 학위가 없는 학생들까지도 실험실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원숭이를 선택했고 사랑의 과학을 창시했다. 날카롭고 빈정거리길 좋아하는 말투,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주어다 입은 듯한 남루한 옷차림,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줄담배와 술, 학생이 조금이라도 지루한 말을 한다 싶으면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등 그의 온갖 기행들은 그를 심리학계 최고의 기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랑의 과학을 창시하며 누구보다 사랑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으며 그들이 떠나가도록 만들었다. 뛰어난 지적 능력과 재능을 겸비하여 안팎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과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했으나 아이에게는 어머니가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결혼한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여 여성 운동가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단순히 반응하는 기계나 다름없다는 당시의 견해에 맞서 원숭이들이 뛰어난 지적 호기심, 사회적 정서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하였으나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행복 증진이라는 대의 아래 잔혹한 실험으로 동물들을 희생시켰다. 사랑의 과학을 만들었으나 사랑 없는 삶을 살다 간 거대한 모순 덩어리 같은 해리 할로를 저자인 데버러 블럼은 질책하지도, 추앙하지도 않는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과학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과학은 상식에서 출발하여 결국에는 상식과 맞닿아야 한다.” -해리 할로 우리를 화나게 만들기도 하고, 매혹하기도 하며 결코 지루하게 만드는 법이 없는 인물, 해리 할로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으며, 부단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지성인이었다. 해리 할로는 모순에 가득 찬 인물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한 연구가 심리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으며 우리 일상생활에,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삶과 연구를 결코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았으며 과학과 상식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은 과학자 해리 할로의 삶을 통해 과학이 상아탑 속에 갇혀 일반인들에게 전혀 울림을 주지 않는 현 시대에 진정한 과학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스스로의 삶에 있어 사랑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았던, 그래서 누구보다 더 사랑의 연구에 집착한 해리 할로의 모습에서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