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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호두 혹은 화두 / 어느 이름 없는 시인의 시 연구 / 키티가 생각나지 않는다 / 나에게는 상전의 목을 딴 노비 할아버지가 있다 / 기분의 구조 /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달고 / 밤벌레 / 그린게이블즈의 앤이라면 이렇게 말할걸요 / 다시 쓰는 돼지책 / 은사님이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 /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쓸모없지만 / 여행이 끝나고 셋이 남았어요 / 병리적 발상 시점2부 난, 여름 / 말 / 기약도 없이 찾아오는 이를 위해 밤 깊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 / 모든 것이 끝났다고 우는 여자와 한 밤을 보냈다 / 청산도 우루사 / 덤불 속 구덩이에 처박힌 캔디 / 좀 더 쉬우면 안 될까요 / 우리 집 구도 / 참을 수 없는 밥의 무거움 / 벌레와 장미와 카프카 / 아무 이름으로 불러도 / 의 / 대게의 전설 3부 한 이야기에 오래 머무는 / 담 무너지는 골목을 걸어가며 / 사랑은 개선이 되지 않아요 / 내 영혼은 자꾸 뒤돌아보고 / 다행히 식물도감을 갖고 있지 않아서 / 비린 크리스마스 / 오늘은 참 성가시네요 / 우리의 지루한 끝말잇기를 끝내야겠다 / 푸른 수염, 붉은 새 / 느닷없이 돌돌 골뱅이 속으로 / 수요일의 안녕 / 시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서야 되겠는가 4부 다시 찢어져야 하나요 / 한 열흘 다녀왔어요 / 훔쳐 쓴 시 / 여행의 발명 / 저저저 그 그거 그거 / 낭유안의 일요일 / 언니에게 낭만적인 티파티를 해 줄까요 / 165번 / 본명 / 비치파라솔 하나가 / 부랑 / 갈까 잘까 해설 스스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힘 |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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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요 계절처럼 썩고 시대처럼 잊혀져야 하는데넝쿨장미의 계절을 들춰 보다앵두가 익으면 여름처럼 떠들었어요초록 말풍선이 무성한 잡목의 숲나, 아직 여기 있어요날뛰고, 부딪치고, 찍어지고, 도망치는,끝내 선천적 막무가내의 낙천성을 지키는 시 일상과 미적 거리를 둠으로써 최휘의 시는 분노와 슬픔, 짜증과 환멸 따위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래서 그의 시는 화자를 마음껏 억압하고 괴롭히는 현실을 놀잇감으로 만들어 즐기는 이야기로 나아간다. 아니 스스로 생성해서 나아가는 그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래도 그의 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아직은 반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그 에너지가 어디로 튈지 궁금하다.두 번째 시집 『난, 여름』을 읽어 보니, 여전히 첫 시집의 삐딱한 상상력과 활기와 탄력이 느껴지면서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더 진화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첫 시집을 읽는 즐거움이 주로 화자의 목소리와 이야기의 내용에서 나왔다면, 이번 시집을 읽는 즐거움은 이야기하는 방법과 태도에서 좀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소설의 주인공 빨강머리 앤의 목소리로 진술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이라면 이렇게 말할걸요」는 이런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이야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최휘 시인의 행위는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여러 충만한 에너지가 스스로 깨어나고 운동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시적 상상력이 스스로 활동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이야기가 주체가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주체가 되어 나아가는 시에서 말은 확정된 의미를 벗어나려 한다. 시에서 말은 의미를 전달하거나 개념화하는 수단에서 해방되어 하나의 독립적인 운동체가 되려고 한다. 그의 시에서 말은 소통의 도구라는 본분을 오래전에 버렸다는 듯이 벽과 천장이 있는 실내 공간에서 대화라는 격식과 틀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바닥에 굴러다니거나 벽을 뚫거나 창문을 깨고 나가려는 일탈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때 말들은 나팔꽃이거나 사슴이거나 구름이거나 참새가 되어 서로 날뛰고 부딪치고 찢어지고 도망간다. 이 말들은 선천적인 막무가내의 낙천성을 잃지 않고 제 본성대로 움직이는 독립적인 생명체이다. 그 말들은 문장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벽과 창과 천장으로 된 실내, 그리고 얼굴과 손발로 된 육체를 서로 결합해 카페를 혼란스럽게 운동하는 생명체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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