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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투명의 기원 / 스위치 /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 증기기관차가 있는 골목 / 소나기 / 롤러코스터 / 검은 아버지들 / 묶인 파라솔 / 질문 / 노루발 / 알딸딸하다는 말 / 함성 / 지루한 공방 / 공평한 장애 / 흑백 2부 흘수선 / 꼬리의 감정 / 묵의 평전 / 목화솜 성경책 / 꽉, / 달팽이들의 점자 / 도르래 도시락 / 쇠똥구리 지구론 / 과녁의 지느러미 / 나눔의 밀도 / 우산 밑도 젖을 때가 있다 / 회피 / 결치의 자판 / 부표 / 사과향이 선로 위에서 빛나던 때 3부 사월과 오월 사이 / 꽃 피어 어두운 때라는 거지 / 오디 / 완충 / 헐거운 입 / 반달의 고독 / 수수료 떼는 저녁 / 가료 / 발의 맛 / 국수꽃 / 김 영감의 이것 / 빗방울을 진맥하다 / 한가하다는 것 / 발목이, 웃는다 / 귀로 우는 저녁 4부 마타리, 마타하리 / 풍력선 / 목마른 웅덩이들 / 꼭지는 중심이 아니다 / 개살구 / 육 쪽과 육종 사이 / 감자의 형식 / 은밀한 방 / 문주란 / 개미귀신 / 친척, 천적해설 ‘삶-역사’의 진실을 찾는 ‘이미지-사유’ | 이성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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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드러내는 삶의 진실풋 여문 알들, 우리들의 공복은 진하게 무르익을 때를 기다렸다구부러지고 늙은 뼈를 화장한 뒤묵 한 사발 시켜 놓고컬컬한 울음의 뒤끝을 꿀꺽꿀꺽 삼킨다죽은 목숨이든 산목숨이든젓가락 사이에서 묵은 생물이다누군가의 관을 들 때 묵을 집듯 조심스러운 손길에 따라열매에서 가루가 되고가루는 팔팔 끓어 넘치다가다시 하얀 사발에 담겨 굳어 가는저 한결같은 묵만 같아라 ― 「묵의 평전」 부분4연으로 이루어진 「묵의 평전」이다. 시인은 묵이란 대상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도출한다. 죽음의 새로운 이미지다. 시인에 따르면, “차갑게 식으면서 죽는” 묵은 “관의 형상”, “생전의 모습이란 없”는 죽음 자체의 상징적인 형상이다. 그러나 묵은 뼈가 없는 죽음이어서 “야들야들 골격을 유지”하는 관이다. 그래서 그 죽음은 딱딱하지 않다. 흔들거리고 물컹하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죽음이다. 3연이 보여 주고 있는바, 우리가 누군가를 화장한 뒤 묵을 먹는 행위는 죽음을 먹는 것과 같다. 그 행위는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의식이다(그래서인지 화장터의 우리는 묵 앞에서 “컬컬한 울음의 뒤끝을 꿀꺽꿀꺽 삼”키는 것이리라). 그 죽은 이의 죽음을 먹음으로써 그를 몸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의식. 이 의식 속에서 묵은 ‘생물’이 된다. 죽음의 형상인 묵은, ‘젓가락’으로 집어 그 죽음을 먹는 우리에 의해 도리어 살아 있는 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속에 스며든 죽은 이의 죽음은, 우리 삶 속에서 존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이미지를 포착-상상하고 이로부터 어떤 삶의 양상을 도출하는 시작(詩作) 방법은, 시의 눈을 저 달팽이처럼 세계에 밀착하여 밀고 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이봄희 시인의 시선은 물론 사람에게도 향하는데, 시적 대상이 된 사람의 깊은 면을 포착하여 이미지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1할의 노임을 떼이면서도 인력사무소에 찾아가 일을 찾아야 하는 노동자들을 조명하는 「수수료 떼는 저녁」은 이봄희 시인이 주시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잘 보여 준다. 그는 이 시에서 “언제든/ 9할의 인력으로 바꿔 칠 수도 있”는 “1할의 힘”에 의존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시선을 밀착한다. 이에 “어깨 한쪽이 삐끗거리고/ 허리도 어디가 어긋난 듯 군데군데 해진/ 우중충한 이빨 사이로/ 구부러진 못 같은 말들이 새어 나”오는 노동자들의 묘사는 자본에 의해 사용되다가 폐기되는 이들의 삶을 적확하게 이미지화한다. 표면적으로는 음담을 습관처럼 지어내는 이들의 입은 거칠지만, 속을 투시해 보면 그들은 “평생 우직과 성실을 노래”해 왔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의 말 네트를 넘어온 스매싱은살짝 칠이 벗겨져 있었다꽤 여러 곳을 튕기며 왔군그중엔 누구도 받아친 적 없는싱싱한 풀 스윙도 있었으나따닥,이쪽과 저쪽이 서로 아귀 맞으면또다시 빈 곳을 뚫는,그래,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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