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다 되어 가 / 컵, 지워지는 / 진창의 노래 / 눈 / 척도 / 종 / 완전한 어둠 / 교착膠着 / 오늘의 불협화음 / 명령 / 법과 편 / 향기점占 / 11월 / 떡! 하니2부 지구를 굴린다 / 겨울 들판에서 / 눈의 부족 / 첫물 / 바보숲 명상란 / 물속의 사생활 / 문어 / 아로니아밭 / 수척해진 이유 / 모래의 시간들 / 수박 / 만월 / 체위에 관한 단상 / 카니발3부환희 / 묵, 묵 / 관管 / 바퀴 / 식욕유 / 터 / 길 위에서 / 지바현 능소화 / 반쪽짜리 자화상 / 곰배령 / 아버지의 손가락 / 경주 남산 / 천년의 아침을 내다보다 / 입 4부초대 / 비탈에 기대다 / 방 / 지나가는 비 / 목 / 끝내 괄호를 닫지 못하고 / 그림자 혹은/ 거품 / 한 개 촛불 앞이었다 / 무서운 사람 / 늦게 도착한 / 노을 진 자리 / 꽃의 심장에 도달하려면 / 돌멩이 하나 / 들판에서 해설 - 진창길을 헤쳐 가는 ‘눈의 부족’의 노래 | 임동확(시인)
|
박설희의 다른 상품
|
진창길을 헤쳐 너른 들판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합창박설희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적이고 생태학적 상상력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일차적으로 박 시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하나인 “한강” “강물” 속에 “당뇨약”에 “중독된” “등 굽고/ 비늘이 흐물”한 “물고기가 늘어나고 있”(「물속의 사생활」)는 사실에 주목한다. 동시에 해발 “오백 미터, 천 미터, 천오백 미터”에서 자생하던 “구상나무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전 지구적인 기후 이상으로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수척해진 이유」)어진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한다. 그러면서 여기에 “너무 늦게 도착한” 깨달음의 “시간”일망정 인간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협력과 동반의 관계로 전환할 “준비”(「늦게 도착한」)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 주장을 담아낸다.박설희 시인의 시적 태반은 단연 ‘진창’이다. 과도한 물기로 질퍽질퍽해져 걷거나 활동하기에 불편한 땅과 같은 오늘의 현실이 그 시적 기반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우리는 평소 서로 우애하며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마치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들’(泥田鬪狗)처럼 먹다 남은 뼈다귀 같은 사소한 이해관계 또는 생각의 차이 때문에 금세 돌변해 상대방을 증오하거나 죽기 살기로 서로 물어뜯기에 바쁘다. 격랑이 일어나기라도 할라치면 평소 잔잔하고 평화스럽게 보이던 맑은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진흙탕물이 수면으로 용솟음치듯이 언제든 진흙 벌 같은 시커먼 혼란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다.구체적으로 박설희 시인에게 그런 ‘진창’은 스스로가 적당히 견디고 극복할 만큼의 시련과 고난을 주는 땅의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서 떨어져 “헛돌고 있는 바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도랑”(「바퀴」)과 같은 속수무책의 망연자실한 현실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한번” 문 “닭꼬치” 먹이를 “끝까지 놓지 않는” “자라”처럼, 이른바 “수저를 입에 문 이후” 시작된 인간의 “뜨거”운 욕망과 탐욕이 “가장 나중까지 식지 않는”(「목」) 삶의 아수라장을 의미하기도 한다.박설희 시인은 이처럼 모든 시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렇다고 해도 쉽게 얻어질 리 만무한, 명실상부한 말과 실재 또는 이름과 자신의 본성과의 일치를 꿈꾸는 시의 길을 염탐하고 있다. 시인은 결코 만만치 않을 앞으로의 시적 장도를 예고해 “너른 들판에서 혼자 비와 우박을 온몸으로 맞”(「들판에서」)고 있는 채. 아니면 아마도 영원히 해결할 방도 없는 진창의 진실에 닿기 위해 “괄호를 열”었지만, “끝내” 그 “괄호를 닫지”(「끝내 괄호를 닫지 못하고」) 못한 채. “돌”과 “칼”을 “삼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들을 넉넉히 “다 견뎌”내고 말, “정말 무서운 사람”(「무서운 사람)」 박설희 시인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시인의 말 한 생명이 가고한 생명이 왔다침묵 속에서사뿐사뿐 다가오는심장을 두근대며 다가오는기척들마음이 간절해지는 곳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