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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
1. 사라져간 세 친구 2. 박무택의 추억 3. 휴먼 원정대의 결성 4. 모두가 불효자식들 5. 고소적응훈련 6. 티베트 고원을 가로질러 7. 웃음과 눈물의 라마제 8. 베이스캠프의 아다지오 9. ㅅ니이여 허락하소서 10. 너희를 가슴에 묻는다 저자후기 : 가슴 뜨거운 사내들이 그립다 |
沈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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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는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막내인 김동민은 산악회를 잘 이끌어갈 테니 형님들은 아무 걱정도 마시라고 했다. 김인환은 장민의 추모비 앞에 담배에 불을 붙여 올려놓았다. 그는 네 놈 덕분에 담배도 한 모금 빨아보네… 하면서 애잔하게 웃었다. 마음 여린 전경원은 몇 번이고 형님들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무언가 더 잘 해드리고 싶었는데 이것밖에 해드릴 게 없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동상에서 회복되고 있는 중인 장헌무는 이렇게 말했다. 무택이 형하고 꼭 한번 같이 등반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이런 등반을 하게 됐네요. 하지만 등반하는 내내 형이 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눌한 이길봉은 여러 번 말을 끊었다. 아무쪼록 편히 쉬시고… 저희도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오승의 고별사는 가장 짧았다. 이제 다 잊어버리고 편히들 쉬쇼. 김세준은 넘치도록 술을 따라 부으며 빙긋이 웃었다. 이 친구들 오늘 오랜만에 만취하겠구만… 무택이 술 먹으면 참 볼 만했는데… 잘 있어라! 마지막으로 엄홍길이 나섰다. 그는 죽은 사람들과 참으로 편안하게 대화한다. 엄홍길은 마치 그들이 바로 코앞에 서 있는 듯 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준호야 민아, 미안하다…. 우리가 너희를 찾으려고 정말 그 위를 샅샅이 뒤졌다. 우리가 그러는 모습, 너희들도 봤지? 너희들이 우리를 돌봐줘서 그나마 이렇게 무사히 일을 끝마쳤다는 거, 잘 안다. 고맙다. 미안하고 고맙다. 무택아, 너 먼저 간 다음에 정말 내가… 정말 내가…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니 소식 듣고 너 만나러 가겠다고 사람들한테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이렇게 지켰다. 너 데리고 내려오다가… 내가 알아차렸다. 너, 초모랑마를 떠나기 싫었던 거지?” 엄홍길은 잠시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초모랑마의 정상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짙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구름 너머에 있는 초모랑마의 가장 양지 바른 그곳, 박무택의 케른이 쌓여져 있는 곳이 훤히 비치는 듯했다. “일을 끝내놓고 나니… 나는 네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는 생각이 드네…. 너는 나를 불러서 너만을 위한 케른을 쌓게 했어…. 이제 네가 누워 있는 그곳, 너도 마음에 들지? 어쨌든 너 붙잡고 실컷 울고 나니까 나도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잘 있어라, 무택아! 영원히 초모랑마와 한 몸이 되어 그곳에서 편히 쉬어라!” -10장 <너희를 가슴에 묻는다> 중 195~19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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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등반의 목표는 정상이 아니다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맺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길이다 2005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의 활동을 담은 《엄홍길의 약속》은 산악문학 전문 작가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심산 씨가 직접 휴먼원정대의 대원으로 참여하여 원정대 출발에서부터 시신 수습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이 책은 7월 8일 방송 후 기대 이상의 열렬한 호응으로 오는 8월 7일 재방되는 MBC TV ‘아, 에베레스트’에서나 신문지상과 각종 언론매체의 휴먼원정대 보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고인들의 개인적인 면모와 원정지에서의 생활 모습, 휴먼원정대원들 간의 진한 우정과 동료애 등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산사나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원정대의 객체는 백준호, 박무택, 장민이고, 주체는 엄홍길을 비롯한 휴먼원정대이다. 작가는 원정대의 전체 활동을 생중계하면서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고문학의 형식으로 담아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동료의 안위만을 걱정하던 고인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생업을 팽개치고 그리움 속에 묻어둔 친구의 시신을 찾아 나서는 산악인들의 끈끈한 우정과 죽음의 그림자를 등에 업은 채 거대한 자연과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가 되어 우리 앞에 찾아온 것이다. 또 《엄홍길의 약속》은 한국 산악문학사상 가장 생동감 넘치는 저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계 등반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발 8750미터 죽음의 지대에서의 시신 수습 과정’을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담아내고 있으며, 고인들의 생전 모습은 물론 원정대의 출발에서부터 시신 수습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40여 컷의 사진들은 원정대에 직접 참여한 오종택 중앙일보 보도사진 전문기자와 사진작가 김우영, MBC TV 다큐멘터리 팀 등에서 제공받아 현장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02 365일간의 준비 77일간의 사투 끝에 지켜낸 약속 친구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2004년 봄 얄룽캉 등정에 나섰던 엄홍길 대장은 정상 등반 성공 후 귀국하자마자 위성전화를 통해 자신과 절친한 사이인 박무택 대장을 비롯해 백준호, 장민 대원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박무택 대장과는 이미 2000년 봄에 칸첸중가 8500미터 설산에서 죽음의 비부아크(야영 장비 없이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를 하며 생사를 함께했고, K2와 시샤팡마,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지명) 등정에도 동행한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 엄홍길 대장은 곧장 시신도 없이 빈소가 차려진 대구 동산의료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빈소에 마련된 세 사람의 영정 앞에서 굳은 약속을 한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며 설벽에 매달려 있을 후배들을 꼭 데리러 가겠다고. 반드시 시신을 수습하여 따뜻한 세상의 품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2(8000미터가 넘는 연봉)좌 완등의 마지막 목표인 로체샤르 원정까지 뒤로 미루고 즉시 휴먼원정대를 조직한 엄홍길 대장은 올 초 일주일간의 현지 사전답사와 한라산에서 7박 8일간의 시신 수습 훈련을 마치고, 2005년 3월 14일 18명의 원정대를 이끌고 히말라야를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77일간의 사투. 계속되는 악천후로 인해 한 차례의 시신 수습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 허리를 다치고 가래가 기관지를 막아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엄 대장은 유가족과의, 고인들과의,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끝내 백준호 부대장과 장민 대원의 시신은 찾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숭고한 희생정신과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켜낸 산사나이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대장정이었다. “그들이 등정한 곳은 에베레스트라기보다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간애의 최고봉이었다.” 03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아니 이건 영화가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휴먼원정대에 얽힌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나보자. 고 박무택과 엄홍길 대장이 죽음의 비부아크를 하며 맺은 특별한 인연, 고 백준호와 고 박무택의 미망인이 띄우는 애끓는 사연들, 엄홍길 대장을 죽을 고비에서 구해낸 고 박무택의 영혼, 시신 수습 후 고인들을 영원히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대원들의 가슴시린 사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