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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제1장 라틴아메리카의 인종 문제와 불평등: 식민성과 차별을 넘어 상호문화성과 존재의 회복으로 _권봉철 제2장 중남미 이주와 이민, 불평등에 관한 고찰 _구경모 제3장 콜롬비아의 국내 실향민과 젠더박해 _차경미 제4장 라틴아메리카의 종교 차별과 혐오: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_조영현 제5장 생태세(Ecocene)로의 전환과 행성 정치: 아마존에서 기후위기를 다시 사유하다 _이태혁 제6장 제도와 불평등: 브라질, 비공식 제도를 넘어 AI 패러다임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_임두빈 제7장 라틴아메리카 중소득 국가들의 공여국 전환: 남남 협력과 삼각 협력을 중심으로 _김영철 참고문헌 필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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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은 〈라틴아메리카의 평등과 불평등의 변증법〉 연구를 통해 역사적 구조, 다차원성, 지속성, 식민성과 신자유주의의 결합, 그리고 저항과 대안의 공존이라는 부분이 중요한 특징임을 깨달았다. 라틴아메리카 불평등 문제는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구조적 불평등을 무시할 수 없다. 식민지 시대부터 고착화된 계급과 인종의 위계 구조는 한 번도 바뀌어 본 적이 없었다. 유럽계 백인을 최정점으로, 메스티소(유럽 백인과 라틴아메리카 토착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와 이들에게 봉사하는 원주민과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 순으로 질서 지워진 사회적 차별 구조가 문화적 차원까지 지배했다. 토지의 불평등한 분배, 아시엔다, 플랜테이션 농장, 미타(Mita)와 같은 강제 노동 등의 제도가 경제적·사회적 배제를 제도화했다. 단순히 소득 격차만이 아닌, 교육, 보건, 주거, 정보적 접근, 시민권, 법적 보호 등의 삶의 전 영역에서 불평등이 존재했다. 특히 원주민 여성은 성별, 인종, 계급, 지역적 차별로 인해 복잡한 다층적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라틴아메리카는 더 이상 세계 주변부의 ‘개발도상 지역’이 아니라, 존재와 삶, 지식과 관계의 방식에 있어 다른 세계를 실험하는 공간이다. 이 대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실천들은 단일한 세계의 보편성에 균열을 내고, 여럿이 함께 존재하는 다원 세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존재의 회복은 곧 세계의 재구성이다. 그리고 이 재구성은 단지 라틴아메리카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근대적 위계의 틀을 넘어 더 정의롭고, 더 다원적인 삶의 형식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글은 그 여정의 한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 「1장, 라틴아메리카의 인종 문제와 불평등」 중에서 이주는 불평등의 산물이자 그 증폭 기제이지만, 동시에 기존 사회 질서에 균열을 가하고 새로운 관계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최근 몇몇 사례에서 이주민들이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연대와 공존의 가능성을 목도했다. 따라서 중남미 사회는 이주를 단지 통제하거나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닌,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포용의 논리를 넘어서, 이주자와 함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를 공동 구성한다는 정치적·윤리적 실천을 요구한다. --- 「2장, 중남미 이주와 이민, 불평등에 관한 고찰」 중에서 평화협정 체결 이후 정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콜롬비아 분쟁 지역 젠더박해 피해자들은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사례는 젠더박해를 여성과 여아의 문제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축소되고 은폐되어 온 남성 젠더박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분쟁 지역 젠더박해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이해하고 소외된 경험을 복원하려는 콜롬비아 정부의 노력은 고립된 사람들의 경험이 더 이상 배제되는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3장, 콜롬비아의 국내 실향민과 젠더박해」 중에서 라틴아메리카는 종교 차별과 혐오 문제를 해소하고 건전한 종교 다원주의 사회로 나가기 위해 종교의 자유를 인권과 기본권 차원에서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고, 소수 종교를 보호하려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있다.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교 간 대화 혹은 협력 채널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지방 정부, 종교 단체 간 협력 기구들이 만들어졌다. 가톨릭교회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던 종교의 특권을 해체하고, 폭력과 차별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와 종교 스스로 만들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종교 간 연대는 팬데믹이나 기후위기, 식량 문제 등 현대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 「4장, 라틴아메리카의 종교 차별과 혐오」 중에서 이 글은 생태세 개념을 기반으로, 아마존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생태?지식?권력의 다층적 충돌과 가능성을 추적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존재론적 사유, 제도적 상상력, 그리고 행성 정치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결국 생태세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서는 가장 실천적인 사유가 될 것이다. --- 「5장, 생태세(Ecocene)로의 전환과 행성 정치」 중에서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진 가부장적 후견주의의 깊은 뿌리 위에서 자라난 ‘제이칭뉴’라는 비공식적 규범은, 경직되고 불공정한 공식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적응 전략이자 동시에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기제로서 기능하는 이중적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공식적 규칙을 위반하면서도 ‘심빠치아’라는 문화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조화를 유지하려는, 루소가 말한 ‘기만적인 사회계약’ 하에서의 생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 분석한 브라질의 가부장적 후견주의와 같은 비공식 제도야말로 바로 공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힘’이 어떻게 불평등을 영속시키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 「6장, 제도와 불평등」 중에서 라틴아메리카 중상위 소득국들은 전통적 ‘공여국-수원국’ 이분법을 넘어선 이중적 위상을 지니며, 글로벌·지역 공공재 제공자이자, 남북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향후 이들 국가가 제도적 역량 강화와 정책 일관성 제고에 집중하고, 통합적·포용적 협력 모델을 심화한다면, 중진국 함정 탈피는 물론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과 글로벌 사우스 내 협력 증진에 핵심적 기여를 할 것이다. --- 「7장, 라틴아메리카 중상위 소득 국가들의 공여국 전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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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문제와 불평등: 차별을 넘어 상호문화성과 존재의 회복으로
권봉철 교수는 인종 문제와 불평등을 다루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인종적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적 격차가 아닌, 식민 시대부터 형성된 ‘인종화된 위계질서’에서 비롯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자신들을 ‘문명’으로,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후손들을 ‘야만’으로 규정하며 토지 소유, 교육 기회, 정치적 권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불평등을 고착시켰다. ‘카스타 제도(casta system)’는 이러한 인종적 위계를 법적, 사회적으로 제도화하여 개인의 혈통과 피부색에 따라 사회적 지위, 직업, 거주지, 심지어 옷차림까지 규정했다. 아니발 키하노는 인종 위계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구조가 탈식민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권력의 식민성’으로 지적한다. 또한, ‘혼혈 이데올로기’와 ‘인종민주주의’ 신화는 겉으로는 인종 간 갈등이 해소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주민과 흑인 중심의 소수 집단이 다층적인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에 노출되어 있음을 은폐한다. 인종과 불평등 문제를 성찰하는 이 글은 단순한 문화 간 이해를 넘어 식민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과 해체를 지향하는 비판적 상호문화성(interculturalidad critica)을 이론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억압받아 온 공동체의 지식, 언어, 기억, 존재 방식을 회복하는 것을 통해, 근대-식민 질서에 대한 존재론적 전환을 요청한다. 궁극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을 넘어서, 다원적 존재론(pluriversal ontology)에 기반한 상호문화적 공존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종 간 차별, 배제가 아닌 상호 인정과 존중이 인종 간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원주민 공동체의 영토, 자율성, 기억, 언어 회복을 통한 실천적 전환 속에서 이미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지역적 저항을 넘어 존재의 회복을 통한 대안 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 중남미 이주와 이민, 불평등에 관한 고찰 구경모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이주와 이민이 어떻게 불평등 현상과 연계되는지 잘 보여준다. 이주와 이민은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를 반영하는 복합적 현상이다. 21세기 들어 이 지역은 주요 이주자 송출지로 전환되었으며, 빈곤, 정치적 불안, 폭력, 기후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이주를 촉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미 국가들의 대규모 이주는 수신국의 사회 인프라와 제도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주자들은 종종 비공식 노동 시장에 편입되어 법적 보호와 기본 권리에서 배제된다. 이론적으로는 고전 경제학 이론, 세계 체제 이론, 사회망 이론, 교차성 이론 등이 이주의 원인과 구조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젠더, 계급, 인종, 국적의 교차 지점에서 이주자들은 다층적인 억압을 경험하며, 사회 내 새로운 위계와 차별 구조가 형성된다. 이주는 수신국뿐 아니라 송출국의 인력 유출과 사회적 기능 약화를 초래하며, 역내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법적 지위 보장, 사회보장 확대, 문화적 차별 해소, 이주자 참여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이주를 단순히 억제 대상이 아닌 사회 정의 실현의 계기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콜롬비아의 국내 실향민과 젠더박해 차경미 교수는 콜롬비아 내 국내 실향민과 젠더박해의 상관성을 집중 조명한다. 콜롬비아는 무력 분쟁으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내 실향민(830만 명)을 배출했으며, 최근에는 젠더에 기반한 박해가 강제 이주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실향민은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이동하며, 귀환 가능성이 없는 실향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필자는 젠더박해의 의미를 확정한다. 전통적으로 젠더박해가 여성의 피해 사실에 집중되었으나, 여기에서는 ‘젠더박해’가 성별에 기반한 모든 유형의 폭력 행위, 공적 또는 사적 생활에서의 강압과 자유 박탈을 포함하며, 남성에게도 발생함을 강조한다. 무력 분쟁 지역에서는 어떤 젠더박해 유형이 있었을까. 콜롬비아의 불법 무장 조직은 지역 사회를 통제하고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폭력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며, 특히 여성과 아프리카계 후손, 원주민 여성이 주요 피해자였다. 남성에 대한 강간은 적의 남성성을 제거하고 굴욕감을 주기 위한 행위로, 피해 남성들은 성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았다. 불법 무장 조직은 아동 및 청소년을 강제 징집하여 성폭력, 성노예, 강제 낙태 등 다양한 범죄를 자행했다.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해 자살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분쟁 지역 여성들은 무장 조직 남성과 강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인신매매 및 강제 매춘에 동원되어 경제적 이윤 창출의 도구가 되었다.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죄책감,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는 젠더박해를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하여 남성 피해자의 경험을 축소해 왔다. 콜롬비아의 사례는 젠더박해를 여성과 여아의 문제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축소되고 은폐되어 온 남성 젠더박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종교 차별과 혐오: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조영현 교수는 종교와 불평등 문제를 직접적으로 분석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의 교세가 강한 지역이다. 사실상 19세기까지 유일한 합법적 종교로서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세속화 현상과 종교 다원주의 사상이 확산하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종교 시장의 독점 현상이 깨졌다. 여전히 가톨릭의 영향이 강하지만 개신교가 급격히 성장하고, 원주민 전통 신앙이 부활하며, 무신론자와 무종교자들이 증가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면서 갈등이나 차별, 혐오와 배제 현상도 증가했다. 문제는 종교 차별과 배제가 단순히 신앙의 자유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고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종교 차별은 인종, 계급, 성별, 문화적 편견과 결합하여 다차원적 차별을 생산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종교 갈등과 차별을 넘어서서 종교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종교 간 협의회, 평화와 화해를 위한 종교 간 플랫폼 등이 구성되면서, 종교 간 갈등 완화와 상호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인 빈곤, 폭력, 차별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종교는 사회 통합과 인권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이 글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어떻게 종교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지 잘 보여준다. 생태세(Ecocene)로의 전환과 행성 정치: 아마존에서 기후위기를 다시 사유하다 이태혁 교수는 생태세로의 전환 문제와 정치의 상관성을 성찰한다. 오늘날 인류가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지질학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 속에서 ‘인류세(Anthropocene)’ 담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의 비대칭성을 간과하는 한계를 지닌다. 산업국과 자본 중심의 과잉 소비 체제에 책임이 집중되어 있음에도, 이를 ‘모두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이에 이 글은 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다중 존재의 상호의존성, 지역 기반 생태 거버넌스, 그리고 지구적 책임의 불균형을 재사유하는 ‘생태세(Ecocene)’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치환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지역과 행성, 자연과 정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사유하자는 요청이다. 특히 ‘지구의 허파’에서 ‘탄소 배출 위험지대’로 전락한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글은 아마존 위기를 문명적 가치와 정치 체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확장하며, 기존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한계를 넘는 제도적·철학적 전환의 조건을 탐색한다. 아울러, 원주민 중심의 ‘다자연주의(multinaturalism)’가 생태 거버넌스와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정치적 성찰을 촉구한다. 제도와 불평등: 브라질, 비공식 제도를 넘어 AI 패러다임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임두빈 교수는 브라질의 비공식 제도 부문이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보여주고, 그 대안에 대해서 성찰한다. 이 글은 브라질의 구조적 불평등이 ‘기만적 사회계약’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 외형하에서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영속화하는 이 기만적 계약은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 간의 충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장은 이러한 제도주의적 분석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방향을 제시한다.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브라질의 비공식 제도를 분석한 결과, 식민 시대부터 형성된 ‘가부장적 후견주의’는 ‘제도적 경로의존성’을 따라 국가 기구의 사유화와 기회의 독점을 가능케 하는 ‘착취적 제도’로 기능하고 있었다. 대표적 비공식 문화인 ‘제이칭뉴(jeitinho)’는 불공정 시스템에 대한 개인의 생존 전략이자, 동시에 기존 질서를 유지시키는 모순적 기제로 분석되었다. 이는 능력주의 위반으로 비판받는 한국의 ‘빽’ 문화와 달리 구조에 대한 적응으로 사회적 용인을 받는다는 점에서 브라질 불평등 문제의 심층적 성격을 드러낸다. 공식 제도인 ‘임금 평등법’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법안이 임금 격차를 공론화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기업의 저항과 깊이 뿌리박힌 비공식적 관성으로 인해 실질적 격차 해소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글은 존 롤스의 ‘자산 소유 민주주의’에 근거하여, 사후적 재분배를 넘어선 ‘선분배(pre-distribution)’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핵심은 불평등 발생 이전에 생산 자산의 소유권을 시민에게 광범위하게 분산하는 것이다. 특히 ‘AI 기술과 데이터’라는 새로운 생산 자산을 소수에게 독점시키지 않고 시민 전체에게 분산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며, 현 ‘브라질 AI 국가 전략(PBIA)’은 이러한 원칙이 부재하여 기존의 독점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브라질 사례는 제도가 불평등의 원인이자 해결책임을 보여준다. 기만적 사회계약을 넘어 시민 참여를 통한 제도 혁신, 특히 AI 시대에 부합하는 공정한 사회계약의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는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틴아메리카 중소득 국가들의 공여국 전환: 남남 협력과 삼각 협력을 중심으로 김영철은 라틴아메리카 중상위 소득 국가들의 국제 개발 협력에서의 역할을 개발과 불평등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국제 개발 협력의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선진국 중심의 원조 방식에서 탈피해 남남 협력과 삼각 협력 등 수평적이고 상호호혜적인 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의 중요성은 197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 행동 계획(BAPA)’에서부터 강조되었으며,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공여-수원국 관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모델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쿠즈네츠 곡선(Kuznets curve)의 이론적 기대와 달리, 경제성장이 진행되더라도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고 심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식민지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된 경제 구조와 사회적 배제, 그리고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자원의 분배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적·사회적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시장 참여 방식이 여전히 북반구 국가들의 경제 모델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라틴아메리카 중상위 소득 국가들은 국제 개발 협력에서 공여국과 수원국의 이중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 사회에서 점차 그 책임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특히 ‘브라질 방식’을 통해 불간섭 원칙과 조건 없는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발 국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남반구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공공재 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브라질의 협력 방식도 구조적 문제들을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상위 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대표적 문제 중 하나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인데, 이는 경제성장의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 내에서의 불평등 심화와 정책적 불안정성으로도 나타난다. 결국,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글로벌 규칙과 지역적 거버넌스를 통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적인 결과는 제한적이다. 기후변화, 이주, 보건, 빈곤과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책적 일관성을 강화하고, 제도적 역량을 개선하며, 글로벌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글은 중상위 소득 국가들이 국제적 협력과 공공재 제공 과정에서 겪고 있는 정책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취약성을 해소하는 데 국제 사회의 지원과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혁신적인 저항과 대안적 실천의 실험장: 코스모비전, 플루리버스, 부엔비비르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식민주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가 중첩된 역사적·구조적 산물이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대륙이지만, 동시에 이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저항과 대안적 실천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불평등은 단순히 자원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인간으로 여겨지는가’, ‘어떤 삶의 방식이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가’와 같은 존재론적 질문과 연결된다. 식민적 유산과 백인 중심의 위계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공식적인 법과 제도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브라질의 ‘제이칭뉴’와 ‘가부장적 후견주의’처럼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비공식적 규범과 문화적 관습이 불평등을 지속시키고 강화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인종, 젠더, 계급, 국적, 종교, 지역 등 다양한 차원의 불평등이 교차하며 특정 집단에게 더욱 심층적인 억압과 배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원주민 여성은 성별, 인종, 계급, 지역적 차별로 인해 복잡한 다층적 차별을 경험한다. 저항과 대안적 실천은 무엇이 있을까. 서구 중심의 단일한 세계관을 넘어, 원주민의 코스모비전(Cosmovision)과 같은 다원적 세계관, 즉 플루리버스(pluriverse)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비판적 상호문화성’이 필요하다. 이는 억압받아 온 공동체의 지식, 언어, 기억, 존재 방식을 회복하고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구축하는 실천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창출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존 롤스의 ‘자산 소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선분배(pre-distribution)’ 패러다임이 제안된다. 이는 교육, 기술, 데이터 등 AI 시대의 핵심 자산의 소유권을 시민들에게 광범위하게 분산시켜 불평등의 근본 원인을 사전에 교정하려는 시도이다. 라틴아메리카 중소득 국가들은 단순한 수원국을 넘어, 남남 협력, 삼각 협력, 지역 및 글로벌 공공재 제공 등을 통해 국제 개발 협력에서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진국 함정’과 같은 구조적 한계, 정책 일관성 부족 등의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어, 제도적 역량 강화와 포용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문제는 이 대륙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사회에서 근대적 위계의 틀을 넘어 더 정의롭고, 더 다원적인 삶의 형식을 모색하는 길을 상상하게 하는 중요한 거울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은 2018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평등과 불평등의 변증법』이라는 HK+ 사업의 선도 연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통해 중남미지역원은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한 현실을 전 지구적 맥락 가운데서 다층적으로 분석하며 ‘라틴아메리카적’ 사유를 ‘공유재’화하고 있으며, 그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어낸 총서를 출간해 왔다. 지금까지 중남미지역원은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인종, 이주, 종교, 젠더, 생태 등 다양한 주제 영역을 총서로 엮어 왔다. 본 총서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문제를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의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그 원인과 결과를 심도 있게 탐구했다. 이를 통해 본 총서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사람들이 직면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학문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글로벌 사회의 불평등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탐색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향후 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