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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작은 생명들』 이야기를 시작하며 004
설악산 길 1부 걷다 쌀쌀한 숲에서 만난 생명 설악산 봉우리 / 생강나무 꽃 018 풀들이 깔깔 서어나무 022 눈으로 본 만큼 노루귀 / 부산사초 024 산이 부른다 소나무 028 풀과 나무 이름에 담긴 뜻 매화말발도리 꽃과 열매 030 노린재나무 잎사귀는 누가 먹을까 뒤흰띠알락나방 애벌레 032 예쁜 꽃을 만나니 기운이 생겨 큰앵초 / 난장이붓꽃 034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고광나무 / 무당개구리 / 함박꽃나무 038 물은 아래로, 우리는 위로 물그림자 / 인가목 / 할미밀망 044 마음은 벌써 저 산속에 박쥐나무 꽃 / 회목나무 꽃 / 회나무.참회나무 열매 / 버들개 050 이른 아침 산바람 애기좀잠자리 / 파리풀 056 높은 산 위의 여름은 솔나리 / 바람꽃 060 오는 계절과 가는 시간 물봉선 / 바보여뀌 / 이삭여뀌 064 산도 쉬는 날 비 오는 산 068 열매와 양식 누리장나무 꽃과 열매 / 다람쥐 070 조화로운 풍경 투구꽃 / 과남풀 074 끝없는 바위 길 매발톱나무 열매 / 너덜바위 길 078 모자 쓴 울산바위 울산바위 084 봄을 여는 색 호랑버들 / 호랑버들 길 086 산불 방지 기간 처녀치마 / 애기괭이눈 / 올챙이알 088 걸을 수 있을 때 자벌레 / 는쟁이냉이 092 삶과 죽음 참꽃마리 / 개미와 애벌레 / 두루미꽃 / 풀솜대 096 대망의 대청봉 시닥나무 꽃 / 금강애기나리 / 설악산 / 삿갓나물 100 물 반, 길 반 속새 / 구실바위취/ 석잠풀 108 미지의 숲 산양똥 / 눈빛승마 114 산은 높아서 신비롭고 청시닥나무 잎사귀 / 붉게 물든 잎사귀 118 반가운 꽃맞이 바위떡풀 / 민달팽이 / 금강초롱꽃 122 아침가리 물님, 고마워요! 당단풍나무 잎사귀 / 두메잔대/ 산부추 126 2부 찾다 만져볼까, 먹어볼까 올괴불나무 꽃과 열매 / 미치광이풀 134 오늘도 산에서 선물을 받았네 얼레지 / 꿩의바람꽃 138 오로지 현호색 현호색 / 흰왜현호색 / 갈퀴현호색 / 산괴불주머니 142 풀 따라, 길 따라 애기중의무릇 / 참개별꽃 146 바위틈에서 자라는 생명력 돌단풍 150 제비꽃 축제 둥근털제비꽃 / 남산제비꽃 / 노랑제비꽃 / 잔털제비꽃 / 고깔제비꽃 / 태백제비꽃 / 알록제비꽃 / 애기금강제비꽃 154 신비로운 생명체 천남성 꽃과 열매 / 반하 160 걸음은 마냥 느리고 등칡 / 대유동방아벌레 / 금강봄맞이 164 색의 마술사 쥐다래 / 개다래 / 두메갈퀴 /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 / 요강나물 168 딸기의 마음 멍덕딸기 / 줄딸기/ 멍석딸기와 큰줄흰나비 174 우리도 산이 되어 쪽동백 / 금마타리 178 꽃이 찾아오겠지 산꿩의다리 182 암벽 따라 걷는 길 뱀껍질 / 병아리난초 184 무지개의 선물 산양뼈 / 물레나물 188 여름의 고개를 넘으며 폭포 아래 192 그려보면 알지 단풍취 / 산오이풀 194 대견한 열매들 회나무 / 참회나무 / 나래회나무 / 회목나무 열매 198 적게 갖고 풍요롭게 노루삼 꽃과 열매 / 도깨비부채 202 늦게까지 남은 꽃 고려엉겅퀴 / 느러진장대 206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며 산솜다리 210 에너지 발전소 나도옥잠화 212 설악산을 그리며 큰유리새 214 설악산 식물 총파업 조릿대 / 토현삼 216 만난 모습 그대로 장구채 220 친구가 된 나무 산벗나무 부부목 222 3부 보다 숲속의 시간 물푸레나무 226 그리운 풀과 나무 밤나무 230 새로운 왕국 까치박달 / 박달나무 / 물박달나무 232 산이 가르쳐 주지 금강소나무 /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 236 열매로 손짓하는 나무 가래나무 / 찰피나무 / 사람주나무 / 잣나무 240 숲의 질서 사향제비나비애벌레 / 사향제비나비 248 붉어지는 산 복자기 / 복장나무 250 열매와 겨울 눈 노박덩굴 열매 / 생강나무 겨울눈 254 겨울잠에서 깨어난 숲 함박꽃나무잎사귀 / 난티나무잎사귀 / 왕갈고리나방 256 우리의 무릉도원 산장대 / 꽃황새냉이 / 분비나무 / 눈측백나무 260 보고 싶으면 올라가야 해 꽃개회나무 / 세잎종덩굴 266 머물고 싶은 능선 노린재나무 / 검종덩굴 씨앗 270 다시 찾아 나선 분취 이름 모를 분취 274 만나야 하는 풀 친구 은분취 278 금강분취를 만나러 금강분취 / 태백취 / 서덜취 281 산이 가르쳐 줄 때까지 콩박각시 애벌레 / 들메나무 / 이름 모를 분취 287 산길을 걸으며 나무뿌리 294 겨울을 기다리며 가랑잎 / 신갈나무 296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 굴참나무 300 얼음 왕국 얼어붙은 골짜기 302 겨울 숲 겨울 산 눈 위에 남은 발자국 304 여백 같은 시간에 서어나무 / 서어나무 겨울눈 306 설악산 아래로 마타리 310 눈덮인 설악산 구절초 312 나무의 무게, 마음의 무게 쪽동백나무 / 사스래나무 314 10년 전 그 자리에서 벚나무 꽃 / 설악산을 떠나며 318 그림을 그리며 붓과 함께 - 김근희 322 왁스페인팅 - 이담 324 참고 문헌 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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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에서 내려오면서 매주 산에 가 보자고 다짐했다.
오늘은 지난번보다 조금 멀리, 금강굴로 향한다. 내딛는 걸음 아래 여기저기 보라색 *현호색이 보인다. 금강굴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다. 헉헉대는 나를 보고, 돌 틈에 서 있는 풀들이 깔깔대는 것 같다. ‘겨우 그만큼 걷고 힘드니?’ 산속에 들어와 보니, 인간은 풀보다 약한 존재 같다. --- 「풀들이 깔깔」 중에서 작은 나무에 나팔 모양의 하얀 꽃이 피었다. 무슨 꽃일까 갸우뚱거렸던 그 나무는 찾아 보니, 매화말발도리다. 자그마한 나무 이름치고 꽤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열매 모양이 말발굽의 편자같이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7년이 지난 가을, 아주 작은 말발굽 모양의 매화말발도리 열매도 만나게 되었다. --- 「풀과나무 이름에 담긴 뜻」 중에서 영시암을 지나고 갈래 길에서 등산객 대부분은 봉정암 쪽으로 향하고, 고요한 오세암 가는 길에는 오직 우리뿐이다. 계속 오르막이라 숨이 차다. 고갯길에서 숨을 돌리며 잠시 쉬는데, 아저씨 한 분이 내려오면서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막 깔딱 고개를 넘어왔어요.” ‘여기가 깔딱 고개인가? 그래서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기운을 내서 남은 길을 올라가니 바람 시원한 고갯마루다. 고개 아래로 연등 행렬이 보인다. 오세암에 도착했다.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오세암의 본래 이름은 ‘관음암’이었다고 한다. 다섯 살짜리 동자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성불해 ‘오세암’이라 전해지고 있다. ---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중에서 “여기는 하나도 안 덥네.” 오랜만에 가슴속 깊이 심호흡을 하며 제대로 숨을 쉬었다. 불과 조금 떨어진 산 밖의 세상은 냉방기구 돌아가는 소음에 상대적인 더위까지 더해져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흐느적거렸는데, 이른 아침의 산은 별천지다.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는 마음속 더위와 갈증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 셀 수 없이 많은 잠자리 떼가 있다. 잠자리 하나는 땅에서 졸고 있어 밟을 뻔했다. 잠자리도 더위를 피해 시원한 숲으로 들어왔을까? 오늘 이 산의 주인공은 꽃이 아닌 잠자리인 것 같다. --- 「이른 아침 산바람」 중에서 높은 산의 꽃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중, 바람꽃이 얼굴을 내민다. 한 송이, 두 송이 피어 있는 바람꽃을 따라가다가, 벼랑 뒤에 무리 지어 있는 바람꽃 군락을 발견했다. 천 길 낭떠러지 끝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난 하얀 바람꽃이, 산에 오르느라 힘들었던 시간을 바람처럼 날려버렸다. --- 「높은 산 위의 여름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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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산의 법칙과 순환을 보며
바람이 실어다 준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풀 한 포기, 작지만 자신의 지혜로 열심히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들을 보며,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게 된다. 작다고 함부로 할 것이 하나도 없는 넓은 산에서 오히려 인간의 오만함을 만난다. 산 속에서 서로 긴밀하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을 들여다 보면서 오히려 거대한 평화를 느낀다. 이 책에 실린 꽃과 열매, 나무 그림들은 산의 법칙을 우리에게 속삭인다. 혼자만 잘났다고 으스대며 살아가지 않는 산의 작은 생명들은, 우리에게 공존과 순환의 지혜를 알려준다. 두 부부는 매일 산을 오르며 풀과 꽃, 나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산 속의 동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면 물과 흙, 바위들까지도 깊은 관계를 서로 맺는다는 걸, 무수한 발걸음을 통해 알아챈다. 어딘가에서는 생명이 태어나고 어딘가에서는 생명이 소멸하는 곳, 태어나고 죽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며, 서로 공생하는 곳이 바로 산이었다. 함부로 오르지 못하게 하지만, 때로는 넓은 품으로 품어주는 곳, 겸손한 마음으로 올라가야 그 깊은 품을 보여주는 곳, 설악산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그림과 아름다운 글로 남았다. 곁을 내어준 작은 생명들에게, 다시 만날 때까지 10년 동안 산이 알려준 지혜를 부부는 그들의 삶에 적용했다. 산이 알려준 생명력에 기대고자 부부는 시골로 터를 옮기고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자연이 건네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자신의 자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 산이 알려준 것들이다. 여기에 실린 풀과 꽃, 나무 그림들이 누군가에게 그런 단단한 지혜와 공존의 진리를 알려주기를 희망하며 책을 엮는다. 자연은 지금까지와 같이 스스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존재하는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연 걸음도 계속 이어질 것을 믿는다. 그림을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자연을 해치지 않고 동화되는 삶, 그렇게 우리의 걸음은 계속 나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