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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벌레고개
2. 김이 탄 날 3. 안바바와 다섯 명의 도둑 4. 네 이웃을 사랑하지 말라 5. 죄와 벌 6. 토우의 집 작가의 말 |
Kwon Y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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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남쪽은 산을 파내고 큰 길을 뚫어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었지 산꼭대기에 바위 세 덩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 ‘삼악산’이다. 그 남쪽 면은 경사도 완만하고 바위도 적어서, 산복도로를 내었다. 그리고 애벌레처럼 그 도로 옆으로 집들을 지었다. 우물집 둘째 아들인 은철이네 집에 새댁네 식구가 이사를 오기로 했다. 새댁네 가족은 ‘안 영’, ‘안 원’ 두 딸까지 넷이었다. 새댁은 마을 여자들의 샘을 사는 일이 빈번했다. 예쁜 필적, 분첩 대신 핸드백에 들어 있는 펜대, 펜촉 잉크병. 그리고 으레 “애들을 격일제로 두들겨 패지 않고 남편을 몹시 사랑한다는 이유”였다. ‘은철’과 새댁의 둘째 딸 ‘영’의 직업은 ‘스파이’. 마을의 우물에 빠져 죽은 처녀들의 수가 왜 ‘구십삼’인지 밝혀내고, 벽돌을 갈아 만든 독약으로 누군가를 벌하기도 하며, “새댁” 혹은 “누구엄마”로 부르고 불리던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낸다. ‘개발기술’과 ‘귀밝이술’의 발음이 똑같은데 어떻게 어른들은 그걸 구분해내는지, 어른들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마을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비슷하다. 커가는 아이들, 남편의 월급, 새로 이사 온 새댁의 가족사 등. 마을 여인들의 하루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가 인생의 큰 고비가 되었다가 운수패를 두고 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한 명씩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삼벌레고개는 작게 진동한다. 그리고 원이네 아버지 ‘덕규’가 양복 입은 사내들과 함께,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 봤자 토우의 집은 깜깜한 무덤 원이네는 막내딸 ‘희’가 태어나면서, 다섯 가족이 되었다. 딸들의 이름을 이어붙이면 ‘영원희’가 되었다. 다섯 식구는 행복했지만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김밥을 몇 줄 살뜰히 챙겨 산에 오르려던 어느 날, 덕규는 처음 보는 사내들의 부름에 따라 갔고 원이가 교복 입을 나이가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스파이가 되고 싶던 원이는 어느새 스튜어디스를 꿈꿨고, 원이네 아버지가 실종은 새살림을 차려 돌아오지 않는다는 등의 소문으로 흐려졌다. 시종일관 큰 요동 없이 차분하게 흘러가고 있는 이 소설은, 삼벌레고개 마을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아래를 고요히 흐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위태롭다. 밥을 먹는 것, 학교를 가고 출근을 하는 마을 사람 중 한 명으로 사는 것. 이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 내부로 균열이 오는 것 같은 고통을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덕규가 양복 사내들을 따라 들어간 것처럼. 소설이 유지하고 있는 시선은 아프다. 원이네 아버지가 정말로 새살림을 차렸을지 아닐지,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듯하지만, 우리는 안다. 소설의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모르는 진통을 소설의 시선은 아는 듯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소설 속 인물들이다. 원이네 가족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그들의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가슴이 제일 먼저 흙으로 칠갑된 그들은 아직도 무덤가에 살고 있다. 흙으로 빚은 장정들이 우리의 집에 들어와 토우를 내쫓고 산다. 삼벌레마을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