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tuart Macbride
|
로지 윌리엄스는 생전에 살던 대로 죽었다. 추하게. 자갈이 깔린 골목에 누워 오렌지색과 회색이 섞인 밤하늘을 쳐다보는 그녀의 몸 위로 보슬비가 내려 살결을 반짝 비추며 얼굴에 묻은 검붉은 피를 부드럽게 씻어 내렸다. 로지는 이 세상에 왔을 때처럼 갈 때도 알몸으로 갔다. -본문 중에서
로건이 실패로 돌아간 작전을 설명하는 동안, 구석에 말없이 앉아 있는 경위가 메모를 했다. 누군가가 다이스에 있는 버려진 창고에서 훔친 가전제품들을 판다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경관들을 소집했는데 로건이 원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은 인원이었지만 당시 동원할 수 있었던 인원이 그 정도밖에 안 되었다. 로건이 그들을 데리고 한밤중에 창고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때 도난 물품이 대량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다들 제 위치에 배정시키고 지저분한 파란색 배달용 밴이 나타나서 후진해 창고 문에 서는 걸 지켜봤다. 그 순간 로건이 창고를 급습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 됐는지 말했다. 메이틀랜드 경관이 어떻게 어깨에 총을 맞고 통로에서 6미터 아래에 있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도. 어떻게 누군가가 연막탄을 터트려서 나쁜 놈들이 다 도망쳤는지. 연기가 걷혔을 때 창고에는 훔친 물건이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도. 그들은 메이틀랜드 경관을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의사들은 경관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본문 중에서 “범인이 누구건, 사람들은 개를 죽인 게 완전히, 제대로 된 총 연습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렇죠?” 로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시체를 발견해서 세부사항을 언론에 밝혔다는 사실은 우리의 살인 후보자가 우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뜻이죠. 개를 죽여서 버리는 건 그렇다 쳐도, 그런 짓을 사람에게 한다는 건 어마어마하게 더 힘든 일이잖아요. 특히 경찰이 자신의 범죄를 알고 있을 때는 말이죠.” “그렇단 말이지.” 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로건에게 자신의 하이에나 같은 미소를 보여 주는 은혜를 베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자네가 다 알아서 계획을 세워 놓은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지?” 로건이 고개를 끄덕였고 스틸의 미소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하나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영웅 경찰 씨. 난 지금 여기서 망할 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니야.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너에게 하라고 할 때, 네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짓이나 하지 말고!” 로건이 움찔하는 동안 경위는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그리고 이거 알아? 이번에는 사실 네 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모르게 신문사에 가서 네 이름을 도배한 짓을 용서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야!” 로건은 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다시 접시로 떨어뜨렸다. “죄, 죄송해요.” ---본문 중에서 |
|
현대 사회의 어둠을 직시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범죄 스릴러의 수작, 타탄(Tartan) 누아르의 대표작
화강암의 도시 애버딘을 지킨다, 통찰력과 인간미의 형사 로건 맥레이의 두 번째 활약 2005년 첫 선을 보이며 2015년 현재까지 총 9편의 시리즈가 발표된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스코틀랜드의 화강암 도시 애버딘을 배경으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로건 맥레이와 그 주변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스릴러와는 차별성을 두는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와 함께 이 시리즈에서는 발 맥더미드, 이언 랜킨 등의 작가들로 대표되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타탄 누아르(Tartan Noir)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발표 후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범죄 문학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에 근접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대중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버딘의 홍등가에서 구타를 당한 채 알몸으로 발견된 매춘부 로지 윌리엄스의 시체. 또한 도시 반대편에서는 밖에서 창문이 잠긴 채 불에 탄 여섯 구의 시체들이 발견된다. 연쇄살인의 냄새를 풍기는 사건에 긴장한 형사 로건 맥레이. 게다가 자신이 지휘한 작전의 실패로 총에 맞은 경관이 죽음을 맞으면서 주위의 눈총에 시달리고 꼴통들만 모인 팀으로 보내지는 등 최악의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맥레이는 매춘부 살인사건은 물론 꼴통 팀을 벗어나기 위해 화재 사건까지 파헤치며 동분서주하지만 용의자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곧이어 새로운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튜어트 맥브라이드는 작품 속에서 잔혹한 사건들을 소재로 삼으며 현대 사회의 어둠을 정면으로 직시해나가면서도, 실제 묘사에 사실성을 살리는 쪽보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차가운 설명으로 독자가 느끼는 거부감은 줄이면서도 불행한 사건의 감정적 측면을 살리는 쪽을 선택한다. 무엇보다 전율이 이는 잔인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그러한 측면보다는 작품의 재미와 독특한 블랙유머를 기억하는 것은 그의 작가적 역량에 큰 부분을 기대고 있는 덕분이라 하겠다. 또한 진중하고 고독한 하드보일드 소설의 남성 주인공을 현실적으로 비튼 듯한 로건 맥레이의 캐릭터적 재미도 여전하다. 형사로서의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이라는 직장 안에서는 상사에게 매번 쪼이고 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며, 연인 앞에서는 쩨쩨하지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 같은 캐릭터 로건 맥레이. 그리고 1편 『콜드 그래닛』 때와 마찬가지로 맥레이의 주변 캐릭터 역시 우리 주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생생하고 실감난다. “맥브라이드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영리한 작가다. 시체가 산재하고 피는 흘러넘치고 주인공 로건 맥레이는 기쁨을 준다.”는 [타임스]의 리뷰처럼 『다잉 라이트』는 사회 범죄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유혈낭자한 연쇄살인극 속에서도 타탄 누아르 특유의 블랙 유머와 캐릭터로 독자를 즐겁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