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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건넨 말들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으로 이어지는 중동 인문 기행
백정순
초록비책공방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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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이란_페르시아만 너머의 땅

시라즈: 슬리퍼 신고 시라즈까지
페르세폴리스: 페르시아의 영웅 시대
이슬람 문화: 이슬람 교파, 수니파 VS 시아파

2부 오만_ 신드바드의 고향, 바람과 돌의 나라

무스카트: 물과 협곡에서 찾은 여행자의 낙원
무산담: 돌고래 보러 갔다가 감옥 갈 뻔한 이야기
이슬람 문화: 아랍, 이슬람 그리고 중동
캠프 엿보기: 아잔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까지는

3부 아랍에미리트_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나라

아부다비: 빛과 모래의 도시
두바이: 사막, 상상력, 그리고 바다의 꿈
이슬람 문화: 이슬람교 창시자 ‘예언자 무함마드’

4부 이집트_나일강의 선물, 부활에 진심인 나라

카이로: 기원전 3,000년에 시작된 이집트 문명
룩소르: 이집트의 경주라 불리는 곳
아스완: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
이슬람 문화: 관용의 라마단 보내세요, ‘라마단 카림’
캠프 엿보기: 사막에서는 모두 만능 체육인으로 변신

5부 이스라엘_세 종교의 심장이 뛰는 곳

예루살렘: 성지로 가는 길, 살트에서 길을 묻다
마사다: 바람 속에 남은 마지막 목소리
이슬람 문화: 유대인과 아랍인의 조상은 같다
캠프 엿보기: 루와이스로그: 캠프 밖 소소한 행복들

6부 요르단_중동의 붉은 꽃

암만: 암만 찍고 사해까지
페트라: 나바테아인이 세운 장미의 도시
와디럼: 붉은 사막에서 백두인이 되다
이슬람 문화: 양고기와 돼지고기

7부 레바논_페허 속에서도 노래하는 나라

베이루트: 한때 중동의 파리였던 곳
비블로스: 지붕 없는 페니키아 박물관
이슬람 문화: 사막 생존 키트 : 오아시스의 세 가지 요소
캠프 엿보기: 퇴근 후엔 주변 맛집, Bar로 고고씽!

8부 튀르키예_이곳은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에페수스: 튀르키예 속 작은 로마
파묵칼레: 하얀 언덕 위의 온천
이스탄불: 동서양이 만나는 길목
이슬람 문화: 같은 단어, 다른 의미, 이맘
캠프 엿보기: 파키스탄에서 온 이발사 ‘리즈완’

참고 문헌
사진 출처

저자 소개1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4년간 근무하며, 틈틈이 중동을 여행했다.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라는 말처럼, 여행은 늘 배움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길 위에서 얻은 통찰로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삶을 지향한다. 현재는 국내 원전에서 ICT 업무를 담당하며 기술과 삶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38g | 141*205*21mm
ISBN13
9791199385399

책 속으로

‘오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은 단연 신드바드다. 〈아라비안나이트〉 속 모험가의 고향이 바로 오만이다. 동아프리카와 인도를 잇는 바닷길 요지에 자리한 오만, 중동 국가임에도 해양 문화권으로 해양 중계 무역으로 번성했다. 그래서 이 땅은 자연스럽게 신드바드의 전설이 태어난 무대가 되었다. 신드바드는 도우라 불리는 전통 목선을 타고 인도양을 누비던 오만 선원의 화신이었다. 전설이 아니라,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오마니의 삶 자체가 곧 신드바드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이 모험담은 허구를 넘어 실제 역사 속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신드바드의 배경이 된 곳은 이슬람 아바스 왕조가 번영하던 8~9세기 바그다드와 인도양 해역이었다. 이름 속에도 당시 항해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신드는 지금의 파키스탄 신드 지방을, 바드는 바람을 뜻한다. 즉 신드바드는 ‘신드 지방에서 불어온 바람의 사람’이라는 의미다. 〈아라비안나이트〉 속 일곱 번의 항해는 피상적인 모험담이 아니라 상상 속 영웅의 여정이자 실제 인도양을 누빈 항해자들의 경험과 해양사의 기억을 응축한 이야기였다.
--- p.44

아랍, 이슬람, 중동은 단순히 겹치는 개념이 아니다. 이들은 언어, 종교, 지리, 역사라는 네 개 축 위에서 교차하며, 복잡하고 입체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외부인인 우리는 종종 개념의 경계를 혼동하곤 한다. 더욱이 ‘중동’이라는 명칭 자체가 서구의 인위적 구분에서 비롯되었듯 현대의 중동 국가들 또한 오스만 제국의 해체 이후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 속에서 인위적으로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민족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에 오늘날 이 지역은 정치적 불안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따라서 중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겉으로 드러난 지리적 구분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제국주의적 역사와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살펴야 하며 이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첫걸음은 바로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인식하고, 낯선 문화를 같음이 아닌 ‘다름’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 p.80

처음 들으면 평범한 한식당 같지만, 옥류관은 북한에서 외국인과 고위층 인사를 접대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들은 단순한 영업장이 아니다. 체제 이미지를 관리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종의 문화 외교의 거점이자, 때로는 외교관과 정보기관 뒤에서 관리하는 정치적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북한은 이런 방식을 통해 체제를 홍보하고 충성 자금을 확보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 왔다. 그런 장소가 아부다비에 분점을 냈다는 것은 북한식 ‘문화 외교’가 이곳까지 스며들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 “그럼 대동강으로 주시라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맥주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던 사람들이 순간 민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 속에서 잠시나마 경계가 사라졌다. 마치 남북의 장벽이 허물어진 듯, 여느 평범한 한국 식당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맥주 한 잔에 허물어진 경계는 얼마나 오래갈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남북의 장벽이 사라진 듯했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현실은 다시 차갑게 벽처럼 세워질 것이다. 그때 이런 생각이 스쳤다. 분단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 p.104~107

두바이의 최고에 대한 집착은 그저 경제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이면에는 인간 문명이 반복해 온 본능적 욕망이 숨어 있다. 하늘에 닿고자 했던 바벨탑. 영원을 꿈꾸던 피라미드, 신을 향해 솟아오른 고딕 성당의 바벨탑,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과 인공섬은 이 오래된 욕망을 현대 기술과 자본으로 다시 쌓아 올린 것이다. (…) 두바이의 과잉은 단순한 허영이 아니다. 문명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인류가 반복해 온 욕망의 최신 버전이다. 두바이의 ‘세계 최고’는 과유불급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명의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인가?
--- p.122쪽~123

그들은 왜 이런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을까? 파라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피라미드는 무덤 이상의 의미를 지닌, 죽음을 넘어선 삶에 대한 고대인의 믿음과 세계관을 응축한 상징이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의 시작이라는 확고한 믿음, 그리고 파라오의 존재가 곧 신과 이어지는 다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노예가 채찍을 맞아가며 피라미드를 건축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나일강이 범람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여름철, 정부에서는 거대한 건축 프로젝트를 발주했고 이를 통해 농민들은 일자리를 얻었다. 이는 장례 건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주민 복지를 위한 국가 사업이기도 했다.
--- p.155

라마단은 이슬람력 9월,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먹고 마시는 것을 금하는 가장 성스러운 시기다. 단식은 무슬림에게 매우 중요한 종교적 의무이며 이슬람의 다섯 기둥-신앙 고백, 예배, 자선, 순례, 단식-가운데 하나다. (…) 무슬림에게 라마단은 육체적 차원의 금식만은 아니다. 정신적, 사회적, 도덕적, 육체적 훈련의 시간이다. 이를 통해 절제와 인내를 배우고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운다. 단식은 622년 헤지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지라는 무함마드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건으로 이슬람교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꼽힌다. 무함마드는 고요한 단식을 통해 신과 조우했고 라마단은 그렇게 시간 속에 새겨졌다.
--- p.188쪽~189

7세기 무렵 이슬람 세력이 비잔틴을 격파하면서 요르단은 이슬람 세계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그 뒤로 약 400년 가까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만 제국이 붕괴하자 이 지역은 잠시 영국의 위임통치령으로 들어갔다가 1946년 ‘요르단 하심 왕국’으로 독립했다. 현대사 속의 요르단은 언제나 중동 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1948년 제1차 중동 전쟁에서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차지했으나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영토를 다시 내주었다. 그러나 1994년에는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며 중동에서 중재자적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들이 요르단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어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 나라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p.227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알카즈네 신전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와 로마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알카즈네는 무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지중해 문명 융합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토록 복합적인 문명이,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꽃피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건축물보다 더 놀라운 건 그걸 만들어 낸 사람들이었다. 나바테아인, 그들은 누구인가? 원래는 서부 아라비아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부족이었지만 기원전 6세기경, 지금의 페트라 지역에 정착하여 눈부신 문명을 일구어 냈다. 그들은 메마른 땅을 돌과 물로 길들여 낸 그야말로 사막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시크 협곡에는 빗물을 모으기 위한 수로를 만들고, 바위 군데군데엔 댐까지 만들어 물관리를 했다. 그 덕분에 메마른 사막에서 농사까지 가능해졌다.
--- p.239~240

레바논 내전의 뿌리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위임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 아랍 민족주의자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봉기하자, 프랑스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그리고 기독교 마론파를 중심으로 한 ‘대레바논국’을 시리아에서 분리해 세웠다. 그 배경에는 레바논을 서유럽 문화의 교두보로 삼고 프랑스식 질서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국경선 안에는 기독교,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등 다양한 종파가 인위적으로 묶여 살게 되었고 이는 훗날 국가의 불안정성을 낳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1943년 독립 이후에도 레바논의 권력은 종교별로 나뉘어 분점되었다. 대통령은 다수의 마론파가,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이 맡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가 설계한 정치 구도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아파 인구가 증가하자 권력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 와중에 1970년 요르단에서 축출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유입되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1975년 내전이 발발하게 되었다.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의 유산과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평화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에서 비롯된다.
--- p.259~260

비블로스는 고대 해상 무역의 요충지였다.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수입하여 그리스 등지에 팔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이집트에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파피루스를 뜻하는 그리스어 ‘비블로스’가 도시 이름이 되었고 파피루스에 성경이 기록되면서 훗날 ‘Bible’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항구의 상인들은 무역이 활발해지자 상거래 내용을 기록할 간편한 문자가 필요했다. 당시 이집트 상형문자는 지나치게 복잡해 배우기도, 쓰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단 22자의 자음으로 구성된 페니키아 알파벳을 만들어 냈다. 이는 인류사적으로는 문자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여기에 모음을 더해 문자를 발전시켰고 로마는 이를 라틴 문자로 계승했다. 그리고 수천 년이 흐른 뒤 이 알파벳은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자 체계로 자리 잡았다. 비블로스에서 비롯된 알파벳은 지식의 확산을 가속하며 인류에게 ‘문명의 민주화’를 선사했다.
--- p.276~277

하기아 소피아는 ‘거룩한 지혜’라는 뜻으로 초기 기독교 건축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기에 처음 세워졌지만 두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었다. 현재의 모습은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세 번째로 재건한 것이다. 하기아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는 술탄 아흐메트 공원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때로는 서로 경쟁하는 라이벌처럼, 이들은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1453년 비잔티움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드 2세는 비잔틴 천년의 유산인 하기아 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바꾸었다. 이는 겉모습만의 건물 개조가 아닌, 문명이 바뀌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 p.310~311

1453년 오스만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을 때 이교도의 상징인 하기아 소피아 성당을 허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은 비잔틴의 유산을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문화 안으로 끌어안았다. 정복지의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예술과 건축, 학문을 재해석하며 조화롭게 융합해 나간 것이었다. 이러한 포용의 태도는 이슬람 문명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 포용과 재창조의 정신은 블루 모스크의 푸른 돔 위에서도 숨 쉬고 있었다.

--- p.319

출판사 리뷰

문명의 시작과 현대의 분쟁이 맞닿은 땅
그곳에서 만난 중동의 진짜 얼굴


책은 옛 페르시아의 향기가 남아있는 이란의 시라즈에서 시작해 이집트의 나일강, 예루살렘의 성전, 두바이의 첨단 도시, 베이루트의 폐허,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시장까지 이어진다. 그 길 위에서 저자는 각 도시의 역사와 종교, 문화의 결을 따라가며 신의 뜻과 인간의 욕망이 맞닿은 땅이라는 중동의 본질을 탐색한다. 사람들은 흔히 중동을 ‘끝없는 사막과 종교의 나라’, ‘분쟁의 땅’으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의 일상과 정서를 포착한다. 커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현지인,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의 풍경, 그리고 신앙의 열기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중동’을 만나게 된다. 중동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지역들이 얼마나 다른지, 그 다양함 속에 어떤 공통적인 감정이 흐르는지, 낯설게만 느껴지던 중동의 현실과 일상을 직접 마주하며 그 속에서 발견한 중동의 복잡다단하면서도 입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시선과
인문학자의 마음으로 본 문명 기행


저자 백정순은 공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사유를 동시에 지닌 드문 여행자다. 원전 현장에서 일하며 ICT 업무를 맡은 그는 중동이란 낯선 세계를 이방인의 시선이 아니라 함께 살아본 사람으로서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런 그의 현실적이면서 사유적인 시선이 바라본 중동은 ‘문명의 잔해’가 아니라 여전히 변화하고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모래와 바람,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그는 ‘인간은 어디서든 자신만의 신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발견한다.

‘사막의 고요’에서 ‘도시의 소음’까지
문명의 흔적을 따라 걷는 8개의 여정


이 책은 8개국의 도시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1부. 이란_페르시아만 너머의 땅

우리는 흔히 이란을 위험하고 폐쇄적인 나라로 떠올리지만 실제로 마주한 이란은 역사와 문화의 층위가 깊은 나라다. 저자는 꽃과 물, 건축이 어우러진 핑크 모스크를 비롯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에람 정원,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페르세폴리스를 돌아보며 이란이 단순히 종교와 제재의 나라가 아니라 수천 년의 문명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문화적 토양 위에 세워진 나라임을 보여준다. 이슬람 혁명 이후 보수적이고 통제된 사회로만 여겨지던 인식과 달리 이란의 거리 분위기는 훨씬 더 자유롭고 유연하다. 저자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이어가고 서로에게 온기를 건네는 모습을 기록한다.

2부. 오만_신드바드의 고향, 바람과 돌의 나라

오만은 산과 사막 해안이 어우러져 곳곳에 계곡과 푸른 나무가 자라는 진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석유가 나오지 않는 곳이라 개발 대신 옛 모습을 간직한 조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란이 문명의 뿌리를 보여주고 아랍에미리트가 현대의 욕망을, 이스라엘이 신념과 갈등을 보여준다면 오만은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삶을 지켜온 사람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라비아의 노르웨이’라 불리는 무산담과 석회암, 돌고래가 뛰노는 바다, 그리고 새벽 시장에서 양과 염소를 사고파는 니즈와의 가축 시장을 돌며 자연과 전통 공동체의 일상으로 채워진 오만을 조명한다.

3부. 아랍에미리트_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나라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통해 사막 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한 문명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두 도시 모두 이슬람의 전통 위에 서 있지만 신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석유가 부족한 두바이는 불안과 생존의 절박함 속에서 부르즈 할리파와 두바이몰, 팜주메이라와 같은 인공의 도시를 세웠고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즉 21세기의 첨탑을 구현했다. 반면 아부다비는 석유의 풍요를 바탕으로 루브르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를 세워 품격과 비전을 갖춘 국가의 얼굴을 보여준다. 두 도시의 대조를 통해 현대 문명의 욕망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묻는다.

4부. 이집트_나일강의 선물, 부활에 진심인 나라

이집트를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문명의 기원지로 바라본다. 룩소르 신전과 왕가의 계곡을 찾아 파라오의 무덤이 단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영원을 향한 인간의 염원이 담긴 공간임을 깨닫는다. 세티 1세와 람세스 2세의 무덤에서 저자는 신앙과 예술, 삶이 맞닿은 문명의 흔적을 읽는다. 신전의 돌기둥을 보며 “삶이란 내 안에 작은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 말하며 이집트를 통해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가를 성찰한다.

5부. 세 종교의 심장이 뛰는 곳

성서 속 이야기와 오늘날의 분쟁 현실이 겹쳐진 땅을 여행하며 종교와 정치 신앙과 일상이 공존하는 복잡한 세계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킹 후세인 알렌비 국경 검문소의 철저한 검문 절차와 군인들의 시선 속에서 이스라엘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수천 년의 신념과 대립이 얽힌 공간임을 실감한다. 유대교의 통곡의 벽, 기독교의 성묘 교회, 이슬람의 바위돔 사원이 뒤섞여 있는 예루살렘을 돌아보며 신앙이 분열의 이유이면서 또 공존의 방식이 되고 있음을 기록한다.

6부. 요르단_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을 여행하며 중동의 붉은 사막과 인간의 흔적이 공존하는 풍경을 따라간다. 페트라에서는 거대한 붉은 절벽 속에 새겨진 나바테아 왕국의 흔적을, 와디럼에서는 붉은 모래와 바람, 낙타 행렬이 만들어 내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기록한다. 요르단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막의 여유와 단단한 삶의 방식에서 저자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며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지를 몸으로 체험한다.

7부. 레바논_폐허 속에서도 노래하는 나라

인류가 남긴 오래된 흔적을 걷는다. 지중해와 맞닿은 비블로스는 페니키아 문자가 만들어진 곳으로 그 문자가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져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알파벳의 뿌리가 되었다. 유럽이란 이름이 탄생한 신화인 에우로페 이야기도 이 땅에서 비롯되었다. 전쟁의 상처가 남은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런 일상 속에서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는다.

8부. 튀르키예_이곳은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튀르키예의 도시들을 찾아간다. 신과 권력이 시대마다 옷을 갈아입듯 변해온 역사를 하기아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통해 보여준다. 성당이 교회였다가 모스크가 되고 다시 박물관으로 바뀌는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한 건물이 시대와 권력, 종교에 따라 신앙의 대상에서 정치의 상징으로 변해온 아이러니의 역사를 포착한다. 이스탄불의 거리와 시장, 보스포루스 해협의 신화 속에서 동서 문명의 충돌이 아닌 공존의 흔적, 즉 과거와 현재, 신과 인간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의 얼굴을 기록한다.

저자가 중동 국가들을 거닐며 보았던 것은 분쟁의 현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들이 부딪히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공존의 공간이었다. 사막의 바람과 도시의 불빛, 신전의 돌벽과 시장의 활기 속에서 중동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두려움 대신 이해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문화 감수성의 교본’으로, 중동으로 떠나는 여행자에게는 ‘믿음직한 길동무’로, 낯선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는 ‘사유의 지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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