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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허만하
200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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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풍경
낙타의 물 냄새
풍경에 관하여
피 흘리는 풍경
시에 관한 단상 - 진하를 다녀온 날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 릴케와 벤샨
고와古瓦의 상상력
가릉빈가
연꽃과 거북의 민화
로마 기행
감나무 마을
나무를 찾아 길 위에 선다

2.정신의 섬
꽃과 P - 시의 언어학
이미지의 족보 - 쉬리얼리즘 시와 그림
김춘수와 천사의 궁둥이 자국
천인과 천사
새의 상징
해시계의 천사
에드거 앨런 포 산책 - 리치먼드 회상
브람스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 뉴잉글랜드의 봄
정신의 섬을 잇는 보이지 않는 선 - 데리다의 '입장들' 주변
이미지, 수직성 그리고 몸
촛불의 시학
운유와 죽음의 시적 근거
참호 밖의 꽃과 가슴 안의 꽃 - 나의 첫 시집에 대하여

3.시인의 뒷모습
6월에 바라본 한 시인의 뒷모습
조그마한 지적 고고학 - 시집 '朝鮮美'의 저자에 대하여
시인 권환의 김해 평야
달빛 속의 기적
벽산의 대
차와의 인연 - 의제 허백련 화백과의 만남
월광리 절터와 우수의 태자
눈을 감고 있는 초상화 - 이인성 유사
박수근과 경주 계림
해운대 바다를 찾던 날

저자 소개 1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의학박사(병리학)이며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였다. 1957년 <문학예술>지의 시 추천으로 등단, 1962년부터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첫 시집 『해조』이후 30년 만에 펴낸 두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으며 이 시집으로 제1회 박용래문학상, 2000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출간된 시선집 『동점역』외에 산문집으로『부드러운 시론』이 있으며 『청마 풍경』,『허만하 시선집』,『시의 근원을 찾아서』, 『야생의 꽃』,『살구 칵테일』,『시의 계절은 겨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의학박사(병리학)이며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였다. 1957년 <문학예술>지의 시 추천으로 등단, 1962년부터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첫 시집 『해조』이후 30년 만에 펴낸 두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으며 이 시집으로 제1회 박용래문학상, 2000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출간된 시선집 『동점역』외에 산문집으로『부드러운 시론』이 있으며 『청마 풍경』,『허만하 시선집』,『시의 근원을 찾아서』, 『야생의 꽃』,『살구 칵테일』,『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순진한 짓』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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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9쪽 | 399g | 148*210*20mm
ISBN13
9788981333829

책 속으로

풍경은 연약하다. 풍경은 순간으로만 있다. 그것은 덧없이 사라진다. 시시각각 빛은 변화하는 것이다. 풍경은 언제나 너무나 단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풍격이란 나의 세계(또는 지각)의 모습이 아니라 내 자신의 모습이다. 산다는 것은 풍경을 가진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바로 풍경을 잃어버리는 공포다. 캄캄한 밤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다. ... 풍경이란 언제나 그 앞에서 일인칭 단수 소유격이 붙어 있는 나의 풍경으로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풍경은 언제나 살아서 숨쉬는 것이다. 풍경은 언제나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풍경이 나의 체험이 되고 나의 체험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런 일순...

--- p.30-31

리치먼드에 도착한 지 열흘째 되던 날 나는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아보았다. 이 교회는 나지막한 언덕바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위는 모두 주택들이나 더러 흑인들이 살고 있는 듯했다. 이 교회는 패트릭 헨리의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유명한 연설이 있었던 바로 그 역사적 장소로 유명하다. 1741년에 지어졌다는 건물은 조그마한 편이며 흰 빛깔이었다. 내가 이 교회를 찾은 것은 이 교회 묘지에 에드거 앨런 포 어머니의 무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실은 리치먼드의 관광 안내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에게 가르쳐준 이는 이곳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택 선생이었다. 그와는 구면이었다. 오랜만의 재회를 우리는 이 교회 묘지 안에 있는 포의 어머니의 무덤을 함께 찾아보는 일로 기념하게 되었다.

떠돌이 배우로서 흥행차 흘러왔던 리치먼드에서 두 살난 포를 남긴 채 스물네 살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던 엘리자베드 아놀드 포. 그녀는 이미 두 해전에 같은 유랑 배우였던 남편 데이비드 포를 떠나 보냈다. 에드거가 태어난 1909년 말 실종된 남편은 그대로 행방불명이 되었던 것이다. 그 불행한 여배우의 무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묘비가 유난히 컸던 것이다. 그 석비는 나의 키보다도 약간 더 높았다.

---pp.133~134

나무의 또 다른 상징은 벼랑 같은 그 수직성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송진 냄새가 자욱히 서려 있는 수령 5백년을 넘는 아름드리 전나무 숲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여름 다시 찾아본 오대산 월정사에서의 일이다. 수직성이란 평면에 굴복하지 않고 일어서는 실존이란 말을 했던 철학자는 메를로-퐁티였었지.

--- p.76

출판사 리뷰

이번 산문집은 그가 시를 찾는 순례의 길 위에 남긴 발자국 가운데서 34편의 산문을 엮은 것이다. 그 자신은 책 엮는 일은 글이 시의 결을 가지는 문체에 이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소신을 스스로 범했다고 민망해하지만 이번 산문집은 그의 시집『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의 성가에 값하기에 충분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집에 응축된 그의 언어들이 이제 좀 더 편한 산문체로 풀려가면서 예술적 향기를 띤 채 다가올 뿐이다. 이 산문집은 시인 자신이 지녀온 시적 욕망, 즉 시의 모천에 대한 목마름에서 빚어진 산물로서 그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을 뿐더러 그의 예술혼과 교유하는 시인,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의 뿌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글 한 편 한편이 흔히 다른 작가들의 산문집에서 보이는 일상과 주변에 대한 감상과는 일정 거리가 있는, 가히 '인간과 예술의 실존적 의미에 대한 탐구'라 이름할 수 있는 글들이다.

등단 40년만의 두번째 시집 출간이 화제가 되었지만 그 장구한 세월이 시인에게 그저 공백의 시간이 아니었음은 이 산문집을 대하는 순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산문의 한 표현처럼 "한 줄기 시를 위해서 체험이 오랫동안 끈질기게 기다려야" 했던 것이고, 그 길 위에서 그는 시혼을 지피며 시어를 탁마해오지는 않았는지... 이 산문집의 글들에서 그 정신적 그리고 물리적 시간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허만하 시인이 70년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써온 산문 중 34편을 골라 3부로 나누어 실었다.

1부 풍경
시인은 삶의 풍경을 가장 멀리 보는 사람이라 했던가. 1부는 시인이 시, 예술의 도정에서 만나는 풍경이다. 여기서 풍경은 목숨 없는 자연이 아니다. 시인은 거기서 혼을 보아낸다. 그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런 풍경을 받아들일 눈을 가진 릴케, 세잔느, 고흐, 벤샨 등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절터에서 만나는 절대 침묵과 한 조각 기와에서도 표정을 읽어낸다. 그리고 시의 물냄새를 좇아 길 위에 선 시인의 순례길은 미지의 풍경, 미래의 길로 계속된다.

2부 정신의 섬
1부의 시적, 예술적 풍경이 구체적 표현을 얻는 과정이다. "언어로 말할수 없는걸을 언어로 말하는 시인은 화가와 동일시된다. 시는 언어의 의미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사물로 드러내어 그림과 마찬가지로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와 회화가 하나의 예술로 융합되는 쉬르리얼리즘 시의 이미지에 황홀해하고 동서양 시인,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독특한 감식안으로 드러낸다. 청마, 김춘수, 박남수, 이중섭, 릴케, 오든, 쉬페르베엘 등. 또한 자신이 감성을 철저하게 제거한 시적 방법론으로서 귀감을 삼은 프랑시스 퐁주,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메를로-퐁티, 데리다도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시적 근거를 밝히는 자리이자 그만의 시론, 예술론이라 할 글들이다.

3부 시인의 뒷모습
한편 그의 깊고 따스한 시선은 구석진 곳까지 미치는 바, 잊혀진 혹은 묻혀진 인물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글들은 또다른 감동을 자아내는 글들이다. 더욱이 그들에 대한 회고와 감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직접 그 자취를 찾아나서는 적극성을 띠기도 한다. 6.25 다음해 부산의 한 다방에서 외로이 잠든듯 숨진 전봉래 시인, 해방 전후 역사에서 굴절을 격은 시인 권환, 화가 이인성, 박수근 등에게 보내는 눈길, 그리고 해방후 최초의 조선어 시집으로 짐작되는『조선미』의 무명의 작가를 밝혀내는 과정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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