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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 시초는 바닷가에서 되풀이된다 ― 허만하
허만하 시_ 노을 앞에서, 론다니니의 피에타 산문_ 시에 있어서 美란 무엇인가 박대현 평론_ 시가 ‘나’의 죽음을 불러오리라 이수명 시_ 발표회, 거주자들 전명숙 시_ 뱀,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 채수옥 시_ 빨간 선線, 닫힌 어둠을 심점환 대담_ 현대미술의 아름다움 ― 조말선 정익진 시_ 화이트데이, 불량주화 산문_ 멜랑콜리아 조말선 시_ motel empty 5, motel empty 6 산문_ 백번의 지루함 뒤에 오는 한 번의 불쾌일지라도 유지소 시_ 바나나, 그림자들 산문_ 생활의 발견 김형술 시_ 의자 위의 모자, 바다로 지은 집 산문_ 왜 아름다운가 김 참 시_ 초록 임부복의 여자, 가자미 산문_ 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 언 시_ 비밀, 아름다운 사랑 영화 산문_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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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나Sedna’의 세 번째 외출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단의 가장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시인들인 허만하 정익진 조말선 유지소 김형술 김참 김언 등 소위 ‘부산 모더니즘 시인들’의 색다른 모임이자 실험인 세드나가 ‘세드나 3집’ 《순진한 짓》을 출간했다. 2010년 ‘세드나 1집’에 해당될 《기괴한 서커스》를 통해 이 주목할 만한 모임의 첫 출범을 고지한 이후, 2012년 ‘세드나 2집’인 《살구 칵테일》을 통해 모임의 존재 의의와 지속 가능성을 확인시킨 바 있는 시인들이 2년 만에 다시 새로운 실험을 선보임으로써 “에스키모 신화 속 바다의 여신 이름이며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어떤 행성의 이름”이라는 세드나의 항구적인 출항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세드나의 주목할 만한 도전적 정신과 실험은 “동인지도 아니고 무크지도 아닌 뭐라 ‘명명할 수 없는’” 책인 《기괴한 서커스》가 출간된 그 해에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됨으로써 이미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고 하겠다. ‘세드나 3집’ 《순진한 짓》은 이 같은 세드나의 도전적 정신과 실험의 항구적인 출항이 언제나 새로운 또 다른 시작의 모험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로 시인 허만하가 쓴, 책의 ‘서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발언이야말로 이러한 갈망의 징표가 될 터이다. 시초는 한번뿐이기 때문에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초는 근원적으로 다시 시작될 때 참된 시초가 되는 역설이다. 《세드나》 제3집의 은빛 목소리는 우리들이 항구도시 부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바깥의 시공간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시간적으로 미래를 상대로 한 자각의 목소리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가 저마다 자신의 인격을 걸고 시를 쓰는 자세를 확인하는 절차다. ― 서문, 〈시초는 바닷가에서 되풀이된다〉에서 시적 화두로서의 언어와 아름다움 7명의 세드나 시인들이 각자 새로 쓴 2편의 신작시와 산문으로 참여하고, 또 이수명 전명숙 채수옥 같은 초대 시인의 신작 작품들과 평론가 박대현의 깊은 통찰력이 담긴 비평문, 화가 심점환이 대담을 통해 함께 초대되어 한 바탕 흥겨운 시와 예술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순진한 짓》의 이번 화두는 ‘시의 아름다움’! 《기괴한 서커스》가 모더니즘의 뿌리를 보듬으며 부산 모더니즘 시인들의 계보를 탐색하고, 《살구 칵테일》이 세드나 시인들의 ‘시에 대한 무구한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확인하는 데에 바쳐졌다면, 《순진한 짓》은 이 모임의 구성원들이 “한국시가 정면으로 맞이해야 할 숙제”로서 규정한 ‘시에 있어서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의 언어와 아름다움에 대해 성찰의 장을 펼치고 있다. 책의 ‘서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 시적인 언어와 미 앞에 정면으로 서는 이중의 물음 내지는 총체적인 물음이 된다. 우리들은 물음을 유지하고 되풀이함으로써 우리들의 현재를 역사에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순수한 야심이다. 우리들은 개념으로 시를 해부하는 방법을 반성한다. 시는 본질적으로 체계적 전개 그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나타남이다. 우리들은 말을 전달로 보기보다도 자율적인 존재로 본다. 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를 드러내는 특권적인 존재다. ― 서문, 〈시초는 바닷가에서 되풀이된다〉에서 횔덜린과 릴케와 르네 샤르의 시 세계를 참조하면서 시(예술)의 미적 기능과 그 자율성을 강조하는 허만하는 산문 〈시에 있어서 미란 무엇인가〉에서 “‘미적 기능’은 필연적으로 기성의 코드를 넘어선 창조에 입회하는 것이다. ‘최초의 언어’에 입회하는 시인은 영광이 아닌, 고난과 인적미답의 고독을 흐느낌으로 포옹하기 마련이다”고 말한다. 또한 세드나 시인들의 시세계를 참조하면서 시의 아름다움(美)과 현실-공동체(善)의 관계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박대현의 평문 〈시가 ‘나’의 죽음을 불러오리라〉는 “진정한 미美란 무엇인가. 미가 정치를 떠날 수 없을 때, 그것은 가능한 한 현실의 결핍과 고통을 구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어야 하지 않은가”라며, 시의 아름다움이 현실의 구원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순진한 짓》의 표지에 사용된 〈시의 조건〉을 그린 화가 심점환을 초대하여 ‘시의 아름다움’의 문제를 ‘예술의 아름다움’이라는 문제로까지 확대하여 조명해보고자 한, 시인 조말선의 대담으로 진행된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은 실제 창작의 과정에서 겪는 예술가의 고통을 포함하여 ‘회화에 있어서의 미학’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를 두고 시인과 화가라는 두 예술가 사이의 즐거운 방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시의 언어와 아름다움의 관계에 대한 화두를 물고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세드나 시인들의 심오한 통찰력과 재기가 빛을 발하는 산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시의 아름다움이라는 비의에 접근하는 글 읽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하도록 한다. 정익진의 〈멜랑콜리아〉, 조말선의 〈백번의 지루함 뒤에 오는 한 번의 불쾌일지라도〉, 유지소의 〈생활의 발견〉, 김형술의 〈왜 아름다운가〉, 김참의 〈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언의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 등은 모두 개성적인 시인들의 유려한 문체로 직조된 시적 언어의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