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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의 흐름이 가장 멋진 무브를 만든다
2 엄마 I 3 그냥 피는 꽃들이 있지 저렇게 돌 틈 사이로 4 엄마 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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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나는 행복을 가진 적이 없지만 가졌더라면 간직했을 것이다 --- p.29 난 지키려고 해요 어떤 간격을 욕구를 가진 인간적인 존재이기보다 어떤 부재에 가깝기를 차가워질 수 있는 따뜻한 인간이기를 --- p.52 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당신의 결여는 언제나 먼저 와 있어요 내 사랑은 어느 곳에서도 안전하지 않죠 --- p.59 다음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보세요 누구도 사물 위에 서 있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사물의 한가운데 서 있다 --- p.86 엘스파스의 시는 이렇게 시적이라고 믿어온 것들과 멀어짐으로써 더 생생하고 정확해진다. 우리는 이 생생함에 동참하고 우리의 경험들을 무한히 포개며 정확해져간다. --- p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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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사물 위에 서 있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사물의 한가운데 서 있다” 가장 현재적인 시의 얼굴 핫도그, 헬멧, 양말, 에스컬레이터…… 지르카 엘스파스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에서 포착한 단어들로 시를 짓는다. 거대한 사유 대신 사소한 사물로 내면과 세계의 균열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노출하는 동시에 감추고 싶어 하고 연결되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디지털세대의 정서를 곧게 비춘다. “영상통화로 극복할 수 없는/ 정적이 들어서 있다” “나는 온라인에서 촛불 하나를 켠다”와 같은 세대적 질감을 내포한 시구들은 디지털세대가 맞닥뜨리는 감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 시인은 청년 세대가 ‘엄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에도 집중한다. “엄마에게서 나는 배웠어/ 눈이 올 때나 길이 얼었을 때는 절대/ 좋은 가죽 신발을 신고 나가면 안 된다고”라며 과거를 그리워했다가 “나를 어떤 탯줄에도/ 묶이지 않은/ 사람이게 해”달라며 엄마에게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엄마는 성숙을 위해 떠나야 하는 존재이자 완전히 독립하기 어려운 ‘나’의 원형인 것이다. 이처럼 엘스파스의 시에는 개인을 중시하며 감정적 거리 두기로 자아를 형성해가는 세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는 많은 단어를 안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다” 규칙을 지운 투명한 목소리 지르카 엘스파스는 한 인터뷰에서 “나에게 글쓰기는 언제나 ‘할 말 없음/말문이 막힘(Sprachlosigkeit)과 씨름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시인의 주요한 시 세계를 관통한다. 엘스파스의 시 쓰기는 언어를 유창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지점에서 출발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많은 단어를 알고 있음에도 “그중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는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하며 시를 쓴다. 이러한 인식은 표현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엘스파스는 대문자와 마침표를 생략하고 불규칙적인 행갈이를 자주 사용한다. 단어 사이의 위계와 경계가 흐려지면서 독자는 자주 “흠칫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끊긴 호흡을 재생하기 위해 더욱 시에 몰입하게 된다. 또 그는 거의 모든 시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 다만 역시 거의 모든 시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중심 시구’가 존재하므로, 제목을 대신하는 문장들이 시마다 다른 위치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눈여겨보는 것도 큰 재미다. ‘이해하기’보다는 ‘감응하기’를 요구하는 듯한 새로운 시인의 리듬이 한국 독자에게 신신한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한국어판 인사말 나는 글쓰기의 외로움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처음으로 시가 내 손을 떠나는 순간은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이다. 그다음 시집이 출간될 때 다시 내 손을 떠나고, 내가 말하고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될 때 또 한 번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나에게 낯선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될 때이다. 이런 단계에서 매번 시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는 행복이 함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