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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프라이드 에이징, 깊어져가는 삶을 위하여
1부 웃음의 서가 ‘젓가락 살인’은 우리 도서관에 없습니다 도서관 이모의 고백 오배열된 ‘용지호’를 찾습니다 민원은 똥병상련 책 봉합의 달인, 응급 닥터 허 책을 찾아드립니다 토하셔도 됩니다 방귀는 참아주세요 도서관의 C컷들 2부 인생의 서가 28번 사물함 혹시 본인 맞으신가요 할머니들의 슬기로운 도서관 생활 노인과 바다×노인과 도서관 바다를 건너온 한 권의 책 인생은 삶겹살처럼 명절에도 열어주세요 3부 서가의 안쪽 대부업은 아니지만, 대출하는 사람입니다 도서관에서 딸의 마음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성별을 입력하세요 우리는 대출 상담가 보존서고의 역주행을 꿈꾸며 왜 그녀에게만 고추를 주나 다정한 독촉 도서관 노동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4부 추억의 서가 1.5톤의 짜장면 잘 ‘말리는’ 밤입니다 떡볶이로 견디고, 엉덩이로 버티고 금광을 두고서 금반지를 팔았네 잠만 잘 자더라 클리어 파일 실종 사건 그날, 우리는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5부 꿈의 서가 도서관의 낮×부부의 밤 여전히 우리의 생은 『생의 한가운데』 있다 한때 무용했던 것들에 대하여 검은 나비의 마지막 비행 가을 서정과 통증 사이 작은 도시의 사랑법 에필로그 - 우연한 기회가 운명이 되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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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대에 놓인 책 목록이 한 사람의 ‘인생 서사’처럼 읽힐 때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나이듦이 내게 선물한 소중한 사유이자 통찰이다.
--- p.6 다음날 오전에야 실종된 ‘용지호’를 다시 찾을 시간이 생겼다. 우리의 용어로는 ‘오배열을 본다’라고 한다. 말 그대로, 잘못 꽂힌 책을 찾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오배열을 보는 시간은 청구기호와의 고독한 싸움이다. --- pp.28-29 “책도 사람처럼, 상처를 치료하면 다시 쓸 수 있어요. 고쳐 쓰일 때 보람을 느껴요. 흉터를 볼 때는 오히려 정이 들어요.” --- p.41 순간 당황스러웠다. 어제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용자가 읽고 북카트에 꽂아둔 수십 권의 책을 일일이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서관 흥신소의 첫 임무이니, 최선을 다해 찾아드리기로 했다. --- p.45 젊은 시절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즐겁고 감동적인 장면이 중년이 되면서 잘 보이기 시작했다. 숏폼 콘텐츠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도서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 p.66 어느 날, 시 쓰는 어르신이 케이크 한 상자를 사오셨다. 규정상 받을 수 없다고 정중히 사양했지만, 어르신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알고 보니 팔순을 자축하는 케이크였다. 가족과 다름없는 도서관 직원들과 꼭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 p.90 도서관은 누군가에게 단순한 쉼터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마지막 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명절에도 문을 열어달라던 어르신의 한숨은 고립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 p.114 나는 대출하는 사람이다. 대부업체 직원이라는 오해는 마시라. 책을 대출하고 반납받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뜸 사서 공무원이냐고 묻는다. 그것 또한 오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구구절절한 사람이 된다. --- p.117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폐기되거나 분실물 보관함으로 향할 뿐이다. 너무 사소한 일이기에 별도의 규정도 없다. 나는 벚꽃이 흐드러진 엽서 한 장을 앞에 두고 잠시 검열자가 되어야 했다. 이성의 뇌는 ‘규정 없음, 폐기 가능’이라 속삭였고, 감성의 뇌는 ‘일단 정지’ 신호를 보냈다 . --- p.125 우리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책을 ‘다루는’ 시간을 보낸다. (…)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교양을 쌓으러 도서관에 온 것이 아니라 일하러 출근했다는 것이다. --- pp.164-165 우리의 지난 시간들은 그렇게 사라지거나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쓸모 있는 중년의 삶을 단단하게 빚어내고 있었다. --- p.233 나는 검은 나비의 마지막을 더이상 불행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때가, 나비의 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반대편 차선을 향해 위태롭게 날갯짓하던 그때, 도전과 환희가 마침내 한몸이 된 찰나. --- pp.239-240 책에만 쏠렸던 나의 관심은, 어느덧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로 번져갔다. 그 풍경은 담장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 덩굴처럼 아름다웠다. (…) 이 모든 사람이 작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언젠가 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그들의 뜨거운 들숨과 날숨으로 가득 찬 도서관은, 그래서 늘 바깥 온도보다 높다. --- pp.250-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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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안쪽에서 바라본 일상의 스펙트럼
A컷도 B컷도 아닌, 우리 삶의 유쾌하고 찡한 C컷들 책은 도서관에서 마주한 웃음, 삶, 노동, 추억, 그리고 나이듦을 다섯 개의 서가로 나누어 담았다. 정숙한 공간 속 예기치 않은 소동에서부터, 책보다 뜨겁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도서관 직원의 일과 기억,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시선까지, 저자는 도서관을 저자는 도서관을 하루와 생이 교차하는 무대로, 사람과 이야기가 쌓이는 생의 아카이브로, 삶의 결이 묻어나는 현장으로 그려낸다. 저자가 포착하는 도서관의 일상은 완벽한 ‘A컷’이 아닌, 예상치 못한 ‘C컷’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인 ‘난청이 가져온 유머’는 대표적이다. 어린이가 찾는 ‘젓가락 달인’을 ‘젓가락 살인’으로 잘못 듣고, 이용자의 성을 ‘곽’에서 ‘강’으로 오해하며 벌어지는 소동들은 폭소를 안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실수와 불편함까지도 인간적인 공감의 소재로 승화하며, “완벽한 기능보다 인간적인 실수가 주는 여유와 공감의 가치”를 역설한다. 도서관의 정숙을 깨는 유쾌한 소동은 끊이지 않는다. 독한 냄새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방귀 마스터’에 대한 동료들의 은밀한 고충,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몰래 사랑을 속삭이는 ‘이팔청춘 연애 커플’을 단속하는 이야기, 정수기 컵이 너무 작다며 반짝이는 ‘스뎅 사발’을 고집하던 어르신, 혼자 보겠다며 만화책을 엉뚱한 서가에 숨기는 아이들, 글자를 모름에도 책을 거꾸로 들고 읽던 할머니의 초롱초롱한 눈빛까지,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닌, 온갖 욕망과 사연이 부딪히는 생동감 넘치는 ‘인생 극장’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묵직한 삶의 무게가 공존한다. 1년 넘게 28번 사물함을 쓰던 취준생의 뒷모습, ‘영혼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찾아 헤매는 노인의 간절함, 팔순에도 신춘문예 당선을 꿈꾸던 ‘007가방 어르신’의 열정은 고독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이들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찾는 마지막 피난처다. 책과 사람 사이, 마음이 머무는 자리 그 마음을 돌보는 숭고한 노동에 대하여 저자의 시선은 ‘서가의 안쪽’, 즉 노동자의 시선으로 도서관의 속살을 파고든다. “대부업은 아니지만” 책을 ‘대출’해주는 노동자는 이용자의 책 목록에서 질병과 불안, 꿈의 궤적, 즉 한 사람의 ‘인생 서사’를 읽어낸다. 이곳은 ‘편한’ 일이 아닌, ‘마음’을 다루는 치열한 감정 노동의 현장이다. “민원은 똥병상련”이라는 표현은 민원인의 절박함을 업무로만 치부하지 않으려는 노동자의 윤리를 보여준다. 규정의 벽을 앞세워 화장실 사용을 막았던 초보 시절을 반성하며, 도서관 노동자가 갖춰야 할 ‘사람을 먼저 헤아리는 깊은 윤리’를 정립한다. 노동의 본질은 ‘마음의 봉합’으로 재정의된다. 찢어진 책을 외과 의사처럼 정성껏 수선하는 동료의 모습에서 저자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책도 사람처럼, 상처를 치료하면 다시 쓸 수 있고, 흉터를 볼 때는 오히려 정이 든다”는 동료의 말은, 도서관 노동이 단순한 도서 정리가 아니라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마음의 대출’임을 시사한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무거운 울림은 도서관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성찰이다. ‘명절에도 열어주세요’라고 애원하던 1인 가구 어르신의 간절한 외침과 실종된 노인의 사연은, 도서관이 누군가에게 쉼터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마지막 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도서관이 ‘정서적 안전지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는 이 책의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다. 오배열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춘다 『삶은 도서관』은 저자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된 삶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기억들을 따라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한때 방향을 잃은 듯 보였거나, 심지어 쓸모없다고 스스로 치부했던 사소하고 굴곡진 경험들조차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삶 전체를 통해 증명한다. 저자는 인생이 정해진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직선으로 달려가는 마라톤이 아님을 힘주어 단언한다. 대신,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의 고유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스텝을 밟아나가는 한바탕의 ‘춤’과 같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완벽한 ‘정배열’로 정돈된 상징적 공간인 도서관을 배경으로, 그 질서정연한 궤도를 자꾸만 이탈하며 방황하는 ‘오배열’된 우리 모두의 불완전한 존재를 따뜻하게 긍정한다. 이는 마치 유쾌하면서도 다정한 응원가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퍼진다. 특히 이 책이 빛나는 지점은 중년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있다. 노화와 상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세월이 차곡차곡 빚어낸 고유한 품격으로 삶의 후반부를 바라보게 한다. 또한 잃어가는 감각에 절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생생하게 피어나는 생의 찬가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재해석하도록 이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매일 무심코 스쳐 지나가던 도서관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전혀 다른 풍경으로, 그리고 훨씬 더 깊어진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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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도서관의 네모반듯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일, 오배열의 아름다움을 간파해내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고요해야만 할 것 같은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소동이 벌어지는지, 도서관 노동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동안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덩달아 즐거워졌다. 어떤 책은 전혀 몰랐던 세계로 통하는 유일한 문이 된다. 그 책이 아니면 영영 모를 이야기와 발굴되지 않을 말들을 품고 있다. 세상에 책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가 여전히 누군가의 첫 책을 기다리는 이유다. 『삶은 도서관』은 도서관에 찾아가는 마음이 무엇이고 거기서 기다리는 마음은 또 무엇인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이 마음과 저 마음 사이를 오가며 산책하게 한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그 일상적인 행위에 이토록 놀라운 ‘인생 서사’가 깃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 윤고은 (소설가, 〈윤고은의 EBS 북카페〉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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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을 때 한 번, 책을 읽다가 몇 번, 그리고 책장을 덮고서 다시 한번, 인자 작가가 이름 붙인 ‘프라이드 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멋진 개념과 용어를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이들며 더 깊은 삶을 누리고, 더 깊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삶이 깊어지는 과정에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다정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일, 가족, 사랑, 시선, 예의, 이웃, 예술, 작은 기쁨들, 그리고 아마도 좋은 동네와 좋은 도서관들 말이다. - 장강명 (작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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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위대한 인간들의 업적은 대개 쉰 살 넘어 벌인 행위의 결과다. 다빈치는 쉰네 살에 ‘모나리자’를 그렸고, 빅토르 위고는 예순 살에 『레 미제라블』을 썼다. 히치콕은 예순한 살에 대표작 [사이코]를 찍었고, 만델라는 일흔두 살에 아파르트헤이트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스트라디바리는 여든세 살에 전설적인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제작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아흔살 살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완성했고, 자연학자 테오도르 모노는 아흔세 살에도 사막 탐험을 계속했다. 앙리 마티스는 여든두 살의 나이에 ‘방스에서 창작을 하던 중에 마침내 나 자신이 깨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곤 이듬해에 미술사에 영원히 남을 ‘청색 누드’를 남긴다.
스물네 살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인자 작가는 쉰이 넘어 생애 첫 에세이 『삶은 도서관』을 펴냈다. 나이든 여성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이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가의 첫걸음일지!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 김성신 (평론가, 출판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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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책 뒷표지에 실린 윤고은 소설가의 추천글 첫머리입니다. 맞습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공공도서관에서 공무직 사서로 일하는 작가가 직장에서 겪는 일들을 책에 담았는데, 에피소드들은 따뜻하고 문체는 유쾌합니다. (…)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나이들어 일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들이 에피소드마다 잔뜩 묻어나서, 읽는 사람이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 아직도 도서관 회원증이 없는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문재인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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