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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하나, 첫 낙엽이 졌다. 가을의 첫바르 그 엄지발가락이 땅에 찍힌 것이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 흰둥이 무덤에 가서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또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유일하고도 자그마한 내 하루의 순례였다. 지난 주 초에 나는 내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함창면이 다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반석교회 근처를 지나다가 같은 사무엘반 아이를 만났던 게 화근이었다. 고 녀석은 사진관집 진철이라는 맹한 녀석이었는데 지난주에 사무엘반으로 들어온, 세상의 죄가 잔뜩 묻은 나와 동갑내기 애였다. 이를테면 천사로 따지자면 날개가 아직 돋아나지 않은 아기라고나 할까. 어쨌든 녀석은 하나님에 대한 애기를 잘 모르는 애였다. 내가 하나님에게 기도하러 교회에 가는냐고 물었더니 녀석은 나를 헹 하고 비웃었다. 고 녀석이 교회를 거짓부렁으로 다니고 하나님을 모욕해도 유분수지 세상엔 하나님이란 없다는 거였다. 그러면 왜 교회에 다니냐고 따졌더니 녀석은 재미로 다닌다고 했다. 하나님에 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믿겠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눈앞에 보여주면 진심으로 그간의 불경을 참회하고 착한 어린양이 되겠다고 내게 맹세했다. 이런 녀석은 그냥 그대로 놓아두면 이담에 커서 예수님을 팔아먹은 유다 같은 어른이 될 게 분명하였다. ---pp.190~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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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얘기하려고 했었다. 물을 즐겁게 준 뒤 아버지에게. 이제 아부지는 나무가 되는 거야. 그래서 저 오동나무처럼 큰 거인이 될 거야. 그러면 아부지는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지게 돼. 그런데 한가지가 맘에 걸려. 아버진 움직일 수 있다 해도 너무나 키가 크기 때문에 주막집에는 이제 들어갈 수 가 없어. 그러니 주막집쯤이야 안 가도 괜찮지 아부지? 하고 말할 참이었다.
---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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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림자를 잘라내면 도마뱀처럼 새로운 꼬리가 자라날 것이다.
언젠가 상구, 철구 형제가 풀숲에서 도마뱀을 잡아 꼬리를 뚝 떼내면서 말한 적이 있었다. 영선이 그림자를 잘라낸다면 눈 나라 그림자처럼 희고 깨끗한 그림자나, 태양의 나라 금빛 그림자가 꼬리로 달릴 것 같았다. 여섯 살들의 나라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위대한 것이었다. 사람의 세계, 신의 나라를 꼬리처럼 끌고 다니고 확 펴고 하던 오염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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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정신과 정제된 언어로 우리의 먼지낀 삶을 청소하는 작가 김하인의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소설
"겨울 같은 아버지, 가을 같은 엄마 …."
이 땅의 30대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작가 김하인의 눈을 통해 그 누구의 추억보다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폐가의 기둥 같은 아버지와 국화꽃잎을 넣어 바른 창호지문 같은 엄마.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비 내리는 오전, 햇빛 날리는 오후 같은 나. 누나 같은 바람과 할머니 같은 연기, 고모 같은 지는 나뭇잎과 숙모처럼 떨어지는 그 꽃잎들 …. 말 그대로 자연은 작가에게 아름다운 가족이요 친척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눈사람 덩치로 커진 어른이란 자신을 녹여 다시 조그만 눈송이인 아이로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가서 다시금 조심조심 좋은 어린이 되는 길을 택해 되걸어 나오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는 '1969년의 사계절'을 통해 우리의 가슴 한켠에 가라앉아 있는 순수의 세월을 잔잔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맑은, 생명력 넘치는 소설이라 이 작품을 평했다. 독자는 작가의 순수의 꽃밭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