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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에게 그 단어만큼 눈물 나게 그리운 게 또 있을까? 여자는 인류가 걸어온 길을 몸속에 지녔다. 여자는 남자에게 근원적으로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다. 이슬과도 같고 안개와도 같고 흐르는 그 무엇이어서 아무리 움켜잡으려 해도 새나가는 물방울과도 같다. --- p.81 전 세상을 사는 동안 양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요. 마음도 양심도 없는 악녀가 좋아요. 전 육체와 욕망뿐이고 싶어요. 그리고 전 착하신 작가님보다 악마 같은 소설가가 훨씬 좋아요. 정말이에요. --- p.252 욕망과 욕정의 순간들은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의 파닥거림과 뭐가 다르겠는가. 유인경과의 파격적인 섹스의 기억들은 그의 가슴속에서 재가 되어 풀풀 날아다녔다. 왜 그리 무모했었던가? 왜 그렇게 의식과 정신조차도 욕망에 미친 몸을 제어하기는커녕 덩달아 미쳐 날뛰었을까? 존재 자체가 하루살이처럼 붕붕거려야만 했던가? 삶 자체가 그렇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던가? --- p.272 그는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자신을 동시에 완전하게 파괴하고 싶었다. 김기하에게 유인경은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원색적인 오로라였고 가장 강력한 블랙홀이었다. 그는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그녀에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 발버둥질을 쳤었다. 그러나 그녀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그녀 속으로 점점 깊숙이 빠져들어갔다. --- p.254 아무리 그녀 생각을 밀어내려 애써도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나신이 그의 눈동자에 가득했다. 손가락을 가볍게 밀쳐낼 만큼 탄력 있는 U자형 뽀얀 젖가슴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멜론과 장미 꽃잎이 연상되는 그녀의 붉고도 촉촉한 입술...... 완벽한 반원에 가까운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가 떠오르면 그는 입 속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 p.93 이렇게 뇌쇄적일 만큼 아름다운 젊은 그녀가 바로 눈앞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순간은 인생에서 아주 드물고 희박한 경우다. 그런 그녀를 바로 눈앞에 두고서 그저 아름다운 그림처럼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유혹이자 고통이었다. --- p.81 전 세상을 사는 동안 마음도 양심도 갖고 싶지 않아요. 마음도 양심도 없는 악녀가 좋아요. 난 육체와 욕망뿐이고 싶어요. 그리구 전... 착하신 작가님보다 악마스런 소설가가 훨씬 좋아요. 정말이에요. --- p.252 마흔여섯 살, 그는 굳건했던 젊음을 지나친 지 이미 오래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 또한 젊었을 때는 젊음의 생동감과 눈부심을 몰랐었다. 이십대 시절, 그땐 왜 그랬을까? 시간도 산처럼 쌓였고 여유는 강물처럼 흘렀는데, 왜 그때는 젊은 아내의 피부에 스며 있는 투명한 광채와 은어처럼 요동치는 살결의 탄력에 눈 뜨지 못했을까? 검고도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게 만드는 검은 윤기며 맑고 투명한 미소를 연신 꽃피우던 그녀의 붉고 촉촉한 입술...... 그 선홍색 입술에 가득한 분홍빛 무늬들을 왜 그땐 알아채지 못했을까? --- p.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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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은밀한 자유가 꿈틀거리는 공간엔 그와 그녀, 단 두 사람뿐이었다.” 46살의 한물간 밀리언셀러 작가 김기하 27살의 매력적인 작가지망생 유인경, 불온한 욕망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위험하고 은밀한 거래! 『국화꽃향기』로 100만 독자의 가슴을 울린 감성작가 김하인의 13년 만의 야심작, 전혀 새로운 감성의, 위험하고 도발적인 연애소설! 지난 2000년, 죽음까지 뛰어넘는 한 남자의 순수하고 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장편소설 『국화꽃향기』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멜로소설시장을 한껏 달아오르게 했던 소설가 김하인이 또 한 편의 야심작 『신예작가 유인경』을 출간했다. 『국화꽃향기』가 따듯하고 지고지순한, 누구나 꿈꿀 법한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이라면, 『신예작가 유인경』은 뜨겁지만 싸늘한, 도발적이지만 음험하고 씁쓸한 현실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멜로작가로 삶의 주요시절을 살아왔다. 멜로는 결국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을 나 이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삶을 실천하는 행위를 그린 이야기이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고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사회가 이 세상이라면 자신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얘기인 멜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을 ‘멜로작가’라 칭하며, 멜로소설을 통해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은 지난 2004년 이후로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런 사랑은 이미 이상향을 넘어 판타지가 되어버린 세상 앞에서 작가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 긴 고민 끝에 지금 현실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연애의 한 단면, 즉 ‘희생’ 대신 ‘거래’, ‘사랑’ 대신 ‘욕망’으로 점철된 남녀관계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을 내놓게 되었다. 『신예작가 유인경』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도 양심도 갖고 싶지 않”다고, 사는 동안 “육체와 욕망뿐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27살의 매력적인 여자 유인경과 “굳건했던 젊음을 지나친 지 이미 오래”지만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원색적인 오로라”이자 “가장 강력한 블랙홀”인 “그녀에게 점점 깊숙이 빠져들어가는” 46살의 김기하가 벌이는 위험한 연애를 도발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한물간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문단에서 외면받는 멜로소설 작가” 김기하를 마치 자신의 분신인 양 소설가 김하인의 실제 이력과 현실상황에 절묘하게 빗대어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소설 속 인물들이 주고받는 출판계에 대한 생생한 대화와 묘사들로 소설 속 사건들의 현장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잘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것을요. 제가 용기를 내서 청하면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 낮게 드리운 2월 7일 오후, 46살의 김기하는 기세등등한 젊은 여자 유인경의 닦달에 밤낮 없이 소설 집필에 매달리고 있다. 한때는 밀리언셀러 작가로 한국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가 27살짜리 젊은 여자 유인경에게 옴짝달싹 못하고 “멱살을 넘겨주게 된 계기...” 그 내막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한 편 한 편 소설을 낼 때마다 간신히 초판을 소화하는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한물간” 멜로작가 김기하는 어느 날 선배작가로부터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문학강좌의 강의 부탁을 받는다. 억지로 떠맡다시피 한 그 문학강좌에서 김기하는 매력적인 작가지망생 유인경을 만난다. 그녀의 대담하고 노골적인 접근으로 얼떨결에 관계를 맺게 된 김기하는 유인경이 뿜어내는 젊은 육체의 마력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녀를 만날수록 “건조한 갈비뼈 밑에서 비루먹은 개처럼 늘어져 있던 심장이 펄떡거리며 일어나는” 것 같은 그는 “핏덩이처럼 붉은 욕망”을 느끼며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고, 그는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아무리 그녀 생각을 밀어내려 애써도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나신이 그의 눈동자에 가득했다. 손가락을 가볍게 밀쳐낼 만큼 탄력 있는 U자형 뽀얀 젖가슴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멜론과 장미 꽃잎이 연상되는 그녀의 붉고도 촉촉한 입술...... 완벽한 반원에 가까운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가 떠오르면 그는 입 속이 바짝바짝 말라왔다.”(93쪽) 5일 후, 김기하 앞에 다시 나타난 유인경은 그를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말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국화꽃향기』로 100만 독자의 가슴을 울렸던 소설가 김하인은 『신예작가 유인경』에서 성적욕망과 성공을 향한 탐욕으로 가득한 두 사람이 벌이는 파격적이고 위험한 연애를 통해 사랑의 본질인 ‘순수한 자기희생’과는 동떨어진 우리 시대의 ‘씁쓸한 사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젊음과 육체를 바닥까지 소진시키면서까지 성공을 이루고 싶은 탐욕의 화신 유인경과 젊은 여자에 대한 성적욕망에 빠져 인생과 가정을 송두리째 수렁에 던져버린 중년남자 김기하는 결코 외면할 수만은 없는, 우리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사랑’의 얼굴로 다가온다. “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이 다시 오기를 염원한다. 나는 수채화풍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지만 삶의 진실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멜로작가는 세상과 맞설 사랑을 기다린다. 바다 속에 마음을 던져놓고 깨끗하고 맑은 감정들이 튼튼하고 건강한 삶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고성 바닷가에는 그런 멜로작가 한 사람이 살고 있다.” _‘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