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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한끼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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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죽지 않는 여자
N생을 사는 여자
죽음을 걷는 저승사자
삶의 끝에 선 사람들
죽지 않는 사람들
삶의 끝
에필로그 1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에필로그 2 - 업보
에필로그 3 - 친애하는 당신께

저자 소개 1

글로 위로를 전하고 싶은 작가 ‘정하린’. 인생을 스쳐 가는 많은 순간 속, 제가 쓴 한 문장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오래도록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마음을 다해 글을 쓰는 작가.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62g | 135*200*18mm
ISBN13
9791175770362

책 속으로

나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신은 내 죽음조차도 뜻대로 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 p.7

그 버거운 삶을 이제는 끝내고 싶어졌다. 차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며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부디 평온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고요하고 차디찬 어둠 속에서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 오기 시작했다. 저 깊은 강 밑바닥에서부터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순간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죽음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세상이 살 만한데 죽는 사람은 없다. 심심해서 삶을 버리는 사람도 없다. 죽음을 택하는 사람은 죽음보다 삶이 더 두려울 뿐이다.
--- p.10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수액만 다 맞으면 바로 퇴원하셔도 됩니다.”
무슨 말이지?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 나는 그 시리도록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죽을 생각이었고 죽을 거라 생각했으며 죽었다고 생각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어야 했다. 정말로, 반드시 죽어야 했는데….
--- p.13

“나는 왜 안 죽어요?”
“너는 이미 죽었다.”
침묵하던 그가 차갑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왜 나를 안 데려가는 거예요? 죽을 듯이 아프다가도 눈을 뜨면 늘 제자리로 돌아와 있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요.”
--- p.48

“…즐거워서, 살고 싶어서 사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느냐? 그럼에도 스스로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피해 도망치겠다는 것이니, 그 죄를 엄히 다스릴 만도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잠시 뜸을 들이던 원로 신은 손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자들 때문에 내 일이 더 늘어났어.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 p.79

“소환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세상에 남아 살아가야 할 테니, 그건 모두 사라지게 해 주지. …하지만 소환의 때가 다가오면 죽기 직전의 고통들이 모두 되살아날 걸세.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다시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
--- p.80

“너에게 기회를 준 걸 거다.”
“기회요?”
“너를 지옥에 빠트린 자를 알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자를 네 손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기회. 네가 어떤 선택을 했든 상관없다. 3대 신은 그저 너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릴 수 있도록 한 것뿐이야.”
주소가 적힌 쪽지를 주며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선택은 네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정답은 없어. 그렇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기는 하구나.’
“내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맞는다고 생각해요?”
“네 선택이 무엇이었든 상관없다고 했지 않느냐. 그 선택에 정답이란 없다. 인간은 그저 자신 앞에 놓인 무수한 선택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살 뿐이야.”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건지….”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꼭 옳지 않은 선택이었던 건 아니고, 마찬가지로 결과가 좋다고 꼭 옳은 선택이었던 것도 아니다.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게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니.”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 쪽이든 네 마음이 중요한 거지.”
“내 마음이요?”

--- p.156

출판사 리뷰

“나는 죽어도 죽지 않았다.
신은 나에게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열아홉, 12월 31일, 고등학교 3학년의 마지막. 죽기에 딱 좋은 때였다. 차가운 겨울의 칼바람이 불던 날, 서은은 한강 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독한 가난과 서은을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 며칠 전 갑작스럽게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가난한 서은을 장난감 취급하던 아이들, 그를 방관하던 아이들. 자신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부모님이 남긴 빚과 계속해서 쌓여갈 빚, 앞으로 홀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몸뚱이뿐.

그렇게 서은은 처절하게 세상에 홀로 남겨져 고단한 삶을 조금은 쉬고 싶다, 평온해지고 싶다, 생각하며 강물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왜인지 죽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번을 더 죽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신은 그녀의 죽음조차도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았다. 되살아날 때마다 서은의 곁에는 저승사자가 있었다. 저승사자가 건넨 쪽지의 주소로 찾아간 서은은 경숙을 만난다. 카페를 운영하는 그녀 역시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경숙은 그런 서은에게 자신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겠냐며 제안하고, 그렇게 서은과 경숙은 함께 일하며 함께 지내게 된다.

“신이 피로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스스로 죽은 사람은 천계에 올 수 없습니다.”


한편, 원로 신의 과중한 업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 중 일부의 소환을 뒤로 미루며,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저승사자는 죽지 못한 이들을 돌려보내며 자꾸만 마주치는 서은이 점점 신경 쓰인다. 감정이 허락되지 않은 채 매일 죽음을 인도해 온 그에게도 서은은 이질적인 울림이었다. “힘들지 않냐”는 서은의 조용한 한마디는, 저승사자의 세계에 난생처음 생긴 금이었다. 감정이 없는 존재로 살아온 그는 서은의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죽어도 죽지 않는 여자 ‘송서은’과 그 여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
그리고 늘 죽음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판타지 드라마


죽음은 보통 모든 것이 끝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네버엔딩 라이프》는 죽음을 선택했지만 죽지 못한 열아홉 소녀 송서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가난과 상실, 방관 속에서 여러 번 죽음을 택한 서은은 새로운 규율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시도마다 자신 앞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저승사자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규율상 그녀를 데려갈 수 없다. 망자를 데려갈 수 없는 저승사자와 죽을 수 없는 서은의 운명은 두 존재를 삶과 죽음의 틈새에 고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은이 이 틈에서 처음 발 딛게 되는 곳은 ‘경숙의 카페’다. 마찬가지로 죽지 못한 삶을 견디고 있는 경숙과의 관계는 서은에게 일상의 리듬과 인간적 온도를 다시 체감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절망에 잠식된 주체가 타인의 존재를 통해 다시 삶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한편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저승사자는 서은의 질문 한마디를 계기로 ‘감정’이라는 금지된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네버엔딩 라이프》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루지만 결국 ‘살아가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을 원했던 소녀가 삶을 배우고, 죽음을 걷던 남자가 감정을 배우며, 두 존재가 절망에서 회복으로 나아가는 서사를 통해 독자는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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