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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1장. 용산 2장. 서울로 3장. 경강 4장. 대학로 5장. 신용산 닫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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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역사와 사람을 연결하는
서울 스케치 여행 서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길게는 반만년, 짧게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600년 이상 우리나라의 수도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권력과 역사, 문화의 오랜 중심지다운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개발만능주의로 과거와의 고리는 점차 약해졌고 역사도시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살아온 도시인 만큼 여러 장소에 풍성한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첫번째 책에서는 사대문 안 역사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역사뿐 아니라 이 도시를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좀더 귀를 기울인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서 50년 이상 영업해온 아파트 개발 역사의 산증인 금성부동산, 만리동 고개 부근에서 3대째 업을 이어가고 있는 성우이용원 같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장소를 찾아 옛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조선시대 때만 해도 왕실이 독점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저자도, 1960년대만 해도 450여 명이 거주했지만 개발을 목적으로 폭파돼버린 밤섬,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무덤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는 골프장이, 이승만 때는 운동장이 세워지며 훼손된 효창원 등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개발에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는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개발을 반대하며 과거를 추억하는 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나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를 보행자 전용 산책길로 바꾼 서울로7017,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용산철도병원, 용산과 남영동 등지의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 등 전통과 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공간을 다루며 도시의 미래상에 대한 철학과 비전도 제시한다. 아파트 부지에 휩쓸리지 않은 어느 집 계단에 앉아 이봉창 선생이 어린 시절 사용했다는 우물터를 떠올린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 한편에 둥그런 플라스틱 덮개로 막아둔 우물 하나가 방치된 듯 놓여 있었다.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물을 들여다보니 물이 고여 있긴 했지만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 길어 손 한 번 씻을 수 없는 게 서울의 현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마저 내놓은 한 젊은이의 어린 날을 상상해본다. 아이는 우물가에 서서 물을 길어 목을 축이고 손을 씻는다. 아이가 선 자리는 꺼져가는 등불과도 같은 조선이라는 땅의 마지막 한 움큼 대지. 일제의 서슬 퍼런 야욕의 그림자가 어린 마음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 아이는 우물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의 하늘이 내가 올려다본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와는 용산 아래 같은 하늘만 공유할 수 있다니. 언제까지 차가운 철근 콘크리트 더미에 소중한 연결고리가 묻혀야 하는 걸까. 그 아이가 마셨을 어린 시절의 물 한 모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 이야기를 공유하는 서울이었다면 얼마나 깊이를 가진 도시였을까를 생각해본다. _45~46쪽 서울을 지켜온 터줏대감부터 새롭게 등장한 라이징스타까지 서울 하면 그 어떤 랜드마크보다 서울 한복판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맨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태곳적부터 흘러온 한강은 서울에 거주하는 많은 이에게 물을 공급해주는 생명의 물줄기이자 수도와 지방을 잇는, 외국과의 교역에 빼놓을 수 없는 통로였다. 하지만 1900년에 최초로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배 말고는 다른 교통편은 없었다. 불과 10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어느새 한강에는 31개(서울에 21개)의 다리가 놓였고, ‘한강뷰’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렇듯 그 자리에 늘 멈춰 있지 않고 계절마다, 해마다 달라지는 게 도시의 풍경이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서울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갈 장소도 짚어간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거대한 은행나무를 보러 많은 사람이 찾는 성균관부터, 국내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 벽돌 건물인 약현성당, 우리나라 최대의 천주교 성지에 세워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김수근이 설계한 아르코예술극장, 게이트타워, 남영동 대공분실, 단일 건물로는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여의도 더현대,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등등. 조선시대 때 명소부터 새롭게 떠오른 핫플레이스까지 서울의 각양각색 매력을 전한다. 건물뿐 아니라 이 도시를 채운 자연물도 빼놓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서 봄에는 연둣빛 새싹으로, 여름에는 진한 초록빛으로,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는 서울의 나무들. 묵묵히 서울 골목을 지킨 보호수와 천연기념물, 기념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책 곳곳에 심어두어 잠시나마 여유를 누리는 낭만도 담았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와 함께 서울 곳곳을 누비다보면 서울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도시로, 한층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봄이 좋아진다. 지금보다 예전에는 가을이 좋았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봄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한 겨울을 지내고 죽은 듯 웅크렸던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이내 한 해가 시작되는구나 싶어 그 경이로움에 감동하게 된다. 봄에는 무엇을 하든 옳다. 봄날, 봄비, 봄바람, 봄볕, 봄꽃. ‘봄’ 자를 붙여 예쁘지 않은 것이 하나 없다. 그 가운데 봄 산책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 짧은 봄날에는 어디든 나가 걸어야 한다. 봄날의 산책은 겨울의 감옥에서 풀려나 해방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서울에는 걸을 만한 거리가 많다면 많지만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 자동차 도로 때문이다. 걸음을 단절시키는 차도를 잠시 떨쳐내고 우뚝 솟은 건물 사이를 거닐 수만 있다면, 서울의 밝은 미래가 절로 떠오를 것 같다. 자동차에 방해받지 않고 보행자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편의가 갖춰져야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_6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