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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 먼 언덕에 한번 다녀올까벌목 / 벌목 / 절정이라는 말 / 빙하 장례식 / 장편 / 뷔히너 / 연희동 / 호스피스 애인 / 둘레 2부 귤꽃 향기와 첼란하란 / 귤꽃 향기 엄습하는데 첼란을 읽다니 / 일요일의 만찬 / 검은 국 / 그곳에 비술나무 한 그루 있었다 / 벌목 / 반애조 / 네가 손바닥을 불쑥 보일 때 / 새의 군무를 보고 온 날 / 함형수 / 아틸라 요제프 / 돌발성난청3부 물과 물을 건너다니는 고독 빛 속에 앉아 있었다 / 앞세워 걷는 나무 / 물결은 집으로 돌아가고 / 저녁이 생겨났다 / 귀룽나무 / 지독한 여름이니까 / 수목원의 빛 / 나무의 온도 / 나와 남자는 웃었지요 / 돌배나무 / 유리산에 가다 / 나의 식물성 4부 신의 거짓말소리설치가 / 폴란드 정원 / 빛의 산 / 검은 별 / 분짜 / 마요르카에서 온 편지 / 베르너 사세라고 들었다 / 수많은 얘기 중에 페소아 5부 슬플수록 사람은 같은 얼굴을 하고초충도를 치다 / 하여, / 헌화가 / 흩어지는 날씨 / 빗발치는 처마 / 책비 / 몽환에 부치다 / 검은빛의 쓸모 / 폭설해설 희고 고요한 | 송현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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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연한 말이 나의 새벽을 빗발치게 했다“가장 아팠던 상처”를, “늑골에 묻힌 소리를 꺼내”어 보자 벌목된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숲이 생긴 경험을 그는 했던 것일까. “추운 곳에서 견뎌낸 나무들”로 만든 “악기”가 “어둡고 깊”은 “음색”을 내는 것처럼,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던 그 소리들을 길어 올리자 깊고 고요해진 말들. 이것이 이번 시집에서 석미화가 다다른 고요라면, 「굴꽃 향기 엄습하는데 첼란을 읽다니」, 「지독한 여름이니까」 등을 비롯하여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검은색’은 이 시집이 지난 기억들 모두를 토해낸 현장, 곧 “구토”(「돌발성 난청」)의 자리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짚어두어야 할 점은 이 시집의 고요가 단순히 이 소리들을 다 뱉고 난 텅 빈 상태를 가리킨다고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시집에서 두드러지게 제시된 흰색이, 「흰 강」의 “강은 매일 허옇게 변해갔다”라는 구절로 대표되듯, 순수하거나 투명한 흼이 아니라 검은 죽음과 친연할 뿐 아니라 그것의 변주된 색상인 것과 유사하게, 이번 시집에서도 흰색과 그것이 표상하는 고요는 단지 검은색이 제거된 상태, 그러니까 슬픔과 고통의 기억이 전부 사라진 상태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이처럼 이 시집이 과정 속에 있다는 점은 독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이 글은 누에고치와 같은 그의 시집에 대해 말했을 뿐 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누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시집을 읽는 동안 잠에서 깬 그것은 마치 ‘소리설치가’처럼 조금씩 우리 몸에 숲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시의 “자음과 모음이 영혼처럼 흘러 다니”(「마요르카에서 온 편지」)며 “끈적거리고 미끄러운”(「저녁에 생겨났다」) 소리들을 우리 몸에 끌고 온다. 그것이 남긴 젖은 물길은 우리의 몸을 하나씩 “잎맥”(「귀룽나무」)이 되게 하여 숲을 이룬다. 세월에 베어진 나무들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거대한 숲, 쉽사리 “통과하지 못하고 갇히”(「폴란드 정원」)게 되는 숲. 그간 잊어버린 소리들과 삼켜왔던 소리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 검은 소란을 우리의 몸에 옮겨놓으며, 그의 시는 더욱 희고 고요해진다. 나는 이제 “홀로이면서 홀로가 아닌”(「폭설」) 마음으로, 흰빛을 품은 이 시집을 펼쳐 다시 읽어본다. 이제는 우리의 고요한 미래가 도래할 차례다.시인의 말 너와는 신발이 많이 닳은 날에 만났다.하염없이 걸음을 옮길 때새가 날 듯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온통 그것뿐이어서, 도착하지 못한 슬픔이 멀고도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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