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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폴론과 다프네
2. 퓌라모스와 티스베 3.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4.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5. 아키스와 갈라테이아 6. 케위크스와 알퀴오네 7. 에로스와 프쉬케 8. 멜레아그로스와 아탈란테 9. 아탈란테와 히포마네스 10. 니소스와 스퀼라 11. 에코와 나르키소스 12. 클뤼티에 13. 헤로와 레안드로스 14.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15. 퓌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6.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
Lee Yoon-ki,李潤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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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쉬케는 운명이 점지한 지아비를 본 적이 없었다. 지아비는 한밤중에 들어왔다가는 날이 새기 전에 나가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아비의 말은 늘 사랑으로 그윽해서 프쉬케 자신의 가슴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넉넉했다. 프쉬케는 언제 한 번, 그렇게 황급히 떠나지 말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으나 지아비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아비는 자기에게 이유가 있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또한 좋아서 그러는 것인즉 굳이 모습을 보려 하지 말라고 이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어째서 내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오? 내 사랑이 믿어지지 않는 건가요? 혹 이루어지지 못한 소원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대가 내 모습을 본다면 아마 나를 두려워하거나 존경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건 그것이 아니오.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의 사랑뿐이오. 나는 신으로서 섬김을 받는 것보다 같은 인간으로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이오.」 이 말을 들은 프쉬케는 곧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아비라는 존재가 신비스럽게 느껴질 동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간은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자기의 그러한 운명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부모님 생각, 그러한 즐거움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언니들 생각이 프쉬케를 괴롭혔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고 보니 그 궁전도 그저 화려하기만한 감옥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지아비가 돌아오자 프쉬케는 자기 설움을 고백하고, 떼를 써서 두 언니를 그곳으로 초청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내었다. --- p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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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
토마스 벌핀치가 이 책을 쓴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19세기 중반은 트로이아 유적도 뮈케나이 성터도 발굴되기 전이다. 독일인 쉴레이만이 그리스와 터키 지역의 유적을 발굴하고 많은 유물을 수습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저자 벌핀치는 19세기 중반까지의 신화 연구 성과물을 토대로 이 책을 썼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핀치의 신화>는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신화 관련 텍스트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9세기 중반은, 도판 자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없었거니와, 복제 기술상의 제약 때문에 흑백 도판과 검은 글자만 빼곡히 박힌 어두컴컴한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이 책에서 편역자 이윤기는 다채로운 원색 이미지 시대의 독자들을 위해 원색 도판을 덧붙였다. 우선 첫권 『신들의 전성시대』에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테마로 해서 제작된, 회화와 조각 및 건축 이미지를 170여 장 덧붙여 실었다. 신화가 고금의 예쑬가들에게 어떤 상상력의 무대를 제공했고, 어떤 영감을 불어 넣었는지, 지금은 어떻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지 독자로 하여금 확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편역자 이윤기가 벌핀치의 역작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번역한 것은 1985년이다. 당시 번역자는 서양 문화의 두 기둥, 즉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가운데 하나인 헬레니즘 신화 체계를 독자들에게 익숙해지도록 하겠다는 희망에 사려잡혀 있었다. 고대 그리스가 빚어내고, 로마 제국이 계승하고, 유럽의 여러 근대 국가가 꽃을 피운 고대 신화의 상징적 이미지에 대한 이해없이 유럽을, 서양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화의 상징적 이미지는, 언어가 소통 되기도 하고, 두절되기도 하던 첫번째 밀레니엄과 두번째 밀레니어을 무찌르면서, 까마득한 옛과 오늘을 가로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새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펴내는 이 책은 신화 읽기의 새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시중의 여느 신화집과는 크게 다르다. 이 책은 첫째, 고전 그리스 어 고유명사 표기를 바로잡았다. 철자가 영어화한 그리스 어를 음역할 경우의, 알파벳 <와이(y)>의 음역<ㅟ>를 적극 반영했다. 예를 들면, <프시케>를 <프쉬케>로, <오딧세우스>를 <오뒤쎄우스>로 표기했다. <프쉬케>라고 쓰면 알파벳으로 <프쉬케(Psyche)>라는 이름을, <오뒤쎄우스>라고 쓰면 <오뒤쎄우스(Odysseus)>를 재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음역의 폭이 다른 언어와는 견줄 수 없이 넓은 우리말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둘째, 인문학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신화 이야기의 주 독자층인 중ㆍ고등학생은 물론,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학문으로부터의 쉼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전문적인 각주를 줄이는 대신, 반드시 필요한 각주와 도판의 설명을 늘여 본문을 보완했다. 이윤기 특유의 명징한 언어들로 풀어낸 그림 설명, 역주, 색인, 거기에다 두 차례의 유럽 여행에서 직접 촬영해 온 사진은 현장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셋째, 지금의 독자들은 책에서 사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요구한다. 원고지 2,500장에 이르는 방대한 고대의 신화집이 가지는 범접하기 어려움을, 한방에 해체시켜 버릴 수 있는 탈출구로서 테마별 세분화가 필요했다. 무거운 돌덩이를 가방에 넣고 낑낑대는 지적 허영과 어리석음으로부터의 해방, 손아귀에 쏙 들어가는, 옛날 이야기처럼 가벼워 한없이 재미있는 신화책이 필요한 독자들을 위해 탄생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