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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모스 선집을 펴내며
서문 1장 연혁과 자료 2장 주술의 정의 3장 주술의 요소들 1. 주술사 1) 주술사의 특성 2) 입문식, 주술 결사 2. 행위 1) 의례의 조건 2) 의례의 본질 3. 표상 1) 추상적인 비인격적 표상, 주술의 법칙 2) 구체적인 비인격적 표상 3) 인격적 표상, 정령론 4. 개관 4장 주술의 분석과 설명 1. 믿음 2. 주술 현상 분석. 의례의 효능에 대한 이념적 설명 분석 3. 마나 4. 집합적 상태와 집합적 힘 5장 결론 해설_사회가 꾸는 꿈, 현실을 빚어내는 주술의 원리 마르셀 모스 연보 찾아보기 |
Marcel Ma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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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0
주술은 그것을 수행하고 믿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정의하거나 체계화할 수 없는 행위와 신념의 총체다. 그 결과 우리는 주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미리 알 수 없으며, 전체 주술 현상을 대표할 만한 전형적 사례를 적절하게 선택할 수도 없다. 우리는 먼저 주술에 속하는 사실들을 일람하여 그 범위를 대략 한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p.20 주술은 원시인의 신비적 삶 전체와 경험적 지식의 삶 전체를 동시에 구성한다. 주술은 우리가 가정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인간 정신 진화의 첫 번째 단계이다. --- p.30 종교와 주술은 서로 다른 두 극단, 즉 희생제의와 저주라는 양극을 형성한다. 종교는 항상 일종의 이상(ideal)을 창출해 왔다. 이 이상을 향해 찬가와 서원, 제물이 바쳐졌고, 다양한 금기가 이를 보호했다. 주술은 바로 이런 영역을 피해 저주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주술 의례는 저주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고, 인류가 주술을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도 바로 이 저주에서 비롯되었다. --- p.49 신들을 능가하고 세상도 창조할 수 있다고 알려진 브라만이, 적어도 가끔은 암소의 병쯤이야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주술사의 이미지는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이야기꾼에서 이야기꾼으로 전해지면서 점차 과장되고 부풀어 오른다. 이는 주술사가 대중의 상상력이 선호하는 영웅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술사가 영웅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사람들의 현실적 관심과 주술에 대한 환상적 호기심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p.72 주술사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가 발산하는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바로 여론이다. 여론의 힘 덕분에 주술사는 모든 것을 알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자연이 그에게 어떤 비밀도 감추지 않아 그가 태양, 행성, 무지개, 또는 물속에서 직접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여론이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p.86 그리스 주술 또한 유대계 천사들, 특히 대천사를 선호했다. 마침내 그리스 주술은 대천사, 천사, 아르콘(archonte), 악령, 에온(eon)으로 구성된 위계적인 주술적 판테온을 형성하였다. 중세의 마술은 그리스의 주술적 판테온을 이어받았는데, 이는 극동 전체가 힌두교의 판테온을 계승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령은 악마로 변형되어 사탄-루시퍼(Satan-Lucifer)를 정점으로 한 악마 계열에 편입되었다. 주술은 바로 이 사탄-루시퍼로부터 유래한다고 여겨진다. --- p.173 신들이 주술 안으로 들어 올 때, 그들은 자신의 인격을 잃어버린다. 말하자면 신들이 자신의 신화를 문 앞에 내려놓은 채 주술의 문턱을 넘어서는 셈이다. 주술은 신의 개별적 인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신을 유형적이거나 특수한 속성 또는 힘으로 간주한다. --- p.176 남성 중심의 사회는 여성에게 강렬한 사회적 감정을 품고 있으며, 여성들 또한 이를 존중하고 공유하기까지 한다. 그로부터 여성의 법적 지위, 특히 차별화되고 열등한 종교적 지위가 비롯된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은 주술에 헌신하며, 종교에서와는 반대되는 지위를 주술에서 점하게 된다. 여성은 끊임없이 해로운 영향력을 발산한다고 여겨진다. “여자는 곧 죽음이다”라는 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 p.241 우리는 주술이 종교와 마찬가지로 감정의 문제라고 믿는다. 엄밀히 말해, 현대 신학의 난해한 용어를 빌리자면, 주술은 종교처럼 “가치판단”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주술이란 그 체계에 포함된 다양한 대상에 서로 다른 자질을 부여하는 일련의 감정적 판단의 작용이다. --- p.243 주술적 판단은 개인의 정신 속에 처음 나타나는 순간부터, 말하자면 거의 완벽한 선험적 종합판단의 성격을 띤다. 일체의 경험에 앞서, 판단의 항들은 이미 연결되어 있다. --- p.248 집단 전체가 느끼는 집합적 욕구만이, 집단 내 모든 개인에게 동일한 종합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모두의 신념, 즉 믿음은 모두가 공유한 욕구, 그 일치된 욕망의 결과이다. 주술적 판단은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며, 사회적 욕구의 번역이다. 이 합의의 압력 아래 일련의 집합적 심리 현상이 전개된다. 모두가 느끼는 욕구는 모두에게 동일한 목적을 암시한다. --- p.250 먹다 남은 음식은 금기이기에 주술적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역으로, 그런 음식이 주술에 쓰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 금기를 만들어낸다. 주술은 금지된 것을 유독 선호한다. 금기 위반으로 인한 질병이나 불운을 치유하는 것은 주술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주술은 종교의 속죄 기능과 경쟁하기도 한다. 또한 주술은 금기 위반을 활용하기 위해, 종교에서 사용을 금지한 찌꺼기들, 즉 소각되거나 소비되어야 할 희생제의의 잔여물이나 월경혈, 피 등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 p.256 사회에는 절대 마르지 않는 주술의 원천이 있으며, 주술사는 바로 그곳에서 힘을 길어와 의식적으로 활용한다. 마치 사회에 만연된 주술의 기운이 주술사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주술적 콘클라베를 이루는 듯한 상황이 펼쳐진다. --- p.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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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론, 여전히 유효하고 심오한 사회학적, 종교적 통찰 제공
『주술론』의 독창성은 주술을 사회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 즉 집단심리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의례로 파악했다는 데 있다. 주술은 이 집단심리의 심층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사회의 음지에서 번역하는, 의례적이고 언어적인 활동이다. 저자들은 언어적 유추를 통해 주술이 현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힘을 덧붙이는 판단임을 밝혀낸다. 이 책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언급한 바와 같이 모스의 영향력이 민족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어학자, 심리학자, 역사학자, 종교학자 및 동양학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다양한 문화권에 걸친 주술의 매혹적인 단면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심오한 사회학적, 종교적 통찰을 제공한다. 나아가 민주주의와 파시즘, 첨단의 기술과 전위적인 예술이 주술과 다시 교차하는 듯한 이 시기에 우리 시대를 위한 고전으로서 그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와 주술의 유사성과 공통 기반은 무엇인가 모스와 위베르에 따르면 우리는 종교와 주술의 유사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주술을 종교의 타자로서 배제하는 대신, 그 타자성을 끌어안는 더 근본적인 토대를 제시해 양자를 같은 지층 위에 놓고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두 현상이 발생한 공통의 기반을 밝혀줄 단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정에 따르면, 집단적 에너지는 종교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주술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기반을 이룬다. 따라서 종교와 주술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적 에너지가 드러내는 두 얼굴이다. 이처럼 『주술론』의 목적은 이 공통의 기반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그 기반 위에서 우리는 다시금 주술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종교와 동일한 기원을 가졌지만, 상이한 형식으로 나타나는 주술의 힘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주술에도 집단적 에너지가 작동한다면, 사회로부터 고립된 주술사는 어떻게 그 에너지를 활용하는가? 주술이 현실 세계에 내리는 판단은 어떤 의미에서 사회적인가? 주술의 이중성, 창조와 파괴는 동일한 집단적 에너지에서 비롯 우리가 아무리 주술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 영향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행운, 불운, 정수(精髓) 같은 개념은 주술 개념 자체와 매우 가깝다. 기술도, 과학도, 심지어 우리 오성의 지도 원리조차도 아직 그 태초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내지 못했다. 힘, 원인, 목적, 실체 같은 개념에 여전히 남아 있는 비실증적이고 신비하고 시적인 성격은, 주술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인간의 정신이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오래된 사유 습관에 기인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풍수와 무속의 정치 개입 논란에 이어, 비상계엄 선포라는 주술적 언어로 현실을 재편할 수 있다고 믿었던 권력자의 맹신에서 우리는 주술과 정치의 결탁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옮긴이에 따르면, 비상계엄을 전후로 한 상황은 공적 주술과 사적 주술의 충돌이었다. 한쪽에는 민주주의라는 사회의 꿈으로 들끓은 ‘광장의 주술’, 다채로운 빛과 응원의 함성으로 채워진 공적 마나가 있었다면, 다른 한쪽에는 그 공적 마나를 찬탈하고 뒤틀어 사적 욕망을 채우려는 ‘밀실의 주술’이 도사리고 있었다. ‘마나’는 집단의 마음이 응축된 것으로 사회가 지향하는 꿈의 동력이다. 문제는 밀실의 주술도 집단의 잠재적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권력자의 사적 주술은 공적 마나의 왜곡된 호출, 사회적 힘의 일그러진 재현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비극은, 모스 자신이 말년에 파시즘의 광기를 목도하며 절감했던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가 깨달았던 것은 주술의 이중성, 즉 창조와 파괴가 모두 동일한 집단적 에너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었다. 사회를 지탱하는 선험적 믿음이 없다면 공동의 삶은 매 순간 검증 대상이 되어 회의와 허무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목도한 비상계엄이라는 사건은, 그러한 선험적 믿음이 맹목으로 흐를 때, 사회는 자신에게 독(毒)이 든 ‘위조화폐’를 지불하며 위험한 꿈속으로 침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말 『주술론』에서 모스는 마나(mana), 와칸(wakan), 오렌다(orenda)와 같은 개념 분석을 토대로 주술에 대한 전반적 해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인간 정신의 기본 범주로 간주한 것에 도달함으로써, 뒤르켐이 10년 뒤에 출간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1912)의 체계와 몇몇 결론을 선취한다. 『주술론』은 모스가 뒤르켐의 사유에 얼마나 중요한 공헌을 했는지 보여주는바, 이를 통해 외삼촌(뒤르켐)과 조카(모스) 사이에서 이루어진 긴밀한 협력의 일면을 재구성할 수 있다. _『마르셀 모스 저작집 서문』에서 옮긴이의 말 『주술론』은 주술의 복권을 시도하는 변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주술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믿음과 현실, 상징과 실재 사이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든다. 그 영향력은 레비스트로스를 거쳐 부르디외로 확장하는 20세기 프랑스 사상사의 핵심적인 계보를 구축했으며, 오늘날에도 상징인류학, 수행성 이론, 권력의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주술론』은 집단적 믿음과 행위가 어떻게 정동을 조직하고 실재를 구성하며, 상징을 효능으로 바꾸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모스와 위베르의 이론은 단순히 과거 사회를 해명하는 낡은 틀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집단적 사고의 구조를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