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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상실과 몸이 가르쳐 준 삶의 온도
1부 죽음을 처음 배우는 자리 2부 철학이 던지는 죽음의 물음 3부 애도의 풍경과 남겨진 자들 4부 예술 속에서 만난 죽음의 얼굴 5부 늙어감이 들려주는 지혜 6부 오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 에필로그_살아 있음은 다시 사랑하는 일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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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가 열아홉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13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고, 엄마도, 우리 남매도 그 긴 세월을 함께 버텼다. 하지만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은 한 가족의 시간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 p.4 어머니는 늘 말했다. “진향아, 살아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기적이야.”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오랜 세월을 돌아와야 했다. --- p.5 몸은 내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픔은 나를 멈추게 하고, 멈춤은 나를 다시 살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몸으로 배우는 삶’을 시작했다. 하루하루의 통증은 내 안에 쌓여 있던 고요한 교훈이었다. --- p.8 아버지의 임종을 본 적이 있다. 평생 강인하던 한 남자가 마지막 순간엔 한없이 작아져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오랜 투석에 지쳐 있던 아버지를 나는 거의 1년 만에 마주했다. 병원 옥상으로 휠체어를 밀고 올라갔던 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 속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오천 원 지폐를 꺼내며 말했다. “아빠가 미안해.” --- p.26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삶을 두려워하라. 그리고 그 두려움 속에서 한 번이라도 더 깊이 살아 내라.” 결국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건 단 하나, 삶을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든 살아 내야 한다. --- p.30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죽음이 모든 것을 박탈하기에, 우리는 오늘의 시간과 존재를 사랑할 수 있다. 셸리 케이건의 말처럼, “죽음은 존재의 부재이지만, 그 부재를 생각하는 일은 삶의 본질을 비추는 가장 맑은 거울”이다. 죽음은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도착할 결말이지만, 그 결말을 미리 생각하는 일은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 p.68 인간은 세상을 이성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세계는 설명되지 않는다. 신은 침묵하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가온다. --- p.71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병원 장례식장에서 실감했다. 흰 조명 아래 반짝이는 타일, 통제된 절차와 정해진 시간표. 모든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그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가 있었다. 곡소리 대신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죽음은 더 이상 ‘삶의 일부’가 아니라 ‘처리해야 할 사건’처럼 보였다. --- p.133 음악에 귀 기울이는 벌레, 무대 위에서 굶어 가는 예술가, 돌무더기 위에 선 피고인-그들은 모두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과 고립은 같은 요청을 건넨다. 끝까지 보아 달라고, 끝까지 기억해 달라고. --- p.254 이 책을, 상실과 병을 통과하며 여전히 하루를 살아 내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 그리고 오늘을 버티고 있는 모든 이름 없는 이들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오늘을 다 살았다면, 그걸로 충분해.” --- p.2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