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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05
해설 차가운 숨, 따뜻한 상처 _ 이송희 ··· 78 제1부 뿌리가 시작된 곳 작약 ··· 13 꽃마리 꽃 풀리는 오후 ··· 14 사이프러스 ··· 15 제비꽃 ··· 16 텀블러 ··· 17 안경을 닦다 ··· 18 현수막 ··· 19 고장 난 문고리 ··· 20 클릭의 마을 ··· 21 포인터(Pointer) ··· 22 국화 분재 ··· 23 낙엽 ··· 24 자작나무 속으로 ··· 25 각인 ··· 26 제2부 내 안의 평형수 평형수 ··· 29 전단지 ··· 30 풀 내음 ··· 31 반쪽의 봄 ··· 32 덜컹 ··· 33 개기월식 ··· 34 반딧불이 ··· 35 백목련 ··· 36 과속 ··· 37 보름달 ··· 38 단춧구멍 ··· 39 폭우 ··· 40 봄날 ··· 41 제3부 그래도 돼 쉼표 ··· 45 고요한 상처 ··· 46 시큰한 여름 ··· 47 썩은 감자의 눈 ··· 48 어떤 습관 ··· 49 파리지옥 ··· 50 귀가 운다 ··· 51 흉터 ··· 52 외톨이가 되다 ··· 53 통풍 ··· 54 나방 ··· 55 엉덩이 기억상실증 ··· 56 반려 로봇 ··· 57 제4부 네 창가를 건너간다 그믐달 ··· 61 그림자 ··· 62 세신 ··· 63 고해실에서 ··· 64 흙에 물들고 맙니다 ··· 65 흘겨 쓴 문장 ··· 66 커피 분쇄기 ··· 67 돌돌이 ··· 68 손님 오는 날 ··· 69 목어 ··· 70 갈비뼈 ··· 71 밤을 탄다 ··· 72 꺼진 길 ··· 73 단단한 생각들 ··· 74 운주사에서 ···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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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나는 떨리는 손끝에서 태어났다
새벽까지 깨어 있던 그날의 불안으로 당신은 별을 불러왔고 난 불처럼 솟았다 별빛 대신 고통으로 가득 찬 눈동자 어둠을 쓸어낸 자리 하늘을 덧칠했다 난 점점 십자가처럼 날카롭게 높아졌다 스스로 귀를 자르고 몸을 가둔 눈물의 방 당신과 이어주는 내 뿌리가 시작된 곳 밤마다 기도처럼 자라 바람결에 빛났다 당신이 마지막 별빛을 따라간 후 푸른 잎 숨처럼 돋던 줄기도 멎었다 손 뻗어 닿지 못할 그곳에 자른 귀는 있을까 --- 「사이프러스」 중에서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물을 싣는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배 밑바닥 깊숙이 먼 항해 가라앉지 않게 지탱해 줄 적당의 무게 흔들려도 가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물 사랑 슬픔, 그리움, 혹은 후회 같은 세상은 늘 출렁이고 나는 자주 기운다 오늘을 살아가는 균형을 잡아 줄 당신이란 이름을 가슴에 채운다 기우는 나를 지탱하는 내 안의 평형수 --- 「평형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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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 상처에 스민 빛이
금처럼 반짝인다 몸의 무늬로 새겨진 긁히고 베인 자리들 오늘은 빛이 된 나를 지긋히 바라본다 - 「시인의 말」 중에서 강경화의 시집은 삶의 결핍과 균열을 비껴가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시인은 상처를 덮는 대신 그것을 품은 채 살아가는 존재의 방식을 묻습니다. 시집 속 ‘평형수’나 ‘그림자’는 흔들리는 삶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내면의 치열한 힘입니다. 기울어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애씀이 돋보입니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지만, 그 자리를 들여다보는 순간 고통은 ‘멈춰있는 상처’에서 ‘움직이는 삶’으로 전환됩니다. 이 시집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존재의 증거입니다. - 이송희 시인의 해설 〈차가운 숨, 따뜻한 상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