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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형예술 읽기
문양에서 조형언어로 양장
강우방
무본당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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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 예술의 생명성을 만나는 길
-발문 1 꽃은 변명하지 않는다 _ 허만하(시인)
-발문 2 강우방의 ‘영기론’으로 감상하는 시 _ 나해철(시인)
-발문 3 신세계의 발견 _ 서동철(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책을 펴내며 : 예술을 읽는 새로운 눈, 조형언어의 탄생

*서론
1 조형예술을 새로 읽는다
2 예술은 어떻게 생명을 그리는가
3 조형예술의 언어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4 조형예술의 상징을 다시 읽는다

*1부 우주의 리듬이 깃든 조형예술의 세계 : 용이 예술의 언어를 일깨우다
1장 사신총 벽화에 새겨진 우주의 언어
2장 조형언어로 이루어진 용의 형상
3장 물의 조형, 생명의 상징인 용
4장 대우주와 소우주를 잇는 창
5장 천정의 우주에 펼쳐진 생성의 리듬
6장 우주의 순환을 조형하다

*2부 조형언어의 무한한 변주 : 생동하는 조형예술을 마주하다
7장 동서양 조형언어의 근원을 찾아서
8장 꽃과 잎으로 율동하는 용의 몸
9장 도자기에 새겨진 강렬한 영기문
10장 무덤에 충만한 만물 생성의 기운
11장 자유롭고 역동적인 얼굴 없는 용
12장 파격과 익살로 화생하는 용
13장 신성한 청동 예기에 새겨진 용의 얼굴
14장 도깨비가 아닌 용의 얼굴을 만나다

*3부 물의 조형예술 : 용의 입 안에서 나오는 숨결에 놀라다
15장 용의 입에서 무엇이 나오는가
16장 암막새와 수막새, 영기문의 아름다운 전개
17장 용의 입에서 쏟아지는 물
18장 세계의 조형예술을 용으로 읽는다
19장 크레타섬에서 만난 문어 그림 도기1
20장 용의 입에서 넘실대며 바다가 나오다
21장 괴력난신의 세계, 변화무쌍한 용의 얼굴
22장 용과 무량보주와 활짝 핀 연꽃

*4부 생명을 담은 근원의 조형언어 : 보주와 무량보주의 빛 속에서 기뻐하다
23장 여래의 머리에서 발산하는 무량보주
24장 보주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영기문
25장 동서양 천정에 피어난 연꽃모양 무량보주
26장 생명력 가득한 만병에서 화생하는 꽃
27장 여래와 예수의 머리에서 솟아나는 무량보주
28장 둥글게 둥글게 그려진 석굴의 불상 벽화
29장 간다라 불두의 영기문 이야기
30장 4만 년 전 대모지신이 품은 생명의 근원
31장 이집트 신전의 신비한 코브라 이야기
32장 보주와 만병을 머리에 인 이집트 조형
33장 불상의 걸작, 유메도노 관음보살상
34장 예수와 마리아, 여래와 보살, 보주와 성스러움
35장 불상은 보주다

*5부 조형언어로 세운 기둥과 천정 : 피어나는 보주와 영기싹에 탄복하다
36장 우주목으로 솟은 기둥, 생명수가 흐르는 공포
37장 신전 기둥에서 피어난 생명의 꽃
38장 아칸서스에서 영기잎으로, 서양 장식예술의 발견
39장 그로테스크의 파노라마로 펼쳐진 장엄한 천정
40장 대성당에 펼쳐진 만물 생성의 우주
41장 양치기 지팡이에서 성스러운 바쿨루스로
42장 중세 성경 알파벳 장식 문자의 용 이야기
43장 페루 고대 문명에 새겨진 영기문과 용
44장 파피루스에서 피어난 부활의 조형언어
45장 그릇에 새긴 우주의 순환

*6부 한반도 예술에 새겨진 조형언어 : 생성하며 순환하는 기운으로 살다
46장 고구려벽화에 펼쳐진 용의 생성
47장 백제 벽전에 새겨진 순환하는 용
48장 한국 용 조형의 독창적 전개
49장 생성의 완벽한 장면, 통일신라 용면와
50장 조형언어의 진수를 보여 주는 용면와
51장 암막새와 수막새 문양의 세계적 보편성
52장 고구려 쌍영총 벽화에서 만난 만병
53장 용을 그린 큰 깃발, 농기의 상징
54장 신농씨, 용을 타고 내려오다
55장 농기의 우주, 생명의 조형으로 읽다
56장 충무공 장검에 새겨진 생명의 문양
57장 문자도에서 마주한 무량보주
58장 영기화생으로 펼쳐지는 조선 책거리의 세계

맺음말

*부록
1 신전, 우주목의 숲으로 구현된 건축
2 만병에서 화생하는 기둥
3 수월관음도, 조형언어로 본 신상의 탄생

부록 출처 / 도판 목록 /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고대미술 연구에 힘썼으며, 2000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초빙돼 후학을 양성했다. 퇴임 후에는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20여 년간 연구에 전념하며 조형예술에 담긴 언어를 해독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연구원에서 전 세계 예술작품에 형상화된 ‘조형언어’를 채색분석하며 작품을 해독하고 강의하고 있다. ‘조형언어’와 ‘채색분석’이라는 예술을 읽는 방법론으로, 조형예술에 담긴 작품의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고대미술 연구에 힘썼으며, 2000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초빙돼 후학을 양성했다. 퇴임 후에는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20여 년간 연구에 전념하며 조형예술에 담긴 언어를 해독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연구원에서 전 세계 예술작품에 형상화된 ‘조형언어’를 채색분석하며 작품을 해독하고 강의하고 있다. ‘조형언어’와 ‘채색분석’이라는 예술을 읽는 방법론으로, 조형예술에 담긴 작품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되살려내며, 예술 작품의 의미와 감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열어가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원융과 조화』, 『법공과 장엄』,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영겁 그리고 찰나』,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민화』,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 『반가사유상』 등이 있다. 앞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성덕대왕신종>, <석굴암의 조각과 건축>, <동양의 와당>, <한국의 공포와 단청>, <괘불> 등의 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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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760쪽 | 188*253*40mm
ISBN13
9791198293220

책 속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에서 출발해, 불화와 동양 건축, 나아가 서양 건축으로까지 시야가 확장되어 갔던 경험은 내게 깊은 감동과 자극을 안겨 주었다. 이후 건축, 조각, 회화, 도자기, 금속공예, 복식 등 다양한 장르의 조형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구체적인 사례와 해석은 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책에 수록한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 장르를 넘나드는 대표적 조형예술품들이지만, 여전히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미술사학의 해석을 넘어, 각 작품이 지닌 구조와 상징, 그리고 그 안에 내포된 사상과 종교의 의미를 조형언어의 관점에서 읽어보려는 시도가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이다.
--- p.36

이러한 문양들은 생명생성의 과정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러한 문양 일체를 포괄적으로 ‘영기문’이라 이름 지었다. 필자는 바로 이 ‘생명의 기운을 조형으로 표현한 문양 = 영기문’의 전개 원리를 밝혀냈으며, 인류의 종교와 관련된 모든 장르에 걸친 작품이 영기문을 공유하고 있음을 밝혔다. 영기문은 생명생성의 과정을 보여 주는 ‘생명 존중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모든 종교가 이를 바탕으로 해 영기문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그 문양들은 추상적이며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조형으로 장인들, 즉 위대한 집단적 예술가들에 의해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다.
--- p.45

‘채색분석법’이란 필자가 개발한 조형예술품 해독법으로 하나의 조형의 형상을 그려 부분 부분 채색을 달리하여 그 전개 과정을 시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조형을 채색분석하면서 그 조형 작품이 형성되어 가는 조형의 원리와 기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금속기의 문양은 단일 색이므로 파악이 어렵다. 그러므로 채색분석을 거치지 않으면 전혀 파악이 불가능하다. 물론 채색된 문양도 전개 원리에 따라 다시 분석해야 한다. 세계의 조형 5만여 점을 채색분석하면서 우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쳤던 문양들이 놀랍게도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조형’임을 확신했다. 즉 생명의 영원성을 나타낸 것으로, 세계의 종교 건축을 장엄하고 있는 아름다운 장식 조형들은 바로 이러한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조형’이다. 그 이름도 없는 다양한 조형 전체를 포괄하여 영기문이라 이름 지었다. 그 영기문에서 만물이 화생한다는 이론이 영기화생론이다.
--- p.49

형상의 탄생, 생명의 탄생을 위해 조형으로 형상화한 것이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과 보주이고, 모든 문양은 이들 침묵의 음소가 만들어내는 조형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에게는 음성언어나 문자언어 이외에 조형언어가 있는 것이다. 놀랍고 풍요로운 세계가 아닌가. 인간은 언어 이전, 최초에 이미지와 형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 생명과 운동의 원리를 작품 속에 간직해 둔 것이다. 우리는 이 언어를 읽어내고자 한다. 이러한 조형언어에서 만물이 화생한다는 것이 영기화생론이다.
--- p.52

용은 조형예술에서 가장 상징화된 표현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용은 물을 상징화한 조형으로 만물 생성의 근원적 표현이다. 조형언어는 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내며 작품의 생성 원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형상화되어 그 생명성을 보여 주고 있다. 조형언어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고구려 무덤벽화를 연구하며 강서대묘 영기문들의 조형을 풀어냈을 때였다. 용의 모든 부분이 물을 상징하는 갖가지 영기문을 이루는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영기문의 선과 면, 그리고 다양한 변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용이 물을 문양화한 영기문의 다양한 변주로 구성된 존재인 것을 강서대묘 벽화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 p.77

수년 전에 필자는 고려시대의 여섯 겹 은제 사리함을 본 적이 있다. 도3 사리함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히 여기는 불사리를 안치하는 금속기로 정교함을 극치로 삼는데, 성당에서도 값진 보석들로 장엄한 사리함을 볼 수 있다. 15년 전에 이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당시 영기문 연구가 깊어 갈 즈음 이었다. 여섯 겹의 사리함 깊숙이 보이는 것이 부처님 사리인 손가락뼈이다. 그 사리를 보았을 때, 비범한 색이나 형태에서 강력하고 신비한 영험을 느꼈 다. 영기문이 없는 가장 큰 사리함 안에 중첩된 여섯 개의 사리함의 표면에 영수靈獸와 영조靈鳥들이 영기문의 전개에 따라 화생하는 것을 보고, 만물 생성의 드라마를 크게 깨쳤다. 표면에 새겨진, 끝없이 전개하는 영기문에서 생명이 생성 하는 광경의 바탕에 수많은 작은 원형이 빼곡히 차 있다. 일본과 한국의 학자들이 어자문魚子文, 즉 물고기 알이라 부르는 원형들은 모두 보주를 나타낸 것이다. 무량한 보주에서 만물 생명이 화생하는 모습을 웅변하는 것이다.
--- p.421

조형언어를 통해 작품을 본다는 것은, 표층 세계에서 용어와 배경에 갇혀 예술을 보았던 시선을,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형상을 향해 돌리는 일이다. 마치 의식의 표층에 가라앉아 있는 방대한 무의식의 세계로 시선을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형언어는 무의식의 기표들처럼 해석이 모호하지 않다. 작품에는 보주와 영기문이라는 조형언어가 새겨져 있는데, 다만 그것은 물과 불과 흙처럼 조형에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어 우리가 너무 당연시했기에 우리 의식에 잡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조형을 언어처럼 읽고 그 상징을 호명하기 위해서 조형언어가 필요하다. 세상의 관계와 질서를 표현하기 위해 문자언어가 있어야만 하듯이,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미술과 조형의 세계에 새겨져 있는 조형의 언어를 알아차린다면, 우리와 예술의 관계는 더 깊어지고 친밀해지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 p.567

출판사 리뷰

▶ ‘보는’ 예술에서 ‘읽는’ 예술로 : 조형언어의 생명성

이 책은 조형예술에 담긴 문양을 ‘조형언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인식하며, 조형언어를 통한 예술 작품의 생성과 그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동서양 수만 점의 유물에 대한 현장 연구를 통해 세계의 회화, 조각, 건축, 문양, 금속공예, 복식 등 조형예술 작품들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예술 작품에 새겨진 문양이 도상학적 기호나 장식이 아니라, 예술의 생명성과 운동의 원리가 시각적으로 재현된 ‘조형언어’임을 밝히고 있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조형언어가 시대나 지역, 종교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질서와 원리로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형예술에 새겨진 이러한 문양, 곧 조형언어는 반복과 변주의 시적 순환 속에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작품을 생성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작품의 고유성은 조형언어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저자는 이 조형언어를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과 ‘보주’라는 네 가지 형태로 제시한다.(51쪽) 이 네 가지 조형언어가 작품에서 다양한 리듬으로 표현되며 예술을 생성하는 힘으로 작동하는데, 저자는 이를 직접 그리고 채색하는 ‘채색분석’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그 양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예술은 막연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읽고 발견하며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저자가 제시하는 ‘조형언어’와 ‘채색분석’이라는 예술 ‘읽기’의 미학은, 조형의 생명성과 역동적인 힘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조형언어의 보편성 :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조선의 책가도까지


전체 6부 5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형언어의 기원과 ‘용’ 형상에 주목하는 1부, 다양한 조형과 문양을 탐색하는 2부, 생명성의 물 조형을 다룬 3부, 조형의 핵심인 보주를 표현한 4부, 건축 공간으로 확장되는 5부, 한반도 예술의 생명과 순환을 담은 6부를 통해 조형언어의 다채로운 양상과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 보편성을 살펴보고 있다. 전체 장에서 다뤄지는 고구려 벽화와 불상과 불화, 기독교 조형물, 궁궐과 사찰 건축, 금속공예, 단청, 기와, 농기, 민화, 구석기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고대 신전 기둥과 미술관 천장화, 이집트 파피루스와 유럽 중세 금제 십자가까지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조형예술이 일관되게 표현하는 생명성의 파노라마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작품들의 조형언어를 분석해 채색 과정을 통해 펼쳐 보여주며 조형언어의 아름다움과 보편성을 실증한다.

특히 용은 조형을 생성하는 핵심 형상으로 새롭게 정의되며, 왜 전통 예술에서 용의 조형이 널리 표현되었으며, 그 상징은 무엇인지 밝힌다. 대표적으로 통일신라시대 기와인 녹유 용면와(龍面瓦) 채색분석은 용의 조형언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177~179쪽) 기와에 새겨진 ‘얼굴’이 귀신이나 도깨비가 아니라 조형언어(제1, 제2, 제3영기싹, 보주)로 구성된 영기문이며, 특히 용의 입 속 둥근 보주와 조형언어는 조형을 생성하는 힘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인 강서대묘 사신도의 청룡을 보면, 청룡의 다리에 도르르 말린 문양이 겹치며 용의 몸통으로 이어질 때, 벽에 용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이라는 장소에서 ‘용이 생겨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515~516쪽) 용이 왜 그곳에 있는지 탐구하며, 조형언어의 형상으로 예술이 생성하는 현장을 느끼는 것이다. 조선 책거리의 만병과 책갑, 붓통 등이 펼쳐진 장면에서도 예술의 생성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612~613쪽) 이 책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생성 문법’으로 다시 읽으며, 조형언어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들로 가득하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조선의 책가도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의 작품들이지만 공통의 조형언어가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생성하는 예술과 만나는 방법 : 조형언어와 채색분석

‘조형언어’와 ‘채색분석’은 예술 읽기의 새로운 방법으로, 저자는 20여 년간 5만 점 이상의 유물을 채색분석하며 조형언어를 탐구하고 발견해왔다. ‘채색분석’은 조형언어를 단계적으로 채색해가는 과정을 통해 선의 흐름, 중심의 확산 구조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독창적인 방법이다. 눈으로는 한번에 보이지 않던 선들이 색의 단계로 전개되면서 완성에 이르러 작품이 새롭게 나타나는데, 선의 방향과 회전을 따라가다 보면 조형이 생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은 과거에 보존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생성 중인 사건으로 다가오게 된다.

경주 황복사 탑 금제 아미타불의 광배와·대좌 채색분석을 살펴보면,(370~373쪽) 불상과 광배의 관계를 통해 조형언어로 생성되는 불상을 볼 수 있다. 광배는, 불상 뒤에 자리한 불꽃 장식으로 여겨졌지만 채색분석을 통해 솟아오르는 생명의 질서로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조형의 핵심이 생명 생성의 문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채색분석을 통해 생명성이 넘치는 조형언어로 이루어진 작품을 재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감상에서 발견으로 : 생생한 예술과의 만남


이 책은 문헌과 도상 해석에 의존해온 기존 미술사의 문법을 넘어, 예술의 핵심을 외형이나 장식미가 아닌 ‘생명 생성의 구조’로 제시하고, ‘작품이 스스로 말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문양을 장식이라고 보아온 오랜 관습을 깨고 ‘문양은 생성하는 조형의 언어’라고 말하며 예술의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조형언어는, 이미지가 넘치는 우리 시대에 형태의 기본을 되찾는 교과서가 될 수 있으며, 예술 관람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예술의 아름다움과 생명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탐구하는 이 책은, 한국의 전통 예술뿐 아니라 인류 공통의 조형예술의 언어를 복원하고 예술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조형에 담긴 보편적인 문양으로 예술 작품이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이 저작은, 생생한 예술 ‘읽기’로 독자를 안내해 예술을 즐기는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일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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