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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아무도 모르게 떠나갔어요
첫눈 생신 달짝지근한 기도 잊혀 간다 느지막이 안녕 아픈 소식 은빛 자격지심 해충만 못하게 우천리 같은 양말 같은 잠바 연탄 잘 가요 솜을 뜯어 작은 트리에 구름처럼 얹으면 졸린 눈을 비비며 2장 네 눈을 가만히 보면 사랑하는 일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서점에서 신설동 하품 멀끔한 척 좀 덜 하고 살면 감포 앞바다 영화관 우회하세요 우리 이렇게 멀어져가도 행복의 순서 3장 떠나면 남는 계절 붉은 장례 그녀가 살아 있다 십오만 원 떠나면 남는 계절 커피 한 잔을 들고 감정기억 젖은 체육복 환지통 롱코트 인생 뽑기 촌스러운 아침 사료도 신발 한 짝도 없이 불타는 우리를 바라보는 개돼지나 가축 따위 상이 반대로 보일 수 있음 가을이 오면 꿈에 4장 소복이 눈이 내려앉은 탄광에 출발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솔로몬 놀자 악어가 나올 수 있음 의지만으로 최후의 장수 어김없는 말 물 밖에 고기 선생이 없으면 체르노빌 미안하다 동생 출렁다리 열었다가 닫곤 했지 야밤의 토끼 눈사람 솜이불 보너스 트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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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는 알 수 없지만, 해마다 하나씩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가요. 그래서 제 마음에는 사랑이 많답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을 먼발치의 흔들리는 인사에서 느끼니까요.
--- p.35 멀쩡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들 곪아 터진 마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천변을 달리는 사람들 버스 손잡이에 빠져있는 몇몇 손가락, 간신히 기둥에 몸을 기댄 채 무거운 답장을 보내는 사람들 이따금 피식피식 말장난을 주고받으며 어이없는 웃음을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들 --- p.49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는 노동자와 그들을 죽인 오늘만 사는 사람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담은 무등산의 이야기다. 경제는 발전하고 도시는 화려해지지만 도무지 펼 수 없는 어깨 탓에 발버둥 치던 인생 끝내 사형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던 찬란한 시대의 참상을 본다. --- p.107 이별은 짧아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밤이 될 때까지 걸었어. 마지막을 기억한다는 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니까. 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때까지 걷다 보면 지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 테니까. --- p.109 선생이 없으면 누구를 따라 살까. 사막이 바다가 되고 다시 사막이 되면 나는 어디에 머리를 두어야 할까. --- p.132 힘든 날들에도 서로 의지하며 버텨가던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꿈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 길은 원래 홀로 가는 길이라지만, 통행이 금지된 저녁 시간 외롭게 흔들리는 출렁다리처럼 부산히 쓸쓸하다. 그것을 진즉 알았더라면 나는 이 다리에 올랐을까. --- p.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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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슬픔도 지나간 따뜻함도
지금의 나를 이룬 모든 계절 싱어송라이터 이솔로몬이 수없이 넘어지고 무너지던 날들 속에서 주운 가장 반짝이던 순간들 〈내일은 국민가수〉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시인 가수’ 이솔로몬이 흔적을 남긴 모든 상실, 그리고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산문집 《떠나면 남는 계절》을 스튜디오오드리에서 선보인다. 《떠나면 남는 계절》은 12월 말 발매 예정인 앨범의 테마 산문집으로, 음악과 문학을 하나의 감정선 위에서 잇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삶의 순간들을 노래와 글로 기록해 온 이솔로몬은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삶의 여러 갈래에서 마주했던 감정들을 되짚는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의 흔적, 떠나보낸 줄 알았지만 여전히 가슴 한편에 남은 기억들을 그는 담담한 문장으로 끌어올린다. 거기에 더하여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 사진과, 마음에 남는 구절을 진심과 함께 꾹꾹 눌러 담은 손글씨 문장들은 저자 특유의 감성을 더욱더 진한 빛깔로 덧칠해준다. 독자는 그의 목소리와 시선을 따라가며 각자의 내면 깊숙이 남아 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성장의 길목에는 언제나 불안이 서 있다 계절의 마디마다 흔들리던 순간들 책 속의 글들이 보여주는 모든 순간은 마치 마음이 겪는 사계절과 같다. 봄의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순간들, 여름의 벅차오르는 감정 속에서도 문득 찾아오는 그늘, 가을이 건네는 고요한 성찰과 작별, 그리고 차디찬 겨울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따스한 온기까지. 오래전부터 가슴에 고여있던 기억들은 다양한 계절의 표정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장 외롭고 불안했던 조각들은 옷을 단단히 여며도 파고드는 한겨울의 바람처럼 가슴에 오래 머문다. 찬란하면서도 서글펐던 어린 시절과 꽉 쥘수록 멀어진 관계들, 꺼내 보이지 못하고 속으로만 곱씹던 진심들. 저자 이솔로몬은 그런 조각들을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나아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담담하게 토로하는 문장들은 독자의 마음을 세게 움켜잡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찾고 순간순간의 행복에 감사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히려 불안은 우리가 멈추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 시간을 통해 결국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는 글 사이사이에서 자신이 흔들리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깊은 공감을 얻게 된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의 문턱 나를 무너지게 만든 것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솔로몬이 이야기하는 ‘이별’은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한때 품었던 원대한 꿈 등, 살아오면서 숱한 이별을 경험한 그는 이별을 삶의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긴 안녕과 영원한 묵음을 자주 경험할수록 우리는 빠르게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상실은 잔혹하지만 그 소멸이 가져오는 통찰은 우리의 내면을 성숙하게 만들고, 그렇기에 무언가가 떠난 뒤에 남는 계절이 때로는 더 넓고 더 따뜻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조금씩 과거를 망각하며 새로운 하루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모든 이별은 결국 다음 계절의 문턱을 열어주는 순환의 일부다. 독자는 그의 문장을 따라가면서 각자 경험한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고 이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 이 책은 결국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 흔들렸던 모든 마음을 향한 포근한 위로다. 저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한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그 계절 속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겪어 왔다고. 그러나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고. 《떠나면 남는 계절》은 그렇게 독자에게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건네며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갈 힘을 준비시키는 책이다. 신곡 QR코드 수록 글과 음악의 호흡이 겹치는 순간 이번 산문집의 또 다른 특징은 음악과의 긴밀한 연결이다. 저자의 동명의 미니앨범 발매와 같은 날 출간되는 《떠나면 남는 계절》은 각 신곡과 연결된 QR코드를 수록하여 글에서 시작된 감정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장치를 마련했다. 어떤 글은 노래의 첫 소절처럼 가볍게 출발하는 한편 어떤 글은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의 마지막 울림을 닮아 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글과 음악이 하나의 감정선 위에서 겹치는 특별한 순간이 찾아오고, 독자는 읽기와 듣기의 경계가 사라진 감상의 장에서 보다 더 다층적이고 생생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