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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
들어가는 말 1부?ADHD란 무엇일까? 1장?왜 다들 갑자기 ADHD 이야기를 할까? 2장?도대체 난 뭐가 문제일까? 3장?내 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4장?ADHD가 성인에게는 어떻게 나타날까? 5장?나 정말 괜찮은 걸까? 6장?여자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7장?인종은 여기에 어떻게 작용할까? 8장?인터넷은 어떻게 알았을까? 2부?ADHD와 함께 사는 법 9장?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10장?ADHD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11장?세상을 어떻게 ADHD 뇌에 맞출까? 12장?어떤 싸움이 싸울 가치가 있을까? 13장?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 14장?ADHD 약들을 정말 먹어야 할까? 15장?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16장?그럼, 내 뇌를 사랑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맺음말?내 ADHD 뇌를 만나서 정말 반갑다 부록 용어집 감사의 말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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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나는 ADHD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실행기능 장애가 뭔지도 몰랐다. ADHD가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이나 감정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몰랐다. 시간맹이라는 말은 그저 소셜 미디어에서나 얼핏 들어봤고, 대상 영속성과 거절 민감성 불쾌감 같은 용어들은 당연히 정식 진단 용어인 줄 알았다. 나 같은 뇌 구조가 중독과 자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고, 미진단 상태로 살아온 20여 년 동안 무너진 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약 처방전은 받았지만, 약을 먹는 거 외에도 증상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이토록 많은 줄 몰랐다. 내 뇌의 작동 방식을 보완하고 삶을 더욱 살 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요령과 팁, 행동 전략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마치 오랜 세월 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드디어 지도 한 장을 건네받은 기분이었지만, 그 지도는 너무 희미하고 세부 정보도 빠져 있어서 도무지 육지에 도달하는 방향조차 잡을 수 없었다. --- p.21-22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아마 보수적으로 잡은) 전 세계 유병률을 최근 호주 인구수에 적용하면, 호주 내 ADHD가 있는 사람이 약 89만 2천 명에서 96만 7천 명 정도라고 예상할 수 있다(한국 인구수에 적용하면 약 174만 명에서 184만 명 정도임 -편집자주). 하지만 2020년 기준, 호주 정부의 ‘의약품 지원 제도PBS’를 통해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33만 4천 명에 불과했다. 겨우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이후 몇 년 동안 숫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고, 애초에 약물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래서 넉넉잡아 ADHD로 진단받은 사람 수가 그 두 배라고 가정해도 약 66만 8천 명밖에 안 된다. 이 말은 곧 호주에서 ADHD가 있는 사람 중 25~40%는 여전히 진단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세 이상 성인 중 ADHD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은 겨우 0.39%에 불과했다. 즉, ADHD가 있다고 추정되는 사람 중 7분의 1만 치료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국가별로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0.04%에 불과했다. --- p.41 ADHD 아동을 둔 가족 중 약 50%가 최소한 부모 한쪽이 ADHD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부모가 ADHD인 아동 중 40~57%가 실제로 ADHD 진단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손위 형제가 ADHD 진단을 받았다면 동생이 진단받을 확률은 1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DHD 진단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통계가 약간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건 고려해야 한다. --- p.56 ADHD의 여러 특성 가운데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ADHD 성인의 약 70%는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감정 조절 장애’를 경험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감정 변화가 더 빠르고 극단적이며, 감정 기복이 잦다는 뜻이다. 또한 ADHD 증상이 심할수록,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올 한 해 동안 내 뇌를 더욱 잘 이해해보려는 시도로, 부모님과 함께 어렸을 때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하나는 어린 내가 모든 감정을 너무나 깊이 느꼈다는 점이다. --- p.98 불안은 가장 흔한 동반 질환 중 하나로, ADHD가 있는 성인 44.7%가 불안을 경험하는데, 이에 비해 ADHD가 없는 성인의 불안 경험률은 4.9%에 불과하다. 우울증 역시 비슷한 비율로 높게 나타난다. ADHD 성인의 약 42%가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ADHD가 아닌 사람은 4.7%에 그친다. 그래서 ADHD 약물과 함께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먹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ADHD인 사람은 ADHD가 아닌 사람에 비해 섭식 장애를 겪을 확률이 3.8배나 높고, 특히 신경성 폭식증을 겪을 확률은 5.7배나 높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ADHD 인구에서 불안장애 비율이 높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불안이라는 변수를 제거한 이후에도 상관관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주요 연구자들은 충동성과 주의력결핍 수준이 높을수록 폭식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이론은 ADHD 뇌가 ‘자기 인식’ 영역에서 어려움을 더 많이 겪으면서 ‘신체 이미지’를 왜곡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ADHD를 안고 사는 것 자체가 자존감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를 생각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흔한 동반 질환으로는 지속적인 공포와 침투적인 사고가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강박 장애, 감정 조절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계성 인격 장애, 우울증 저점과 조증 고점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양극성 장애가 있다. --- p.111 ADHD 아이들은 왕따나 배척당할 때가 많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남자아이들은 말썽꾸러기나 골칫덩어리로 낙인찍히기 쉽다. 이런 이유로 ADHD 진단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진단받지 못하고 넘어간 우리 같은 경우는, 선생님들이 상대적으로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학적 설명이라는 보호막이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어렸을 때 진단받은 사람 대다수는 ‘ADHD’라는 꼬리표가 일부 어른들 손에 들어가는 순간, ‘저 애는 도저히 답이 없는 문제아야’라고 찍히고, 도와줄 가치조차 없는 아이로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 p.130 ADHD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제대로 살아보려고 몇 년 동안 애쓰다가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지를 더 굳건히 해야지’, ‘더 체계적으로 해야지’, ‘더 주의를 기울여야지’ 같은 말을 수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여전히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대부분에게는 순전히 의지력 하나로 버티며 자신을 끌어올리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건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조언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ADHD인 사람도 얼마든지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말고 세상을 자신에게 맞춰 바꿔야 한다. 이런 이유로 치료 과정에서 상담과 자기 성찰,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우는 일이 중요하며, 특히 이런 훈련은 청소년기 후반이나 성인기에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는 더 필수적이다. ADHD가 참 웃긴 점은,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 치료제가 바로, ‘엄격하게 규제되는 자극제 계열 약물’과 ‘아주 깊은 자기 용서 능력’이라는 사실이다. --- p.136 하지만 ADHD가 있는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젊은 ADHD 여성 역시 집에서 독립해 자취를 시작할 경우, 셰어 하우스가 지저분하거나 냉장고가 텅 비어도 어느 정도는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건강하게 좀 먹어야지, 배달 음식에 돈을 너무 많이 쓰잖아’, ‘맙소사, 저러니 상사가 진지하게 받아주질 않지. 옷을 죄다 바닥에 꾸깃꾸깃 쌓아놨네.’ 그 애가 스물두 살쯤 되면 사람들은 ‘저 애는 도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똑같은 남자애들과 달리 여자에겐 그런 ‘끝나는 시기’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20대 중반쯤 되어, 신경전형성인 멋진 남자를 만나고 함께 살기로 결정하더라도, 그 많은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배로 늘어난다. 여자의 파트너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제대로 요리하는 법도, 일주일 치 장보기를 똑 부러지게 하는 법도 배워본 적이 없다. 친척들한테 ‘왜 이렇게 집이 엉망이니?’ 같은 비난을 들어본 적도 없다. 따라서 누가 말하지 않으면 치워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 결국, 사회 통념상 집안에서 일상을 책임지는 사람은 여자가 된다. 그리고 지금 여자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 이는 모든 여성에게도 버거운 일이지만, 만약 여자 친구나 아내, 혹은 엄마에게 ADHD가 있다면? 그건 곧 ‘여성성’에 어긋나는 수치로 여겨지고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된다. 나는 운이 좋았다. (...) 하지만 이것도 문제 아닌가? 내가 이렇게까지 고마워하는 것 말이다. 만약 그가 여자였고 내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는 그가 우리 집에서 맡은 역할을 두고 이렇게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다. 그냥 당연한 일이었을 테니까. ADHD인 남성과 여성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ADHD 남성, 적어도 이성애자인 남성의 경우는 연애 관계에서 분명히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ADHD 여성, 적어도 이성애자 여성은 인생의 난이도를 그나마 ‘혼자 살 때 수준’으로 유지하려고만 해도 연애에서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 --- p.140-143 이렇게 증상을 감추는 습관은 여성의 과잉행동 특성 자체가 교사 눈에 띄기 어렵다는 사실과 맞물릴 수 있다. 따라서 DSM-5의 주요 진단 기준 중 하나인, ‘과거나 현재의 학교 기록을 살펴보며 12세 이전에 ADHD 증상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진단 방식이 여자아이들에게는 그리 신뢰할 만한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방식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 기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임상용 ADHD 설문지 대부분이 내면화된 정서적 증상이나 손상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여자아이들은 검사를 받더라도 공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 p.158 하지만 박사의 설명이 이토록 공감되고, RSD라는 약어가 꽤 공식적인 용어처럼 들리긴 해도, 이 ‘거절 민감성 불쾌감’은 임상 용어나 공식 진단명은 아니다. 이 점은 솔직히 정말 의외였는데, 틱톡을 보면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마치 진단명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이 흔히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예민하게 느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거절을 경험하는 이런 방식이 꼭 ADHD에만 해당한다는 증거는 극히 부족하다. 이 주제를 다룬 연구 자체가 아직 많지 않은 탓에 이 ‘불쾌감’이 ADHD의 어떤 핵심적 기제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ADHD인 사람들이 성장하는 동안 단순히 지속적으로 자존감에 타격을 받은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감정이 대수롭지 않거나 덜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를 다루는 접근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 p.199 영상에 나오는 ‘증상들’이 대부분 일반적으로 보이는 진짜 이유는, ADHD 증상 자체가 본래 정상적인 인간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반복되면서 삶에 현저히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ADHD 증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에 친구 다섯 명이 자기가 ADHD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ADHD는 심각하게 ‘과소 진단’되어 왔고, 이제야 바로잡히는 과정을 보는 것뿐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ADHD를 유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단되지 못한 ADHD가 사람들을 소셜 미디어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 p.210 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꾸며낸 거 아냐?’ 하는 의심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ADHD가 내 삶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거 아닐까?’ 하고 덜컥 겁나기도 했다. 더 알면 알수록, 점을 연결하면 할수록 내 성격의 수많은 부분이 이 질환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이건 진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뒤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정말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나다운 면들’, 그 성격의 핵심이 알고 보니 그냥… ADHD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 나는 항상 혼자 있기 싫어하는 내가 좋았다. 나는 그게 내가 공동체와 친지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게 체질인, 사회성 깊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단지 내 뇌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에 끊임없이 자극받지 않으면 지루함을 못 견뎌서라면 어떨까? 나는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아주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재치 있게 농담을 툭 던질 수 있는 내가 좋았다. 진짜 내가 유머 감각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내가 웃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충동 조절이 어렵고, 남들처럼 사회적 신호를 알아채지 못해서라면 어떨까? 나는 끊임없이 다양한 취미에 뛰어들고, 새로운 주제에 몰입하는 내 모습도 좋았다. 그런 내가 즉흥적이고 호기심 많은 증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전전두엽이 오작동을 일으켜 주의력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결과라면 어떨까? --- p.221-222 정의를 볼 때, ADHD나 자폐와 같은 신경발달장애는 근본적으로 우리 뇌가 발달하는 방식과 관계있는 질환으로, 우리 마음과 감정을 형성하며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따라서 ADHD를 내 뇌에 데리고 살다가 없애버리고, 정상인 ‘나’만 남겨놓을 수 있는 그런 낯선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ADHD는 나를 정의하지도 않고, ‘나’라는 존재 전부도 아니지만, 내가 하는 모든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내 성별과 인종, 사회경제적 계층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ADHD인 사람’으로 세상을 헤쳐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맞다. 나는 얼마 전까지, 그리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ADHD가 없었더라면 되었을지 모를 또 다른 나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실제로 ‘나’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단지 좀 더 성공하거나 집을 더 깔끔하게 유지하는 일보다는 진짜 ‘나’로 존재하는 일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도, ADHD를 겪는 방식도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별로 와닿지 않아도 괜찮다. 나 역시 아직도 이렇게 생각할 수 없는 순간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경우를 말하자면, ‘될 수 있었을지 모를’ 가능성을 끝없이 곱씹는 걸 멈추고, 지금의 내 모습에서 사랑하는 면들을 찬찬히 살펴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 p.226-227 ADHD를 위한 몇 가지 심리요법이 권장되기는 하지만, 보통 가장 효과적으로 여겨지는 건 인지행동치료CBT다. 메타 분석에 따르면, CBT는 성인의 ADHD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CBT의 핵심은, 현재 일어나는 객관적 사실과 그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나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길 건너편에서 오랜 친구를 보고 손을 흔들었는데 그 친구가 손을 흔들어주지 않을 때, CBT는 그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그 애가 날 싫어해서 그런 거야’라고 곧바로 단정하기보다는, ‘거리도 붐볐고, 그 애가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정신이 없어 보였어. 그래서 날 못 봤을지도 모르지’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ADHD를 위한 CBT는 우리가 일을 해내는 능력을 갉아먹는 사고 패턴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고 느낀다든지, 뭔가 제대로 하기 힘들 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향이다. --- p.240-241 그래서 나는 알람 대신, 망할 그 일을 끝낼 때까지 계속 다시 떠올려줄 뭔가가 필요하다. 그럼, 해결책은? 방바닥 한가운데 아무 물건이나 툭 던져놓는 거다. 조만간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바닥 한가운데에 있으면 이상할 만한 물건을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 방에 들어올 때마다 그 물건을 보게 되고, 심지어 그걸 피해 지나가야 한다면 ‘아, 얼른 끝내버리고 저걸 치워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전기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럼, 주방 바닥 한가운데 초를 놓아둔다. 이제 깜빡할 일은 없다. 출장 갈 때 노트북 충전기를 챙겨야 하는데, 아직 쓰고 있어 못 챙겼다? 복도 바닥에 탈취제 통을 놓아둔다. 이제 비행기에서 노트북이 꺼지는 일은 없을 거다. 이건 진짜 괜찮은 방법이다. 다만, 댕댕이가 있는 집이라면 먹을 수 있는 물건은 놓지 말자. --- p.263 습관 쌓기 원리는 물건에 적용할 수도 있다. 즉,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을 절대 없으면 안 되는 물건에 연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나는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지만, 무선 이어폰은 하도 자주 써서 어디 있는지 대체로 안다. 그래서 열쇠고리가 달린 이어폰 케이스를 사서 두 녀석을 함께 놔둔다. 그 결과 열쇠를 찾을 확률이 약 70%로 올라갔다. --- p.281 매주 자신이 ‘두려움 돌파 시간’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이메일이나 각종 청구서, 전화 통화 등 자신이 두려워하는 일을 몽땅 모아서 한 시간 동안 해치우는 방법이다. 중요한 건 그렇게 하면 일주일 내내 그 두려운 일들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두려움 돌파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는 그 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으면 ‘약간 스트레스였던 일’이 ‘완전히 무시무시한 공포’로 커질 틈을 주지 않게 된다. 물론, 시간은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이나 격주에 한 번, 아니면 ‘점심 식사 후 10분 두려운 일 처리하기’ 또는 ‘두려운 오후 타임’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이 ‘두려움 돌파 시간’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이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면 그 두려운 시간이 된다. ‘두려움 돌파 시간’은 진짜 해야만 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이다. 그 일이 힘들든 쉽든. 하지만 내가 ADHD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모든 전투에서 싸워 이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애초에 싸울 필요가 없는 싸움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p.290-291 우리가 ‘게으름’을 악으로 여기는 게 자본주의에는 유리하다. 그래야 우리를 더 생산적인 노동자로 만들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 자본주의는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생산성의 미덕’이란 개념은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플래너를 깔끔하게 적고, 건강한 식사를 잊지 않는 것처럼 일상 속 모든 기본적인 부분까지 스며들어 있다. 내가 집 안을 치웠던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공간이 더 쾌적하게 느껴져서가 아니었다. 바로 마음속 어딘가에서, 지저분하게 사는 건 죄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여행 짐을 꾸릴 때면 중요한 물건 두세 개는 빠뜨릴 거다. 마트에 가면 집에 이미 올리브가 있다는 걸 또 깜빡할 수 있다. 기차역까지 걸어가는 시간 역시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물론 답답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로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생산적으로 움직이지 못해서 빚어진 결과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번 생각하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고 어떤 신성한 도덕적 심판관 앞에 선다고 할 때, 젖은 빨래를 세탁기에 너무 오래 놔뒀다고 벌 받을 리는 없다. 그러니 진심으로 말하지만 괜찮다. --- p.295 전에도 말했다시피 ADHD ‘치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결국,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신을 탓하거나 남에게 비난받았던 순간들을 인지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때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도 나랑 똑같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삶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걸 갑자기 알게 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건 대체 누구 잘못이지?’ 그리고 그 답은 가장 쉽게 부모가 된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특히 주의력결핍 유형의 ADHD는(그리고 음, 여자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어떤 형태의 ADHD든) 엄청나게 잘못 이해되거나 간과되곤 했다. 궁극적으로, 행동 패턴을 알아차리는 일은 그걸 눈여겨봐야 한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면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 설령 우리 부모님이 내가 ADHD인 걸 알았더라도, 나는 아마 여전히 자존감 문제를 겪었을 거다.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 그 밖에도 신경다양성이 있는 우리 같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어려움은 수백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결코 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도 해답도 아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한 사람일 뿐이다. --- p.331 “커플이 서로 ‘과기능과 저기능의 역학’ 구조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명확한 첫 번째 해결책은 ADHD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증상을 더 잘 관리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일반적으로 ADHD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 되는 전략이나 방식들을 실제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거죠.” 터크먼 박사가 말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건, ADHD가 없는 파트너가 더 일찍, 더 부드럽게 말해주는 거예요. 지칠 대로 지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돼요. 스스로 피해자 역할을 떠맡지 말고 실망할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그리고 또 하나, ADHD에 대해 배우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파트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 p.329-330 자극제 약물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인류가 알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신과 약물 중 하나다. 정신과 약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 ‘효과’라는 개념을 놓고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 계열 약물은 모두 ADHD가 있는 사람 약 70%에서 ADHD 증상을 줄여준다고 나타났다. 그리고 두 계열 약물을 동시에 시도할 경우는 효과가 약 90%까지 올라간다. 참고로, 항우울제는 임상적 우울증 치료 효과가 40~60% 정도에 그친다. 자극제가 ADHD 약물 치료에서 1차로 권장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높은 효과가 있을뿐더러, ADHD가 치료되지 않을 때 삶에 불러올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위험(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을 생각하면, 이런 자극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의학적 태만’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 p.352 ADHD인 사람 중에 자극제 과다 복용이나 남용, 혹은 중독 사례가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다. 솔직히 우리 ADHD인들은 원래부터 남용 위험이 큰 집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통틀어 보면, ADHD 자극제 약물을 올바르게 복용할 경우, 중독을 유발하기보다는 오히려 중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웨덴에서 약 4만 명의 ADHD인 사람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2006년에 자극제를 복용 중이던 사람들이 2009년에 물질 남용 장애를 겪는 확률이 약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처방된 자극제를 복용한 기간이 길수록, 전반적인 중독 문제를 겪는 비율도 낮아졌다. 그리고 혹시 이 4만이라는 표본 수가 너무 적게 느껴진다면, 2017년에 나온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인 약 30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같은 결과가 나왔다. --- p.370 ADHD 진단을 받은 운전자는 일반인보다 교통사고 가능성이 29% 높고, 스웨덴 인구 데이터를 기준으로 심각한 사고에 한정하면 그 비율이 50%까지 껑충 뛴다. 우리는 또한 약물요법이 이런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연구에 따르면, ADHD가 있는 남성 운전자들은 적극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60% 가까이 낮아졌다. 이는 곧, 이런 사고 중 절반 이상은 피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미국 응급실 입원 환자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도, ADHD 남성이 약물을 복용한 달에는 교통사고 가능성이 38% 낮았고, ADHD 여성은 무려 42%나 낮았으며, 이는 적절한 약물요법만으로도 이러한 사고를 최소 5분의 1은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 p.388-340 ADHD는 치료할 방법들이 존재한다. (...) 약물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수치를 확인하기 쉽다. 청소년의 경우, 자극제 계열 약물을 복용하면 우발적 부상이 10% 감소하고, 외상성 뇌손상은 무려 7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를 3개월 복용한 청소년의 경우, 화상 부상 위험이 60% 줄었고, 6개월 복용 시에는 골절 사고가 20% 감소했으며, 홍콩에서는 같은 약물을 복용한 ADHD 아동의 응급실 방문율이 9% 줄었다는 결과도 있다. ADHD 성인도, 메틸페니데이트를 3년 동안 복용한 후 우울증 발생 위험이 40% 낮아졌고, 3개월 복용 후 자살 시도율이 60%까지, 6개월 후에는 70%까지 감소했다. 이 모든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ADHD에 대한 인식, 진단, 치료, 약물요법, 이 모든 요소가 날마다 ADHD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 알게 되더라도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치료율이 얼마나 낮은지 현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 사실이 훨씬 섬뜩하게 다가온다. --- p.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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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50만 명, 당신의 카톡 친구 중 15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3배 이상 성인 ADHD 진단이 급증했지만, 성인 중 약 0.04%만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실제 ADHD 진단과 처방이 추정 유병률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한국의 25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ADHD 스펙트럼)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남들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만 겨우 남들만큼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당신의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이 300명이라면, 그중 15명은 ADHD이고, 그중 한 명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는데, 나머지 14명은 전문의 진단을 통해 약의 도움을 받으면 마치 안경사가 맞춰준 안경을 쓰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년 동안 ADHD 뇌를 샅샅이 조사하다 스물넷에 ADHD 진단을 받은 여성 기자인 마틸다 보슬리는 의사가 “도파민이 부족”하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하고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자, ADHD가 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직접 조사하고 찾아보기로 합니다. 1년 동안! 대체 24년 동안 ADHD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이제는 뭘 하면 ADHD가 아닌 95%의 사람들과 같이 좀 덜 힘들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더 나아가 ADHD가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는 어떠해야 할지까지 알아본 것이죠(아, 마지막은 아마도 기자여서 그렇게까지 생각이 뻗어 나갔을 거예요. 의사나 당사자(또는 의사인 당사자)가 쓰는 다른 ADHD 책에서는 이런 내용을 볼 수 없거든요). 최신 논문, 메타 분석, ‘체헐리즘’까지 기자로서 저자는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해왔으니, 이번에도 전문가와 주변 인물들에게 연락해 인터뷰합니다. 평범하게 교수, 의사, 연구자부터 시작해 각종 ADHD 단체 협회장, ADHD 코미디언과 인플루언서, 저자 자신의 연인과 가족, 둘 다 ADHD인 커플 친구 등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전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최신 연구부터 생활 속 ADHD의 실제 영향력이 어떻게 인생을 뒤흔들어놓는지까지, 그리고 앞으로 ADHD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사회는 ADHD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까지. 1775년에 처음으로 ADHD 증상을 언급한 사람부터 시작해 코로나 시기까지 나온 최신 논문 수백 편을 읽고 핵심만 요약해서 전달하고, 틱톡에 올라온 ADHD 콘텐츠를 연구하는 학자와 하버드 의대 교수에게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럴’ 되는 ADHD 관련 속설들의 진위를 묻고, ADHD 증상 때문에 생긴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할 Gen Z식 일상 ‘꿀팁’을 당사자로서 직접 시도해보고 하나하나 정리합니다.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위주로 편향된 기존 학계의 문제점을 짚어서 제대로 발견되고 진단되지 못한 수많은 ADHD 여성을 위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고, 많은 ADHD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교육 기관 및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또한, 저자가 뉴스를 틱톡 뉴스 계정에 정리해서 올리는 작업을 해왔던데다, 본인이 틱톡 알고리즘을 타고 ADHD 콘텐츠를 접하면서 자신이 ADHD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편견 없이 소셜 미디어가 ADHD 관련 콘텐츠를 대중화하면서 이룬 공과를 균형 있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에 더해, 저자 본인의 틱톡 계정을 통해 일상 꿀팁을 공유해서 수백만 뷰를 올리기도 했죠. 물론 그 꿀팁들은 이 책에 잘 정리해서 담아놓았습니다. ADHD 약이 다른 정신과 약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약물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부분이 인상 깊은데요, 단순히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본인이 처음 약을 복용하며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면서 약이 어떤 식으로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우울증 약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항우울제 효과는 40~60% 정도인데, ADHD 약은 무려 90%까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자극제’라는 용어 때문에 본인이 (별문제 없다고 방심하다가) 부작용 때문에 응급실에 갔던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전합니다. 그리고 약을 먹었을 때의 부작용 확률과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고 확률을 비교할 수 있게 하며, 예방의 개인적-사회적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또한, 의학 용어뿐만 아니라 ADHD 커뮤니티에서 쓰는 비의학적인 용어까지, 60여 개의 용어를 그 의미와 함께 이 책에서 나오는 페이지 수까지 적었습니다. 어디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헷갈릴 ADHD인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찾아보기’ 섹션이죠. 30쪽에 달하는 참고문헌도 정리해, 한마디로 ADHD 백과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