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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기도하듯 빈칸을 채워나가시길
1부 밤을 건너는 사람들 작가가 추천한 문장 1 들어주면 풀려요 01 선생님과 도시락 02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 03 엄마 나 외로워 04 마흔넷 인생 05 탄약이 고갈된 병사의 심정 06 트라우마를 직면하다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07 자잘한 불운의 고개 08 고통의 추 09 곽은 부끄러웠다 10 내가 누구라고조차 말할 수 없는 지경 11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면 12 차이와 거리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13 관찰자의 시점 14 믿지 않아도 호의를 베푸는 것 15 서울살이, 서울 살인 16 무모한 도전 17 인정받기 위해 18 아들이 밤늦게 오는 이유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19 슬픔이란 이렇게 20 한여름 밤 편의점 21 여유를 나눌 친구 22 고난의 계절 23 진짜 삶 작가가 추천한 문장 2 자갈치 아니고 가물치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2부 다정한 언어는 천천히 도착한다 작가가 추천한 문장 3 궤도 수정 24 푸른 언덕 25 경우와 배려 26 편의점 야외 테이블 27 먼저 스스로를 도우세요 28 나를…… 믿을 수 있어요? 29 겁나셨구나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30 함께 닭을 뜯으면 그게 가족 31 둘만의 대화 32 잠든 엄마의 모습 33 궤도에서 이탈하고야 깨우친 것 34 사람은…… 연결돼 있어 35 제가 넋이 나갔습니다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36 우리 포기하지 말자 37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 38 그동안 얼마나 잘 견뎌왔는지 39 감사합니다 40 비교 암, 걱정 독 41 진짜 사는 기분 작가가 추천한 문장 4 속상할 땐…… 옥수수수염차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3부 우리의 작은 공간 작가가 추천한 문장 5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42 폐기 도시락 43 직원을 귀하게, 손님을 귀하게 44 그리워야 고마움도 더해지고 45 반드시 지켜야 할 보금자리 46 신선한 변화 47 VIP로 컴백한 기분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48 지갑 속에서 딸들이 웃고 있었다 49 좀 불편하네요 50 머릿속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51 더 따뜻한 곳 52 인간들의 주유소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53 손님이 편하려면 54 손님한테 하듯 55 학생 꿈이 뭐야? 56 나 답게 사는 것 57 편의점은 만화점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58 새벽의 편의점 59 삶이란 그런 것 60 나에게 11월은 61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62 좋은 관계는 절로 맺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추천한 문장 6 참참참의 탄생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4부 편의점 너머로 작가가 추천한 문장 7 강과 다리 63 상처를 돌아볼 용기와 힘 64 작가의 본분 65 멈춰 선 채 강을 내려다보았다 66 그를 기억하기 위해 67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68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69 눈을 감고 빌고 또 빌었다 70 사는 건 불편한 거야 71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 72 엄마가 남겨준 말 73 비 오는 대학로 뒷골목에서 74 2인 3각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75 어서 오렴 76 삶의 순간순간에 만족하는 찰나 77 내가 가야 할 길 78 스스로의 변화 79 이 극은 내 삶이다 80 살아 있어줘 고맙네 작가가 추천한 문장 8 웃음 바이러스 천천히 떠올린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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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사내의 웅크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 여사는 변명하는 학생을 상대할 때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말씀하세요.” “저…… 선생님. 배가 고파서요…….” “그래서요?” “편의점…… 도시락…… 아, 안 돼요?” 순간 염 여사의 마음에 미열이 일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과 ‘도시락’이라는 단어가 그녀를 한결 너그럽게 만들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세요. 도시락 사 드시고요, 목마를 테니 음료수도 같이 사 드시고 계세요.” “고, 고마워요.” --- p.22 민식은 자신이 사람을 항상 목적을 갖고 대했다는 걸 느꼈다. 그냥 수다만 떨어도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의욕이 생기는데! 어쩌면 민식에게 필요한 건 이런 여유를 나눌 친구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 p.68 “있잖아. 이런 말 식상하겠지만, 너는 꿈이 뭐니?” “전 그냥 책 읽고 역사 유튜브 보는 게 좋은데, 엄빠가 그건 꿈이 아니래요. 형처럼 판검사가 되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밍기뉴.” “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 p.116 감사합니다. 갈 데 없이 외로운 저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책과 매점이 있는 도서관을 알려주셔서. --- p.120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이 두 문장은 마지막 타이밍, 그러니까 재고의 재고의 재고를 거듭할 즈음(출판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최종교)에 추가됐습니다.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 여러 곳에 인용된 이 문장은 그러니까 독자의 심정으로 최종교를 읽고 나서야 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작품의 주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 최종교를 보내고 난 뒤에도 뺄까를 고민했지만, 저 역시 이 문장의 절실함에 기대어 지낼 때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음을 밝힙니다. 결국 책은 독서였고 독서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책의 독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 --- p.136 삶이란 때론 그런 것이다. 살 만큼 살았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지 열망하는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 p.178 집필 당시 인용구 속 두 문장을 수십 번 고쳐 썼습니다. 마침표와 쉼표를 어떻게 쓸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네 가지 버전이 남았습니다. 1)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2)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3)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는 곳임을. 다리는 뛰어내리는 곳이 아니라 건너는 곳임을. 4)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뛰어내리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무엇이 좋은지는 여전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마감에 맞춰 선택했을 뿐이죠. 독자 여러분은 위 네 가지 버전 중 자신의 선택을 필사본에 적용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pp.196-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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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1부에서 4부까지 단계적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여정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불편한 편의점』이 감동적인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넓혔다면, 『불편한 편의점 필사집』은 독자의 마음이 깊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 ‘밤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고민과 낙담에 빠진 독자의 정서에 천천히 스며든다. 각자의 내적 갈등을 지닌 소설 속 인물들을 그리는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그저 나처럼 삶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고개를 들자 병상에 기댄 그녀의 푸석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를 지켜주기 위한 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돼.” “……무슨 말이야?” 그녀가 눈을 감았다. 나는 말없이 숨을 골랐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면, 가족에게 솔직했어야 했어.” (44쪽) “둘 곳 없는 마음을 돌보러 저기 모퉁이를 지나 느리게 다가오는 문장들.” 2부 ‘다정한 언어는 천천히 도착한다’를 소개하는 이 문장은 필사집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고단한 하루를 돌아보면 그날의 날카로운 언어들이 생각난다. 이번 필사집은 그런 독자들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든다. 특히 지갑을 찾아 보관해준 노숙자 독고를 두고 염 여사가 “경우가 있어. 시현이 넌 배려가 있고.”라고 말하는 부분을 필사하다 보면, 일상 속 스쳐간 따뜻한 말들을 복기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작은 배려를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칠까? 큰 행운이나 웃음은 없을지라도 아주 작지만 분명 빛나는 언어들이 있다면 충만한 하루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똑같으신데요? 흰머리 조금 빼곤 하나도 안 늙어 보이세요.” 염 여사는 직접 주민등록증의 증명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증명사진과 지금의 자신은 꽤 달라 보였다. “분하지만 그 사람 말이 맞네.” “예?” “경우가 있어. 시현이 넌 배려가 있고.” (88쪽)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근사하진 않기에 더욱 특별한 삶들이 교차하는 공간 소설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그린다. 인물들의 사연과 갈등,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독자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오가는 곳이다. 가족과 갈등을 겪는 사람, 취업 걱정으로 불안한 사람, 가장의 무게를 견디는 사람, 성공을 향한 열망으로 불타는 사람. 각자 다른 생이 교차하는 지점인 것이다.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소설 속 편의점과 같은 곳에서 지쳤을 독자는 3부 ‘우리의 작은 공간’에서 잊고 있던 마음속 자신과 해후할 수 있다. 특히 3부의 책장을 넘기면 기다리고 있는 김호연 작가가 추천한 문장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를 필사하다 보면 마지막 글귀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하루를 정리하면서 떠올려보자. 나는 무엇을 잊고 있었고 무엇을 몰랐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이런 고민의 과정마저 필사집의 일부인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은 계속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잠시 들르는 곳이다. 4부 ‘편의점 너머로’는 피상적인 위안이 아닌 내일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전한다. 우리는 자신을 돌보고 나면 또 갈 길을 가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 결국 삶이니 말이다. 소설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하는 이 필사집은 길 앞에 선 우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용기 내보자며 온기를 전한다. 4부를 소개하는 글 “우리의 등을 쓰다듬으며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하는 문장들”이 말하는 것처럼, 필사집에 담긴 문장을 하루에 한 장 혹은 하루에 몇 장씩 몰아서 써보자. 그렇게 자신의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어제보다 조금은 더 씩씩하게 가야 할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