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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5. 1. 달걀 39. 2. 민들레 53. 3. 구기자 65 4. 하늘다람쥐와 애기박쥐 73 5. 쌀뜨물 91 6. 지실과 지각 103 7. 으아리 123 8. 회화나무 137 9. 어저귀 149 10. 나미(?米) 2부 159 포토에세이 - ‘네발나비’ 3부 173 1.독심탕 187 2.하수오 199 3.삘기 211 4.이질풀 223 5.고추나물과 물레나물 235 6.치자 245 7.붉나무 259 8.10월 16일 271 9.난로회 179 10.갈치 289 참고문헌 |
인곡 仁谷 이상건 李尙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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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더운 여름날 아침이었다. 아버지와 삼촌은 새벽부터 밭에 가서 일하시고 돌아와 우물가에서 ‘어휴! 아침부터 찌네’ 하시며 씻고 계신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밥을 지으시고 동생들은 마루와 방을 오 가며 뛰어다녔다. 마당을 쓸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부르셨다. 닭장에 가 서 달걀을 가져오라신다. 우리 집 마당 왼쪽 끝에는 2층으로 된 닭장이 있다. 1층은 빈 공간이고 닭들은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닭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 었다. 족제비 피해를 막기 위해 2층 망을 완벽하게 치기 위함이다. 닭들 이 아침에 닭장에서 나올 때도 사다리를 이용한다. 성질 급한 녀석은 날 아 나온다. 닭장 문을 열 때는 약간 무섭다. 내 얼굴로 확 날아오는 녀석들 때문이 다. 닭장 중앙에는 긴 횟대가 있고 양옆 앞쪽에는 암탉이 알을 낳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포근한 짚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배 모양의 알받이이다. 그 속에서 알을 꺼냈다. 여느 때는 일곱 알 정도 꺼냈는데 오늘은 세 알 뿐이다. 암탉 9마리에 알 3개다. 너무 적다. “할머니 여기 있어요. 근데요, 세 알 뿐이어요.” 할머니께 드린다. “응 괜찮다. 이렇게 무더운 계절에는 닭이 알을 잘 안 낳는다. 껍질도 얇고...” 말씀하시면서 아버지를 찾으신다. “아범은 어디 있냐?” “우물가에요.” “이리 오시라 해라.” 부엌문 앞으로 아버지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오신다. 할머니는 동생 밥그릇에 달걀 2개를 깨 넣으시고 굵은 소금 조금, 참기름 조금을 넣으 셨다. 그리고 초 두루미 항아리에서 식초를 몇 방울 타셨다. 시렁 위에 있는 초 두루미 항아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엌 살림 중 하나였다. 왠 지 그 항아리만 보면 기분이 좋았다. 날렵하고 예쁘게 생겼다. 오늘은 만 져보고 싶었다. 부엌 문지방을 넘는 순간 할머니는, “들어오지 마!” 하시는 것이다. “사내 녀석이 부엌에 들어오면 불알 떨어진다.” ‘엊그제도 들어왔는데 안 떨어졌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들어가지 않았다. “어머님 왜요?” 어머니께서 할머니를 바라보신다. “이거 마셔라. 새벽에 밭은기침을 하더라. 약으로 먹어라.” 아버지는 소금, 참기름, 식초를 탄 달걀을 단숨에 드셨다. 평소 아버지 랑 종종 닭장 앞에서 달걀을 꺼내 송곳니로 윗부분을 조금 깨어 날달걀 을 먹은 적이 있다. 잘 안 나오면 아버지는 아래에도 구멍을 내어 막고 있다가, 먹을 때 밑구멍을 열면 잘 나오니 해보라 하셨다. 따끈하고 고소 한 달걀은 더할 나위 없는 아침 행복이었다. 나중에 대학에서 미생물을 공부할 때 교수님이 달걀 껍질에는 균이 많으니 빨아 먹지 말라고 했다. 이제는 송곳니로 깨서 빨아 먹지는 않는다. 아침 밥상이 올라왔다. 할머니는 아버지 밥상을 손수 차리셨다. 아버 지 밥상은 흰쌀밥에 날계란, 간장, 깨소금이 올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 락 나는 밥을 비벼 드셨다. 할머니는, “아범아,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이따가 밥물 끓여 놓을 테니 그거 마셔라.” 하고 말씀하셨다. “밭은기침에는 밥물이 최고다.” “밥물이 쉽게 쉬니까 미루지 말고 꼭 먹어라.” 하신다. 아버지의 밭은기침에는 날계란에 식초, 쌀을 끓인 밥물이 약이었다. 실은 나도 먹고 싶었다. 날이 선선해지면 닭들은 달걀을 많이 낳을 것이 다. 그때 나도 쌀밥에 날달걀을 비벼 먹어야지 생각했다. 아침 먹고 아버지는 나보고 달걀 껍질을 가져오라 하시면서 닭장 앞으로 걸어가신다. 난 부엌 옆 구정물 통에서 아까 버린 달걀 껍질을 주워 닭장 앞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여기 있어요. 근데 뭐하시려고요?” “으응 이것을 빻아서 닭에게 주려고.” “그래야 껍질이 단단해진다. 한참 무더울 때나 추울 때는 알을 적게 낳 고 껍질도 얇다. 닭은 모래주머니가 있어. 모래도 먹어야 소화가 잘되지.” 빻은 껍질은 모이통에 섞여 조금 있으면 닭들은 껍질도 먹을 것이다. 우리집 닭은 발로 땅을 뒤로 파며 지렁이, 벌레 등을 잡아먹고 달걀 껍 질, 모래, 채소, 싸라기 등을 먹는다. 잡식성이다. 요즘, 아침에 날계란에 천일염, 막걸리 식초, 생 압착 들기름, 생 압착 호두기름을 넣어 매일 먹는다. 밭은기침을 하면 쌀 한 주먹을 넣고 끓인 물을 수시로 마신다. 이게 밭은기침에 효과가 좋다. 뿐만 아니라 쌀을 볶 아 물을 넣고 끓이면 초미탕(炒米湯)이 되는데 이는 위(胃)를 보익(補益) 하고 제습(除濕)한다. 폐는 봄철에 보슬비가 내리듯 촉촉이 적셔져 있어야 한다. 폐가 메마 르면 밭은기침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건조하면 방에 빨래를 널어놓고 가습기를 사용한다. 민들레 종류는 여러 종이 있다. 나도민들레, 민들레, 산민들레, 붉은씨서양민들레, 서양민들레, 흰민들레, 흰노랑민들레, 등이다. 이 중 나도민들레 빼고는 모두 뿌리잎이 거꿀피침형이며 바닥에 바짝 붙어 자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붉은씨서양민들레 이거나 서양민들레 이다. 엄밀히 말하면 주로 도시지역에 붉은씨서양민들레, 농촌지역에 서양민들레가 분포한다. 민들레는 이 서양민들레에 밀려나 보기 힘들다. 토종 민들레는 희귀종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민들레 종류는 생육하는 동안에 계속해서 꽃 피고 열매를 퍼트리는 반복생식 다년생인데, 서양민들레 종류가 번식에 더 탁월하다. 그래서 고유종 민들레가 점점 밀려나 도시에는 거의 없고 흰민들레 무리에 조금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백색 꽃이 피는 고유종 흰민들레는 농촌을 잘 지키고 있다. 과거 민들레를 ‘문디이’, ‘므은드레’, ‘안진방이’, ‘디뎡’, ‘안즌방이’, ‘문은드레’, ‘뮈움들에’, ‘무슨들레’, ‘문들내’, ‘밈들레’ 등으로 불렀다. 지금 사용하는 민들레의 어원은 첫째로 ‘안즌방이’로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라는 특성이 있고 둘째로 우리말 중 꽃이 많이 핀 것을 보고 ‘문드러지게’ 피었다고 하듯 민들레가 온 천지에 많이 피었을 때 ‘므은드레’ 즉 ‘문드러지게’ 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민들레라는 말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물고기 이름 중 끝에 티나 치자(字)가 들어가는 물고기가 있다. 특히 치자가 들어가는 물고기 이름이 많다. 치와 티는 평범하지 않고 티 나는 것, 까다로운 것, 독특한 것, 날카로운 것, 뾰족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쟤는 그냥 있지 꼭 티 나게 행동해.’ 이런 말을 한다. 평범하지 않다. 보은에서 속리산으로 가는 길에 높은 재가 있는데 그곳을 말티고개라 한다. 말티도 뾰족한 이미지다. 또한 ‘사람 참 눈치도 없어.’ 이런 말도 종종 한다. 눈치도 대인관계에서 재치를 의미한다. 잽싸게 알아차려야 하는데 둔한 경우를 말한다. 양아치나 벼슬아치라는 말에도 평범하지 않고 독특한 날카로움이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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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책을 펴내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펜을 든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인곡본초” 제1권에서 4권을 출간했다. 이제 제5권 민들레를 출간한다. 산행(山行)을 소홀히 하고 집필에 열중한 1년이었다. 글쓰기 가 어렵고 신경이 많이 쓰여 그만 둘까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여러분 에게 본초학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또 용기를 냈다. 어여삐 봐주시 면 고맙겠다. 나는 본초학을 사랑한다. 유한한 인간이 아직도 무한한 본초학을 붙들 고 있다. 나는 본초학을 0.000000001% 안다고 말할 수 있다. 환갑이 넘 은 이 시점에 본초학 공부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는커녕 감사 한다. 인곡본초가 본초학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어 위안이 된 다. 인곡본초 문화창달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이 책의 이야기 설정은 옛날이 많다. 그때의 일을 현대를 살아가는 본 초학도가 들여다보았다.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겠지만 여러 번 반복하여 들여다보면 온전히 이해되리라 생각된다. 책의 소제목 ‘민들레’, ‘달걀’, ‘독삼탕’, ‘삘기’, ‘이질풀’, ‘붉나무’ 등은 우리가 들어본 말로, 이 말에 담긴 뜻과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를 본초 학적 시각으로 밝혀 붙였다. ‘쌀뜨물’, ‘나미’, ‘10월 16일’, ‘난로회’, ‘갈 치’ 등은 생활에서 응용하는 편이 좋다. ‘구기자’, ‘지실과 지각’, ‘하늘다 람쥐와 애기박쥐’, ‘으아리’, ‘어저귀’, ‘회화나무’, ‘하수오’, ‘고추나물과 물레나물’, ‘치자’ 등은 다소 전문적인 면이 있으나 이젠 모두가 알아야 해 정리해 놓았다. 다소 어렵거나 생소한 용어가 있을 것이다. 주로 한의 학 용어일 것인데 풀어 쓰면 의미가 변질될 것 같아 그러하지 않은 점 이 해를 바란다. 어쨌든 필자의 표현력과 소견이 부족한 소치이니 널리 양 해를 바란다. 이 책의 사진은 필자가 그동안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에 이름을 달 지 않았다. 모르는 본초는 여러분이 공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 다. 많은 사진 중 고르는 작업이 힘들었고, 그 사진 중 출판사에서 선정 하기 또한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많은 사진 중에서 선정한 것 이니 볼 만은 할 것이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본초 사진은 40만여 장 된다. 책이 출판되기까지 수고 많이 한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출판사 김희 경 사장, 디자이너 권민철 실장과 그 외 직원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한 다. 그리고 원고 교정을 도와준 막내딸과 아내에게 감사한다. 아울러 의 료봉사 활동에 동행해 주는 아내와 강준석 님, 손경환 님, 최유정 님, 윤혜정 님에게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내원해 주신 환자분들 과 지인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